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랜덤채팅 등 모바일 앱을 통해 성착취 범죄에 당하는 미성년자들의 사례가 알려질 때마다 학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온라인 ‘맘카페’에서도 자녀들의 랜덤채팅 문제는 끊이지 않는 걱정거리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랜덤채팅 관련 고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랜덤채팅 관련 고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자녀들의 랜덤채팅 걱정을 나누는 학부모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딸이 10살 무렵 사귀던 남자친구가 ‘벗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그 엄마와 대판 싸운 적 있다”거나 “중1 딸이 랜덤채팅으로 만난 남자가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가슴 사진 보내달라’고 요구해 겁먹어서 내게 털어놓더라”라는 식이다.

이럴 때 늘 등장하는 질문은 ‘아이에게 언제 핸드폰을 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비슷하게는 핸드폰을 주면서도, 카카오톡 등 채팅 어플 설치를 언제부터 허락해줘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로 많이 제시된다. 지난 11일 김동심 십대여성인권센터 심리지원단장을 만나 물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자녀에게 핸드폰을 주는 것을 ‘최대한 미뤄야 한다’ ‘안 줄 수 없다’ 의견이 분분한데. 랜덤채팅 범죄 등 세상이 흉흉한데, 아이에게 언제 핸드폰을 줘야 하나.

어려운 문제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지금 10대라고 하더라도 아주 어릴 때부터 핸드폰을 사용해왔다. 특히 작년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면서 핸드폰 사용이 ‘필수’가 됐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중학생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핸드폰을 사줬겠지만 이제는 소용없어진 셈이다.

아이에게 핸드폰이 필요하면 주는 게 맞다. 10대 초반엔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핸드폰을 갖고 있고, 온라인 수업 시 단톡방에서 소통하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 또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은 핸드폰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 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이다. 부모님이 관심을 두고 핸드폰 사용 지도를 해야 한다.

부모님이 먼저 랜덤채팅 관련 성착취 문제를 아이에게 말해줘도 괜찮을까.

당연하다. 신호등이 녹색불일 때 건넌다고 교육을 하는 것처럼, 핸드폰을 쓸 때도 ‘이러한 유해환경이 있고 피해를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바로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말해달라고 해야 한다.

아이들이 랜덤채팅을 하는 이유는 뭘까. 연령에 따라 이유가 다를 것 같다.

초등학생같이 연령대가 어릴 경우 호기심으로 접근할 수 있다. 특히 돌봄이 부족해서 심심한 아이들이 랜덤채팅을 한다. ‘왜 들어갔니’ 물어보면, 대부분 심심해서 혹은 호기심 때문에라고 말한다. 특히 방학엔 학교도 안 가고 심심하니까 들어가 본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성인은 ‘예쁘다’고 칭찬하면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모든 것을 다 해주니까 금방 빠지게 된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이라도 퇴근하고 아이에게 충분히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사춘기가 지나면 아이들에게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교제 욕구가 있다. 또 부모님과의 마찰이 있거나 입시 등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을 때도 게임처럼 랜덤채팅을 한다.

아이가 랜덤채팅 관련 피해를 당하지 않게 부모님이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피상적인 관심이 아니라 ‘진짜 관심’. 기본적이지만 직장 다니는 부모님에게는 쉽지 않다. 아이가 현재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살피고 아이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경청할 때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부모가 기다려야 한다. 만약 이런 관심이 없다면, 아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경험이 없어서 말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사건은 더 커진다. 아이는 얼마든지 잘못할 수 있다. 그럴 때 혼날까봐 말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한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부모님 자신이 젠더관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내 자식이 성착취 피해를 받으면 당사자 부모님이 받는 충격이 엄청나게 크다. 그러면 일반적인 사회의 관점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네가 잘못했지’라고 한다. 아이는 가해자에게 받은 피해보다 부모님에게 받는 비난에서 더 큰 상처를 받는다. 피해 아이의 회복을 위해서는 부모님이 성착취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참 중요하다. 아이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대하는 어른으로서 아이를 대하는 부모로서 담아주고 받쳐주고 울타리가 되어줘야 한다. 그런데 젠더관점이 없으면 아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비난하고 그런 부모님들 많이 있다.

부모님의 태도에 따라 피해를 당한 아이들의 회복도 다를 것 같다.

부모와 아이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돼 있으면, 피해 아이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온라인 성착취 피해를 당한 아이들 중 부모상담을 하시는 분이 있고, 안 하시는 분이 있다. 안 하시는 분이 훨씬 더 많다. 최소한 상담을 받아보려고 하시는 분은 아이에게 관심이 많고 노력하는 분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대부분 예후가 좋다. 부모님이 저희와 상담하면서 집에서도 많이 노력하시니까.

저희가 심리상담을 지원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1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은 아이가 가정에서 보낸다. 심리상담을 아무리 잘 해도 가정에서 아이를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가 중요하다. 부모님이 노력하시면 이 아이는 굉장히 좋아진다.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취업을 한다든지, 대학에 간다든지 일상을 회복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실 말씀.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심리지원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기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더 나아가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도록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가 성착취를 당하면 외상(外傷)을 당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이후 잘 해결되지 않으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올 수도 있다. 그러지 않도록 부모와 기관, 정부, 사회가 외상 후 성장(PTG)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자기표현을 하고, 연대와 지지를 통해 일상으로 회복하게 말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