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눈높이 맞춘 방송…예고된 파업


[뉴스포스트= 노재웅 기자] MBC에 이어 KBS와 YTN까지 공동파업을 선언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방송 3사 동시파업 대란이 벌어졌다. 방송 3사 노조는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 파업 행위에 대해 전국언론노조는 “국민의 뜻을 대신해 MB 정권과 싸우고 있는 ‘국민의 대리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사측은 “명백한 경영권에 대한 도전인 만큼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와 사측의 이견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이들 방송 3사의 동시파업 이유와 전망을 <뉴스포스트>에서 전한다.
 

MBC 이어 KBS·YTN까지 사상 유례없는 방송 3사 동시파업
노조 극단적 제작거부까지 동원, 사측 “명백한 경영권 도전, 못 참아”

지난 5일 MBC, KBS, YTN 방송 3사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공동파업을 선언하는 출정식을 올렸다. 이로써 ‘방송 3사 공동파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MBC는 지난 1월 30일 파업에 들어갔으며, KBS는 6일자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YTN 역시 지난 2월 29일 파업을 가결한데 이어 8일부터 전면 파업을 이어갔다.
 

MBC KBS YTN
‘파업삼국지’ 선언

가장 먼저 파업에 들어간 건 MBC였다.

사실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0년 4월 김 사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파업이 벌어진 바 있다. 김 사장은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면 한강에 매달아 던져버려라”라는 초강수를 띄우며 노조 측을 회유했고 이들은 39일 만에 다시 복귀했다.

그러나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김재철 사장이 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였다’ 발언으로 파문이 일면서 김 사장의 태도는 다시 바뀌었다. 신경민 앵커의 경질과 함께 많은 기자들이 보직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

노조는 이때부터 뉴스의 왜곡 보도가 심해졌다고 말한다.

노조는 “지난 1년간 MBC뉴스는 추락을 거듭했다”며 “4.27 재보궐 선거 편파, PD수첩 대법원 판결 왜곡, 내곡동 사저 편파, 10.26 재보선 불공정, 한미 FTA 반대 집회 누락과 편파, 미국법원의 BBK 판결문 특종 홀대 등 숱한 이슈를 다룰 때마다 MBC뉴스는 일관되게 비정상적인 길을 걸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김 사장이 ‘PD수첩’ 죽이기에도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최승호 PD 등 PD 10명 중 6명을 전출시키고 이 대통령 무릎기도 사건, 한진중공업 사태, 고엽제 매립파문 등의 취재를 중단하도록 지시받았다는 것이다.

이윽고 지난 1월 6일 파업을 천명한 후 같은 달 26일 방송 제작거부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투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어 1월 30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정 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사이 사측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29일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했고, 양동암 영상취재기자회장에게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김재철 사장이 지난달 20일 노조를 상대로 고소를 하기도 했다. 또 5일에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불법파업 및 집단 업무거부 주도’ 등의 이유로 해고하고 최일구, 김세용 앵커에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등 7명의 노조원에게 징계를 내리며 노조 측에 맞섰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MBC의 파업으로 보도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이 파행을 빚어온 가운데 뒤를 이어 KBS가 파업의 뜻을 밝혔다.

KBS 노조는 6일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고 “지난 4년간 우리는 철저하게 무기력했다. 김인규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싸우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김인규 사장 역시 2009년 취임 당시 노조로부터 ‘MB 특보 낙하산 인사’라는 비아냥을 받았지만 ‘수신료 인상’을 내세워 노조를 회유한 바 있다. 김 사장은 그러나 2010년 7월에 벌어졌던 파업을 13개월 만에 KBS 새노조 집행부 13명에게 대거 중징계를 내리는 등 부당징계와 인사규정에 어긋나는 처리를 해 물의를 빚었다.

노조는 김 사장과 더불어 그가 임명한 이화섭 보도본부장의 문제점도 고발하고 있다. 이 본부장이 2010년 ‘추적 60분’의 조현오 막말 동영상 불방과 4대강 관련 아이템 제작 중단 등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더불어 탐사보도팀과 ‘추적60’ 콘텐츠본부의 복귀 등을 요구하고 있다.

KBS도 본격적인 파업이 진행됨에 따라 MBC와 마찬가지로 방송 중단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협회에 이어 예능과 드라마PD까지 제작거부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측은 “이번 파업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한 달 이상 파업에 대비하고 있다. 파업 참가자는 원칙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방송 3사 공동파업 선포식'에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최일구 앵커가 발언하고 있다.

부산·국민일보, 연합뉴스까지
언론계전반으로 확대 움직임

KBS가 파업에 돌입한 이틀 뒤인 8일에는 YTN이 파업에 동참했다.

YTN 노조는 “사장 연임 저지와 해직자 복직 등을 위해 8일부터 3일 동안 1단계 파업에 들어간다”면서 “배석규 현 사장이 밀실 이사회를 통해 연임 시도에 나선 것을 반대하며 구성원들의 염원인 해직자 복직을 위해 파업이라는 일치된 행동을 하기로 했다”고 파업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9일 파업 찬반 총투표를 실시, 제적인원 368명 중 317명(투표율 86.4%)이 투표에 참여해 208명(찬성률 65.6%)이 찬성하며 총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배 사장이 구 사장에 맞서다가 해직된 노종면 당시 노조위원장 등 6명을 전원 복직시키라는 대법원의 판결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2009년 8월 ‘돌발영상’ 제작 담당자를 대기 발령시켜 무력화시키고 노사 합의사항인 보도국장 복수 추천제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공정방송 복원’과 ‘낙하산 사장 퇴진’, ‘해고자 복직’ 등 공동의 목적의식을 지닌 방송 3사는 5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방송3사 공동파업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노조회원과 지지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해 “Freedom MBC, Freedom KBS, Freedom YTN, 쫄지마”를 외쳤다. 또 당일 사측으로부터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최일구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최 앵커는 “한국 언론 환경이 87년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서울 상공에 방송 장악과 언론인 학살이라는 유령이 떠 있는데, 단결해서 반드시 퇴치하자”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우리의 싸움은 방송3사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방송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를 되찾는 투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수장학회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부산일보, 미국 시민권자 사장 일가로부터 언론 독립을 지켜내고자 하는 국민일보, 공정언론을 훼손한 사장의 연임을 막고자 하는 연합뉴스까지 언론계 전반으로 투쟁의 불길이 번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이번 방송 3사 공동파업이 여느 때와 다른 점은 그들이 임금이나 제작 여건 개선을 위한 파업이 아닌 불공정 언론보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일어선 파업이라는 것이다.

MBC, KBS, YTN이 펼치는 ‘파업 삼국지’ 속 국민에게 공정한 방송을 되찾기 위해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을 약속한 ‘도원결의’가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