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저금리 시대에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전세가를 올리지 못하게 된 임대인들이 더욱 전세 매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부여당은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한 ‘후폭풍’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들. (사진=뉴스포스트)
서울 잠실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들. (사진=뉴스포스트)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지난해 6월 중순 이후 54주 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전세 거래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은 6304건으로 지난 2월(1만3661건)에 비해 46% 수준만 거래됐다.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6000건대로 떨어진 셈인데, 9년 만에 월단위 계약에서 최소 수준이다.

통합당 ‘너무 빠른 전세소멸론’ 제시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서민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는 ‘너무 빠른 전세 소멸론’이 제기됐다. 애초에 저금리 시대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입법부에서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쳐 그 ‘충격’을 완화해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임대인의 부담을 늘려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저는 임대인이자 임차인이다. 제가 임대차법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규정을 보고 마음을 놓았을까”라며 “그렇지 않다.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4년 뒤부터는 꼼짝없이 월세살이겠구나 였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임대계약을 1년에서 2년에서 연장하는 법이 통과됐을 때, 1989년말부터 전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전년대비 30%, 1990년에는 24%가 올랐다. 이번에는 임대료 인상도 5%이하로 묶었으니 임대인이 뭘할 수 있겠나”라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아들이나 딸한테 들어와 살라고 할 것이다. 월세로 돌리던지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즉각 인터넷에서 호응을 얻었다. 특히 윤 의원은 “민주당이 축조심의 과정을 거쳤다면 저는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 고가 전세의 부자 임차인까지도 보호 범위에 포함시킬 것인지, 근로소득 없이 임대로 생계를 꾸리는 고령 임대인은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 등을 같이 논의했을 것”이라며 ‘대안’까지 제시했다.

민주당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 발언에 민심 부글

당장 전세 품귀 현상이 가속화되고 윤 의원의 지적에 민심이 호응하자 민주당에서는 수습에 나섰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전세 제도는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운명을 지닌 제도”라며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주택구입 자금 대출로 나가는 은행이자 역시 ‘월세입자 지위’로 봐야 한다며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거나 은행에게 이자 내거나 결국 월 주거비용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SNS를 통해 “임대인이 그리 쉽게 거액의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를 바꿀 수 있을까”라며 윤 의원이 1주택을 소유한 ‘임대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의 발언이 통상 전세자금대출 이자 보다 월세가 더 부담스러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윤 의원 본인은 월세를 살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그는 “월세 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자가 집을 소유하며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지역구에 월세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전세 품귀 현상에 따른 민심을 민감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임대차 2법이 통합당과의 논의를 배제하고 통과된 만큼, 전세 대란으로 인한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3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대차 3법이 빠르게 통과된 이유에 대해 “사실은 20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할 법이 매우 늦어져서 이번 21대 국회로 넘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당정은 (임대차 3법) 제도 취지와 내용을 최대한 홍보하고 정부는 사례별로 상세히 정리하여 배포해주기 바란다”며 “아울러 임대인과 임차인간 제도 오해에 의한 갈등도 예상되니 신속하게 대응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평소 ‘소신발언’을 이어오던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협치’를 강조했다. 임대차 3법 등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의 ‘독주’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협치는 상대방의 주장을 통해 우리가 미처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수정·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한다”면서 “국회에서 여야 협치가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좀 더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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