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임대차 3법 개정 강행 등 거대 여당의 독주에도 미래통합당은 ‘수적 열세’ 때문에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30일 본회의에서 결국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에 통합당은 ‘장외투쟁’까지 검토했지만, 일단 국회 보이콧은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당내 장외투쟁 요구에 대해 ‘인내론’을 꺼내들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저도 밖에서 통합당이 왜 이리 답답하냐, 왜 야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냐는 얘기를 듣는다”면서도 “우리가 길에 나가서 외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상임위나 본회의장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의원의 사명”이라며 국회 보이콧 주장에 대해 “의원으로서 직무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 하든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되찾아서 저 사람에게 미래를 맡겨도 대한민국이 괜찮겠다는 확신을 주도록 할 작정”이라며 “의원 여러분도 국회에 주어진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날까지도 ‘장외투쟁’ 카드를 고려하고 있던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일단 ‘원내투쟁’ 방식을 이어갈 것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국민에게 알릴 효과적인 방법은 그래도 국회에서 불법과 폭정을 따지고 우리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견이 있다”며 김 비대위원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도 장외투쟁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176석의 힘으로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고 (우리가) 할 일이 없다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도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언론에서는 장외투쟁에 본격적으로 나가느냐고 많이 묻는다. 우리가 장외투쟁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가능성을 닫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통합당은 ‘수적 열세’를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민주당은 ‘임대차 3법’을 처리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와 국토교통위원회(전월세신고제)에서 통합당을 제외한 단독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통합당이 강력 반대하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의 임명도 그대로 진행됐다.

이에 통합당에서는 “상임위원회, 인사청문회가 무슨 필요가 있나”는 울분이 터져나왔다. 통합당 중진(4선)인 홍문표 의원은 지난 2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울분을 토하는 의원총회를 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침묵을 지킬 때는 아니다. 밖으로 나가면 국민이 싫어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참고 기다렸다. 두려워하면 야당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며 장외투쟁을 제안했다.

아직까지 통합당은 장외투쟁 카드는 시기상조라고 보는 눈치다. 통합당은 이미 지난 4·15 총선을 통해 무리한 투쟁 방식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장외투쟁을 두고 “일이 어느 정도 성숙된 상황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금 저희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인내를 갖고 참고 노력하고 있으니 어느 시간이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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