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31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임대차 보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존 집주인들이 계약 갱신을 막기 위한 다양한 ‘대응법’이 공유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2년 만기인 전세자금 대출을 갱신할 때 필요한 집주인 동의를 해 주지 않는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 연장 시 집주인 동의가 없다면 정말로 대출이 불가능할까.

국내 시중은행들. (사진=뉴스포스트 DB)
국내 시중은행들. (사진=뉴스포스트 DB)

[검증 방법]

국토교통부에서는 전세계약 갱신 시 전세대출을 증액하거나 기존 대출을 유지할 경우 집주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정오 경 발표한 보도설명자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에서 전세대출보증을 받은 임차인이 전세계약 갱신시 기존 전세대출을 그대로 이용(연장)하는 것은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전세금을 올려서 추가 전세금 대출이 필요할 때도 임대인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시중 은행에서 취급하는 전세 대출 상품은 대부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 등 보증기관에서 내주는 보증서를 기반으로 한다. 어느 보증기관에서 보증서를 받았는지에 따라 전세 대출을 연장할 때 필요한 절차가 달라진다.

먼저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서의 경우 애초에 대출금이 ‘임차인 신용’에 대한 보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집주인의 허락이 필요 없다. 만약 전세 계약 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았다면, 집주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출 연장이 가능하다.

문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았을 경우다. 국토부에서는 이 경우에도 전세 대출 연장이나 추가 대출이 모두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시중 은행에서는 △일반 전세대출 연장인지 △추가 대출인지에 따라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의 ‘집주인 동의 불필요’ 근거는 이렇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은 채권양도(HUG, SGI) 또는 질권설정(SGI)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최초 대출 과정에서는 은행이 집주인에게 대출 내용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내는 과정(통지)이 필요하다. 만약 기존 전세 대출을 연장한다면 은행에서는 ‘계약 연장’에 대한 사항만 집주인에게 유선으로 확인하고 대출 연장을 해준다. 국토부는 보증금 인상으로 추가 대출이 필요할 경우에도 ‘채권양도 혹은 질권설정 통지(승낙)’만 되면 그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출이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실제 대출 현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단순 계약 연장이 아닌, 보증금 인상으로 인한 추가 대출이 필요한 경우는 대부분 시중 은행에서 사실상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채권양도(HUG, SGI) 또는 질권설정(SGI) 방식 모두 어떤 식으로든 집주인의 의무가 들어가는 대출이다. 나중에 전세계약이 만료됐을 때 집주인이 임차인에 전세금 모두를 지금하지 않고 대출금은 모두 은행으로 바로 돌려줘야 하는 내용인데, 임대인에게 그러한 고지 없이 ‘통지’만 날릴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관계자 역시 추가 대출 시 집주인에 반드시 관련 내용을 통지하는 절차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보증보험 보증의 경우 일부 추가 대출 과정에서 ‘집주인 사인’이 필요해 집주인의 동의 없이는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 보증의 경우 ‘채권양도’ 방식이면, 추가 대출을 할 때 집주인의 사인이 필요한 ‘승낙에 의한 채권양도 방식’을 따른다. 결국엔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서울보증보험 채권양도 방식에서는 집주인 사인이 들어간 서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주인이 은행의 연락을 일부러 받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순 전세 연장대출이라고 해도 은행은 기존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는 지 집주인에 전화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만약 집주인이 전화를 받지 않고 대출만기일에 맞춰 은행으로 대출금을 보내버리는 경우는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추가 대출 시 은행의 내용증명을 집주인이 받지 않는 경우를 우려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주인의 연락두절 등으로 인한 대출 불가는 매우 이례적인 사안으로 현장에서 적용되는 일은 드물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보증기관(HUG·SGI)의 내부 규정 및 절차를 명확하게 하는 추가 조치를 보증기관 등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증 결과]

전세자금 대출은 ‘연장’ 시 집주인과 임차인의 연장 계약 사실여부만 확인할 뿐, 대출금에 대한 집주인 동의 여부는 묻지 않는다. 전세자금 증액 대출은 채권양도 또는 질권 설정에 따라 은행이 집주인에 대출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 ‘통지’하거나 집주인의 사인을 받아 ‘승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의 ‘동의’ 여부를 묻지는 않지만, 대출 승인 절차에서 사실상 집주인의 협조가 필요하므로 ‘전세 대출 연장, 집주인 동의 없으면 못한다’는 주장은 절반의 사실이다.

[참고 자료]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 설명자료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 인터뷰

국민은행 관계자 인터뷰

우리은행 관계자 인터뷰

신한은행 관계자 인터뷰

하나은행 관계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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