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교한 장치 필요 없는 회전력 기반 화학 합성 구조
- 진통제 등 의약 화합물 합성으로 입증…네이처 논문 게재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 연구팀이 하나의 반응 용기에서 여러 화학 공정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학 합성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회전하는 원통에 투명한 용매와 서로 다른 색깔로 염색한 용매들이 번갈아 쌓여 있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회전하는 원통에 투명한 용매와 서로 다른 색깔로 염색한 용매들이 번갈아 쌓여 있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서로 섞이지 않는 용액들이 밀도 순서대로 쌓이는 것에 착안해, 용매 층별로 화학 합성을 조절하는 회전하는 원통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를 이용하면 용매들을 시험관처럼 사용하여 반응물을 이동·분리시키고, 화학반응을 순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존 화학합성 과정을 크게 단순화할 수 있어, 화학산업에서 희귀금속 추출과 다양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은 이번 성과가 이날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의약 화합물 손쉽게 추출...박테리아와 나노입자 제어 가능성도 확인


그동안 화합물 합성 과정은 손으로 한 단계씩 진행해야 해, 생산 시간과 생산량에 한계가 있었다. 

화학 합성을 일괄 처리하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 시스템이 이용돼 왔는데, 복수의 플라스크와 밸브들을 기계적으로 연동하는 방법과 연속된 액체 흐름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자동화 장치를 제작하고, 반응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데 고도의 공학 기술이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석유화학공장처럼 특정 물질에 맞춰진 대형 공정이 아닌 이상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페나세틴 합성 과정.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페나세틴 합성 과정.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회전하는 용매로 손쉽게 합성을 제어하는 화학 시스템을 새롭게 고안했다. 반응물의 혼합·분리·추출을 하나의 반응 용기에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개발한 시스템에서는 반응물이 확산을 통해 인접한 용매로 이동한다. 연구진은 원통 회전속도를 주기적으로 변화시켜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용매 층의 성질에 따라 인접한 용매를 분리할 수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페나세틴 등 실제 의약 화합물을 단계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 혼합물에서 페니알라닌 등 특정 유기물도 추출했다. 

기존 추출방법과 달리 모든 과정이 용기 하나에서 이뤄져 합성 전 과정에 드는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분자보다 큰 박테리아나 나노입자도 회전하는 용매에서 제어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로 중소규모 화학 합성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더해, 향후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동 제1저자인 올게르 시불스키 연구위원은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합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들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고, 용매 층 사이 작용을 조절해 기존에 추출이 어려웠던 화합물까지 추출할 수 있어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의미를 말했다.
 


※참고자료

Olgierd Cybulski et al, Concentric liquid reactors for chemical synthesis and separation, Nature, 586, pp.57-6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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