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취재/재벌가 2~3세 병역 실태

 

    최근 영국의 해리 왕자가 최전방인 아프카니스탄 지역에서 군 복무 중인 사실이 밝혀져 세계적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해리 왕자의 경우는 영국 사회 특권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현실은 반대의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번 이명박 정부의 주요 내각 인사청문회에서도 밝혀졌듯이 특권층 자제의 병역 면제율은 일반 국민들보다 훨씬 높다. 특히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 면제율은 정치인 고위 관료 자녀보다도 더 높아 빈축을 사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 면제 실태를 상세히 살펴봤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이 말은 고귀한 신분이나 지도층들이 신분에 따르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영국의 해리왕자를 꼽을 수 있다.
영국 왕실의 승계 순위 3위인 해리왕자는 아프가니스탄에 자원입대해 최전방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일부 언론에 노출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본국에 귀환했다. 돌아와서도 해리 왕자는 하루라도 빨리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영국 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이 살아 있음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다. 정치권과 재벌가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행하는 예는 드물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특권층, 예를 들어 고위 관료와 재벌가에서는 그에 합당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재벌가의 경우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 병역 면제를 받은 재벌가 자제들을 가리켜 ‘신의 아들’로 부르기도 한다.
‘신의 아들’들의 병역 면제 사유는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했던 희귀한 질병과 장기 해외 체류 등의 편법을 동원해 군대에 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진 신세계, 최태원 SK 회장 등 과체중 면제
 정의선 현대차, 이재현 CJ 회장 등도 병력 사유

 

 재벌 2세들의 병역사항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90년 과체중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졸업한 서울대 학생카드에는 키 178cm, 체중 79kg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신체검사 당시에는 몸무게 104kg으로 당시 면제 기준인 103kg보다 1kg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정 부회장 모습에선 104Kg이던 당시의 모습이 상상이 안갈 정도다. 이와 같은 사실은 지난해 한 언론사에서 보도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재벌가의 병역 실태를 파헤친 모 언론사에서는 이런 사실을 공개해 정 부회장의 병역기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의 해명은 한마디로 ‘고의적인 병역 기피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과체중이라는 결과로 인해 군대를 갈 수 없었다. 군대를 갈 수 있는데 안 가려고 비리를 저지른 것과 차원이 다르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원래 110kg이었다. 그나마 뺀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당시 신검을 받아야 할 시점에서 104kg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 부회장의 병역 문제는 고위층 자제들의 병역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병력을 이유로 병역이 면제되었다. 그의 병명은 담장 결제였다.
현대가에선 현대백화점그룹 정몽근(현대백화점 명예회장-건강상 이유), 성우그룹의 정몽선(성우그룹회장-원시) 등이 병역이 면제되었다.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도 과체중으로 면제됐다. 최 회장의 동생인 SK E&S 최재원 부회장도 근시로 병역이 면제가 됐다. 형제가 과체중과 근시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건강은 매우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경우, 테니스 마니아로 아마추어 선수급 수준이다. 이쯤 되면 병역 면제 사유가 무색해진다.
롯데가의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과 신동주 일본 롯데 부사장 모두 일본에서 태어났고 자라나 일본 국적으로 군대 면제를 받았다.
신 부회장은 지난 1955년 2월 일본에서 재일교포 신분으로 태어나 같은 해 4월 한국 호적에 이어 10월에는 일본 호적에도 올렸다.
외국 국적 취득자는 한국당국에 취득사실을 신고해야 하지만 신 부회장은 이를 어기고 41년간 이중국적자로 활동했다. 국적문제가 불거지자 일본 호적을 버리고 당국에 신고, 지난 1996년 8월에야 한국국적을 회복했다. 신동주 부사장도 1996년 한국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4년 구본무 LG 회장의 양자로 입적한 구광모 전 LG전자 대리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마쳤다. 국내 IT 솔루션 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했던 구광모 씨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에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돌입했지만 지난해 9월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합격해 2009년 여름까지 2년 동안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이밖에도 CJ그룹의 이재현(CJ그룹 회장), 이재관(새한그룹 전 부회장-갑상선기능 항진증), 이재찬(전 새한사장-근시), 한솔그룹 조동혁(한솔 명예회장-장기유학), 메리츠 증권의 조정호(메리츠 증권 회장)등 재계를 통틀어 병역면제를 받은 오너와 2세들은 무수히 많다.

 면제율 33%...일반인의 4배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재벌그룹 2세들의 병역문제가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것은 투자 의욕을 떨어트릴 수 있다. 재계 인사 대부분의 병역면제 사유가 병력 때문이다. 이들의 병역 문제를 ‘재벌-금력’으로 봐선 안 된다. 감성적 접근보다 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방송사는 재벌그룹 친인척 147명을 대상으로 병역실태를 조사했다. 병장 이상 62명(42%), 상병 37명(25%), 면제 48명(33%), 미상 18명, 미정 10명으로 일반인의 병역 면제율 8%(2007년 기준)에 비해 4배에 달하는 면제율을 보였다.
또한 SK그룹은 7명중 4명 면제로 57%의 면제율을, 한진그룹은 50%, 롯데38%, 현대 28%, GS 25%, LG그룹 24% 순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재벌가의 병역면제 실상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영등포에 사는 조 모(45, 자영업)씨는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 지도층들이 앞다퉈 병역을 면제 받는다면 일반 서민들은 심각한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재벌가의 아들이라고 ‘유전 면제’ ‘무전 입대’가 당연시되면 사회적 위화감이 클 것”이라며 재벌가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 정 모(29,여)씨는 “성인 남성들이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가는데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닌 것 같다. 온갖 탈세와 정치자금 등을 뿌리면서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병역 면제는 재벌들만의 특권인지 묻고 싶다.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군대라면 그런 군대는 가고 싶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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