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남성 흡연율 3.8% 하락
물가 오르면서 인상 효과 감소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담뱃값이 한 갑에 8천 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부에서는 담뱃값 인상을 고려한 적 없다고 급히 해명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담뱃값 인상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가격 인상으로 흡연율을 떨어트려야 한다는 목소리와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혼재되고 있다. 담뱃값을 인상하면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담뱃값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해 성인 남성과 여성의 흡연율을 2030년까지 각각 25%와 4%로 떨어트리겠다”고 밝혔다. 발표가 나오자 각종 매체에서 담뱃값이 한 갑에 8천 원 수준으로 인상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다음날 보도 설명자료에서 담뱃값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의 해명에도 담뱃값에 대한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상을 중심으로 “흡연자들 때문에 비흡연자들 건강까지 해치고 있어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 “예전에도 담뱃값을 크게 올렸지만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았다” 등의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은 연관성이 있을까, 연관이 있다면 가격 인상이 흡연율을 어느 정도 떨어트릴까.

2004년·2015년 두 차례 올렸는데

한국은 2004년 담배 값을 500원 인상했다. 10년 동안 2,500원을 유지하던 담배 값은 2015년부터 4,500원이 됐다. 무려 2천 원이나 크게 인상한 것이다. 이때 올린 가격은 2021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두 차례 담배 값 인상 정책 이후 흡연율은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특히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높은 성인 남성에게서 눈에 띄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3년 발표한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재정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당시에는 무려 57.8%에 달했던 성인 남성 흡연율은 담뱃값 인상으로 2005년 50.3%, 2006년 45.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08년 40.4%까지 떨어졌던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2011년 44.5%까지 올랐다. 담뱃값 인상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오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19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른 2009-2019년도 성인 남녀 흡연율 변화. (그래프=질병관리청 제공)
지난해 12월 31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19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른 2009-2019년도 성인 남녀 흡연율 변화. (그래프=질병관리청 제공)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2014년 43.2%였던 성인 남성 흡연율은 가격 인상 정책 직후인 2015년 39.4까지 떨어졌다가 2016년에는 다시 40.7%까지 올랐다. 2017년에는 38.1%로, 2018년 36.7%, 2019년 35.7%를 기록했다. 성인 여성의 흡연율은 2014년 5.7%에서 2015년 5.5%로 감소했다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6~7%를 오갔다.

한편 청소년 흡연율 감소에는 담뱃값 인상 정책이 더욱 유의미하게 작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담뱃값이 2천 원 올랐던 그해에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사이의 남성 청소년 흡연율은 전년보다 2.1% 포인트, 같은 나이 여성 청소년 흡연율은 0.8% 포인트 감소했다. 

흡연율 낮추려면 담뱃값 인상+a가 필요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담뱃값 인상 정책은 대체로 흡연율 감소에 영향을 긍정적인 끼쳤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각종 금연 정책 중에는 담뱃세 등 담뱃값 인상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국내 흡연율은 담뱃값 인상 정책 이후 반짝 효과를 보였다가 해가 지날수록 서서히 영향력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금연 정책을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뿐만 아니라 기타 정책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김동준, 김선정 교수가 지난 2017년 발표한 ‘담뱃값 인상 정책이 우리나라 성인흡연율에 미치는 영향’ 논문은 담뱃값 인상이 단기간의 효과를 보고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담뱃값이 유지되고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담배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상된 가격이 수년째 유지되는 한국에서는 해가 지날수록 흡연율이 소폭 오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도 비슷하다. 1980년 이전 미국에서는 매년 물가가 상승했지만, 담뱃세가 그대로 유지돼 실질적으로 담뱃값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983년 담뱃세를 두 배로 인상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담뱃세를 올리고 나서야 미국의 흡연율은 감소했다. 논문은 “효과적인 담뱃값 인상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물가 상승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비가격 금연 정책 역시 동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2018년 이동형이 발표한 울산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 논문 ‘가격정책과 비가격정책이 청소년과 성인의 흡연형태 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비교분석’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에 성인 흡연자들보다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반면 성인 흡연자는 담뱃값 경고 그림 등의 금연 정책에도 청소년보다 더욱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뉴스포스트>에 “대폭적인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 담뱃세에서 흡연자를 위한 지원 등 금연 사업에 사용하는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면서 “담배 소매점에서의 담배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 2018년 서울 소재 200개 학교 근처 편의점 5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점포 당 담배 광고 개수는 평균 33개를 넘었다. 경고 그림을 확대하면서 담배 회사 로고를 없앤 표준화 담뱃갑 도입, 금연 광고, 모든 실내 금연 구역 지정 등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담뱃값 인상 정책은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흡연율 하락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담뱃값 인상 정책은 시간이 소요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장기적인 흡연율 하락 효과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과 함께 기타 금연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참고 자료]

보건복지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1)
보건복지부, 보도 설명자료
국회예산처, 경제현안분석 제83호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재정 영향 분석(2013)
질병관리청, 2019 국민건강통계 국민건강영양조사 제8기 1차 년도(2020)
질병관리청, 제11차 청소년건강온라인조사 통계집(2015)
이동형, 가격정책과 비가격정책이 청소년과 성인의 흡연형태 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비교 분석(2018), 울산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과정
김동준·김선정, 담뱃값 인상 정책이 우리나라 성인흡연율에 미치는 영향(2017), 보건행정학회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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