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 중인 집중호우가 대한민국을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3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전과 충북 순서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수도 한복판에서도 비 피해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3일 서울 송파구 탄천 인근 강남운전면허실기시험장이 집중호우 여파로 물에 잠겼다. (사진=이별님 기자)
3일 서울 송파구 탄천 인근 강남운전면허실기시험장이 집중호우 여파로 물에 잠겼다. (사진=이별님 기자)

3일 이날 <뉴스포스트> 취재진이 서울 송파구 탄천을 방문했을 때 인근 강남운전면허실기시험장은 완전히 물에 잠겨 형태를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운전면허시험장을 알리는 높은 표지판과 기다란 신호등이 간신히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이곳이 원래 하천이 아니었음을 말해줬다.

시험장 주변에 심어진 나무들도 머리만 내밀고 있어서 처음에는 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백로로 추정되는 새들만이 범람한 강물 사이를 비집고 나온 나무 꼭대기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온통 흙탕물로 뒤덮인 시험장과 탄천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시험장 옆에는 탄천이라는 하천이 자리 잡고 있다. 경기 용인과 성남을 지나 서울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는 지류 중 하다. 탄천에는 시험장뿐만 아니라 7.4km 길이의 송파 둘레길도 조성됐다. 둘레길은 송파구민들의 쉼터로 이용됐다.

3일 서울 송파구 송파 둘레길이 집중호우 여파로 출입금지 조치됐다. (사진=이별님 기자)
3일 서울 송파구 송파 둘레길이 집중호우 여파로 출입금지 조치됐다. (사진=이별님 기자)

구민들의 쉼터 역시 집중호우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둘레길은 입구에서부터 출입금지를 알리는 밧줄이 칭칭 감겨있었다. 비가 마구잡이로 쏟아질 경우 탄천에 있는 강물이 강남운전면허실기시험장뿐만 아니라 둘레길까지 범람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기상청은 이날 오전 서울 등 수도권에 호우경보를 발표했다. 호우경보란 3시간 강우량이 90mm 이상이 예상되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80mm 이상 예상될 때 발효된다. 실제로 같은 날 오전 서울 송파구에는 굵은 장대비가 출근길 직장인들을 향해 매섭게 휘몰아치기도 했다.

3일 서울 송파구 강남운전면허실기시험장 내의 나무들이 물에 잠겼다. 백로로 추정되는 새가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3일 서울 송파구 강남운전면허실기시험장 내의 나무들이 물에 잠겼다. 백로로 추정되는 새가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장마, 이번 주에는 안 끝난다”

2020년 여름 장마는 6월 10일 제주도에서 시작해 8월 초순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27일까지 무려 48일간 긴 장마가 지속됐다. 피해는 7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더욱 커졌다. 전국 곳곳이 침수되고, 이재민이 발생하는 것도 모자라 사망자까지 속출했다.

부산 지역에서는 같은 달 23일 시간당 80mm 이상 넘게 비가 쏟아져 내리면서 지하차도에서 60대 남성 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전에서도 느닷없는 폭우가 쏟아져 내려 2명이 사망했다. 시간당 30~80mm의 비가 쏟아지는 충청북도에서는 피해가 현재진행형이다. 4명이 숨지고, 8명이 급류에 휩쓸리는 등 실종 상태다.

3일 서울 송파구 강남운전면허실기시험장이 탄천이 범람하면서 완전히 물에 잠겼다. (사진=이별님 기자)
3일 서울 송파구 강남운전면허실기시험장이 탄천이 범람하면서 완전히 물에 잠겼다. (사진=이별님 기자)

‘역대급’이라는 호칭을 붙여도 모자라는 이번 집중호우의 원인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북극의 기온이 높아졌다. 북극의 찬 기온이 우리나라 창공에 있다”며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밀고 들어가야 장마가 끝났는데, 둘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에 따르면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한으로 이동해야 우리나라의 장마가 끝나지만,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한국에 머무르면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힘겨루기하면서 중부 지방에 대량의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굵은 빗줄기가 서울 수도권과 충청 지역을 오가는 이유 또한 두 기압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한편 지독한 올해 장마는 다음 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부 지방은 비가 그치고 폭염이 시작됐지만, 중부 지방은 오는 10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라며 “최소한 이번 주는 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