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경제성 등 1년 동안 6배 성장한 공유 PM 시장
이용 수칙 준수하는 사용자 없어 ‘도로의 무법자’된 전동 킥보드
미흡한 단속에 사고 급증...제도 개선 목소리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 모 씨(34)는 최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이의 유치원 하원 중 인도를 질주하던 공유형 전동 킥보드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할 뻔했다. 인도로 다니는 전동 킥보드에 대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요즘은 인도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김 씨는 “아이들은 순식간에 뛰어나갈 수도 있어 거리의 위험요소를 모두 차단할 수 없으니 단지 내 보행이 안전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지만, 공유 킥보드가 무법자처럼 단지 내 인도에서도 빠르게 다녀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역에 공유 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공유형 킥보드 사용 1년 새 6배 성장...강남 4구 40% 활동

최근 전동 휠이나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Personal Mobility)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가 이용 수칙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관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도로정비가 잘 된 송파와 강남구를 중심으로 전동 킥보드 사용이 증폭하면서 해당 지역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중심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강남 4구 맘 카페를 중심으로 ‘공유형 전동 킥보 반대’의 청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맘카페’ 등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동 킥보드 사고 위험에 전동 킥보드 반대 청원을 하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네이버 카페 갈무리)
최근 ‘맘카페’ 등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동 킥보드 사고 위험에 전동 킥보드 반대 청원을 하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네이버 카페 갈무리)

3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모바일인덱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월간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실사용자 수(MAU)는 21만 4,45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 7,294명)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앱 설치자 중 대다수는 강남 4구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인덱스가 서울시 지역구 단위별로 데이터를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 4구로 불리는 강남, 송파, 서초, 강동 지역에서 약 40% 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2명이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에 탑승해 올림픽대로 1차선을 달리고 있는 모습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젊은 세대에서 자동차보다 휴대성과 경제성 편리함 등을 강점으로 하는 공유 킥보드를 선호하면서 출퇴근길에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났다. 도로에서 고라니처럼 불쑥 나타나 다른 차량이나 행인을 위협하면서 전동 킥보드와 동물 고라니를 합친 이른바 ‘킥라니’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 없이 누비는 공유 킥보드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사고도 급증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PM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789건이 발생했으며, 835명이 다치고 16명이 사망했다. 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는 연평균 95% 이상 증가했으며 사망자도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법 개정으로 자전거 도로 허용돼 상황 악화

현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50cc 미만의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차도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안전모 등 보호장비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인도나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도 달릴 수 없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 이용이 늘어나자 정부는 지난 5월 도로교통법을 개정, 전동 킥보드에 ‘개인형 이동 장치’를 부여해 오는 12월부터는 자전거 도로로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만 13세 이상은 운전면허 없이도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킥보드를 타고 보도 위를 달리면 벌점(10점)과 범칙금(4만 원), 헬멧 미착용 시에는 벌금(2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법 개정이 이루어지자 사고 위험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한 시민이 전동 킥보드에 탑승한 채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1인용이지만 다인 탑승...사고 위험 우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오 모 씨(38세)는 “헬멧이나 보호 장치를 착용하고 공유 킥보드를 타는 사용자들을 보지 못했다”라면서 “청소년들이 두 명씩 타고 다니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아빠가 아이를 앞에 태우고 가는 경우도 봤다”라고 말했다. 

공유 킥보드는 1인용임에도 불구하고 한 기계에 두 명 이상이 탑승하고 있는 광경도 자주 목격된다.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도 킥보드를 타고 그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모두 위협이 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용 중 사고가 났을 때 이에 대한 보험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부 보험회사가 공유 킥보드 업체에 보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은 없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공유형 킥보드 보험을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정작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보험료 산정 등에 어려움을 겪어 전용 보험 출시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인도 정가운데 공유 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제멋대로 주차된 킥보드에 피해 민원 급증

이와 함께 아무 곳에나 주차된 공유 킥보드 때문에 보행자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으면서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공유 킥보드는 제한 구역 내에 어느 곳에나 주차할 수 있어 인도 한가운데나 횡단보도 등에 마구잡이로 방치돼 있다. 도로뿐만 아니라 아파트까지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이 모 씨(35세)는 “아파트 단지 내에 쓰러져 있는 공유 킥보드에 아이가 걸려 넘어질 뻔했다”라면서 “위험해 보여 치우려고 해도 킥보드를 옮기려고 하면 경보가 울려 함부로 옮길 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