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보다 집값 상승이 더 무서워”...강북까지 번진 30대 패닉바잉
“이자보다 집값 상승이 더 무서워”...강북까지 번진 30대 패닉바잉
  • 이해리 기자
  • 승인 2020.07.30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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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경쟁에서 밀린 청년층 ‘영끌 대출’로 내 집 마련 
40대 미만 7월 주택가격전망CSI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나
소형 아파트 매매가도 천정부지로 올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 3년 차 신혼부부인 김태준(31) 씨는 최근 구로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했다. 2년 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할 때까지만 해도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지만,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더 지나면 평생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또한 집 주인이 2년 전 당시 2억 원을 투자해서 현재 5억 원 가까이 시세 차익을 얻은 것을 보면서 구입을 서두르게 됐다. 

김 씨는 “보금자리론 대출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했다”면서 “대출 이자를 많이 내더라도 집값이 계속 오르니 투자의 성과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포스트 DB)
서울 잠실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포스트 DB)

3040 주택 패닉바잉 

22번에 걸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잡히지 않는 집값에 30대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 부동산에 대한 30대의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며 ‘패닉바잉(Panic Buying)’ 즉, 공포에 의한 사재기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달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현황에 따르면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33601건으로 전달(1258건)보다 2.9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매입 거래(1만 1106건) 가운데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4%로 전달보다 3.4%포인트 늘었다.

전통적으로 주택시장의 큰손은 40대였지만 지난달 거래에서는 40대의 비중(27.8%)보다 30대의 비율이 4.6%포인트 높았다. 또한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최근 1년 동안 30대가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58조 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4조 9000억 원 늘었다.

패닉바잉을 연출하는 30대의 집값에 대한 불안감은 경제지표로도 확인된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0세 미만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2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역대 최고점인 2018년 9월(130)과 불과 1포인트 차이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0~200 범위의 지수로 현재와 비교해 1년 뒤 주택 가격을 가늠한다. 100을 초과하면 주택 가격이 현재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고, 하락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100 미만으로 나타난다.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포스트DB)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포스트DB)

강북 10평 아파트 한달새 억 상승

자녀수와 청약통장 가입 기간, 무주택 기간 등을 고려하는 청약 가점제의 벽에 밀린 30대들이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상승하자 주택 매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에서는 전셋값이 상승하자 하루빨리 집을 마련하려는 조바심에 소형 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이 작성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 1380만 원으로, 국민은행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아파트는 전용면적 40㎡ 미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저가의 소형 아파트는 주로 서울 외곽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지역에 몰려 있다. 지은 지 30년이 넘어 낡고 비좁은 아파트가 대부분이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껑충 뛰고 매물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1987년 준공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5차 31.9㎡는 11일 6억 6000만 원(2층)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져 지난달 10일 5억 5000만 원(2층)에 거래된 뒤 한 달여 만에 1억 원 넘게 값이 뛰었다. 지은 지 33년 된 구로구 구로동 주공 2단지 32.3㎡ 역시 13일 4억 7800만 원(10층)에 계약서를 써 연초 3억 8500만 원(4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1억 원 가까이 집값이 올랐다.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에는 강남권 재건축 등 고가 아파트 매매가격도 반영됐다. 준공 37년이 넘어 현재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동 삼익 대청 39.5㎡의 경우 7일 11억 1000만 원(7층)에 거래되는 등 강남권에서는 10억 원 넘는 소형 아파트도 계속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패닉바잉’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소형 아파트라도 서둘러 매입하려 나서고, 소형 아파트에 전세를 낀 갭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중소형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h4218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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