도심 속 피서지 ‘한강시민공원 수영장’ 올해 개장 안해
물놀이 원하는 아이들 성화에 부모들은 ‘집터파크’ 꾸미기도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이 시기면 한참 한강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을 텐데...코로나 때문에 아쉽네요”

‘7말8초’ 여름휴가 시즌인 지난 28일 광진구에 위치한 뚝섬 한강시민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의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 도심 속 피서지인 이곳도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광진구에 위치한 뚝섬 한강수영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사진=홍여정 기자)
광진구에 위치한 뚝섬 한강수영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사진=홍여정 기자)

▲ 굳게 닫혀있던 한강 수영장

28일 오후 방문한 한강시민공원은 너무나도 한적했다. 장마철인 탓도 있겠지만 휴가 시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고요했다. 드문드문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거나, 돗자리를 펴고 간단히 요깃거리를 하는 사람들이 간혹 보였지만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주인을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강 수영장도 운영을 중단해 더욱 여름 휴가철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굳게 닫힌 문 넘어 보이는 수영장은 적막함 마저 감돌았다.

지난 2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재확산함에 따라 올해 한강공원 수영장과 물놀이장을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당초 지난달 수영장 3개소(뚝섬‧광나루‧여의도)와 물놀이장 2개소(난지‧양화)를 지난달 26일 개장해 8월 23일까지 운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한차례 개장을 연기했고 결국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 도심 수영장의 대표 주자인 능동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도 왁자지껄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는 힘들어 보인다. 능동 어린이회관은 지난 6월 27일부터 기존 수영장 대신 반려견 워터파크인 도그베이서울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카페 커뮤니티에서는 “능동 수영장은 값도 저렴한 데다 바로 옆 어린공원 시설도 함께 즐길 수 있어 부모들에겐 최고의 코스였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수영장이 었는데 애견 수영장이라니 코로나가 밉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여름 성수기를 맞아 캐리비안베이 등 워터파크는 개장해 손님을 받고 있다. 하루 입장 인원을 정하고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 감염 예방 조치를 취하며 조심스럽게 운영중이다. 호텔업계도 성수기를 맞아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개장 못한 뚝섬 한강수영장(사진=홍여정 기자)
개장 못한 뚝섬 한강수영장(사진=홍여정 기자)

▲ 전문가들, 물 속 감염우려 없다지만...“수영장은 위험해”

이러한 움직임에도 부모들은 수영장 이용이 꺼려진다고 말한다. 대전에 거주하는 황 모씨(34)는 “아이가 이제 6살인데 어린이집은 보내고 있어도 물놀이는 왠만해선 안가려고 한다. 집 앞 놀이터에 물놀이 공간이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운영도 안하고 있다. 아이가 가끔 작년에 아빠랑 놀이터서 물놀이 하던 이야기를 하는데 좀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 모씨(33)도 “수영장에서 감염이 안된다고 하지만 가기엔 조심스럽다”며 “마스크를 쓰고 물놀이 하는 것도 아이한테 불편할 것 같고 샤워실이나 락커룸에서 감염 확률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실제 수영장 물속에서의 코로나19 감염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수영장 물은 대부분 높은 농도의 염소(CI)로 소독돼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가도 즉시 사멸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론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수영장 안에서 수영한 뒤, 해당 물에 들어간다고 코로나19에 감염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 밖은 사람들 간 밀접접촉이 이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전히 감염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물놀이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높은 일상활동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락커룸이나 샤워룸은 사람이 몰릴 경우 혼잡해져 ‘거리두기’가 불가능하고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드라이기, 선반, 문고리 등도 감염 우려가 있다.

▲ 워터파크 대신 집터파크(집+워터파크)

한편 수영장, 워터파크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거부감 속 부모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비대면’ 열풍에 실내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이 많아지고 있는 것. 실제 인터파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의 ‘실내용 물놀이 용품’ 카테고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니 풀장을 설치해 베란다나 욕조에서 가볍게 물놀이를 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밀집되지 않는 자연 속으로 캠핑을 떠나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도 많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집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 ‘집터파크’, ‘홈터파크’ 게시물이 다수 게시돼있다.

또한 물놀이 후 공용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호텔이나 개별 수영장이 딸린 펜션으로 휴가를 떠나는 가족들도 많아졌다. 야놀자가 조사한 2020 여름휴가 트렌드에 따르면 예약 숙소 유형은 펜션이 43.8%로 1위를 기록했다. 타인과의 접촉 가능성이 낮은 독채형 숙소에 대한 선호도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2위는 33.5%를 차지한 호텔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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