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대규모 총 파업을 예고했다. 코로나 19 사태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의료계 파업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할지 우려가 커진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서구 보건소에 설치된 컨테이너형 워킹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0일 서울 강서구 보건소에 설치된 컨테이너형 워킹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대전협 회원 1만 6천여 명 중 거의 90%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날까지 6천 명 이상이 파업에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점점 많아지고 있다. 1만 3~4천 명까지 파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은 오는 7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인 8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진행된다. 8개 지역별로 야외 집회와 철야 정책토론회 등이 개최될 예정이다.

앞서 전날인 4일 대전협은 ‘젊은 의사 단체행동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지역·공공·필수 의료 활성화가 아닌, 현재도 왜곡된 의료를 더 왜곡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는 자승자박 정책”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출산율 0명대의 ‘인구소멸국가’에 진입하였으나, 의사 증가율은 2.4%로 OECD 국가 중 1위이며 의료 접근성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국민 여러분이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 느끼는 것은 수도권에 대다수의 의료기관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의료원보다 민간병원을, 지방병원보다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에서 ‘지역 의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며 “지금까지 전공의 수련 비용에 단 한 푼도 지원한 적 없는 정부에서, 정원 50명의 서남의대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폐교시킨 나라에서 또다시 부실의대를 양산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지난 1일 대한의사협회가 서울 용산구 의협 사무실에서 의대생 정원 확대 등을 철회하라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지난 1일 대한의사협회가 서울 용산구 의협 사무실에서 의대생 정원 확대 등을 철회하라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가 하루 집단 휴진에 나서고 일주일 뒤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이 총파업을 한다. 지난 1일 의협은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료대학 설립 등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오는 12일 정오까지 개선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14일 1차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의협은 설문조사를 통해 파업 참여도를 조사한 바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회원 2만 6,809명 중 85.3%인가 “투쟁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의협의 전체 회원 수는 약 13만 명으로 약 20%에 달하는 의사들이 파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협 대의원 역시 파업 찬반 투표에 참여한 207명 중 164명(79%)가 찬성했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료비 상승과 인구감소, 의학 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계획”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공의료대학 설립에 대해서도 “막대한 세금을 들여 또 하나의 거대한 비효율을 만들고, 불공정의 산실이 될 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을 철회하라”며 “공공의료기관의 의료 경쟁력 강화와 의료인력 처우개선 등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최대한 대화로 풀겠다면서도 국민에 피해가 갈 경우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의료계에서 전면 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한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고 전했다.

김 차관은 “이번 대책은 국민을 위한 의료체계 개선과 국가 의료발전을 위한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의료계 고민도 함께 고려했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향후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의료계와 충분히 이야기해 협력한다.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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