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와 배제가 학습되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사회적 배제’에 대해 취재를 하다 보니 떠 오른 기억이 있다. 언젠가 SNS에 올라온 ‘49세 이상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는 식당 사진이었다. 당시 ‘노키즈존 (No Kids Zone)’을 내세운 카페와 식당들이 있었기에 출입금지 대상을 49세 이상으로 한 곳도 있나 보다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게 기억났다. 

‘노키즈존’은 어린이 출입을 금지한다는 의미이지만 정확히는 특정 나이 이하 어린이를 대동한 엄마들을 대상으로 했다. 카페나 식당에서 그 공간에 맞는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을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두둔하는 엄마들을 겨냥한 거였다. 

아이 동반 손님들이 다른 손님들의 불만을 사고 발길도 끊게 하자 일부 카페나 식당에서 그런 안내장을 붙이고 출입도 제한했다. 심지어 일부 대중은 자기 아이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엄마들에게 ‘맘충’ 같은 별명을 붙이고 조롱했었다. 

‘49세 이상 출입금지’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했다. 다른 손님들은 안중에도 없는 아저씨 손님들을 겨냥한 건 아닐까 하고. 그런 아저씨 손님들을 불편해하는 젊은 손님들을 배려(?)한 식당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2019년 6월 초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 관악구의 어느 실내 포차에 붙은 안내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19년 6월 초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 관악구의 어느 실내 포차에 붙은 안내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49세 이상 출입금지’에 담긴 사연은

2019년 6월 초쯤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 서울 관악구의 한 실내포장마차에 걸린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안내문에는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은 SNS를 통해 이슈가 되었다. 

49세 이상이었던 기자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기분이 상하는 한편 그리 낯설진 않았었다. 그렇게 콕 집어 말하는 곳은 없었지만 가끔은 환영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 식당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안내문의 자초지종을 다룬 기사도 여럿 있었다. 그 포차는 중년의 여성 혼자 운영하고 있었는데 유독 중장년층 남자 손님들이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혼자 일하는 상황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아무튼, 출입문에 붙어 있는 그 안내문을 읽고 들어갈 용기가 있는 49세 이상의 손님이 있었을까.

그 포차의 현재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현재 상황은 어떤지 알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신 식당을 운영하는 어느 여사장에게 그 안내장을 보여주고 느낌을 물어보았다.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게 못 할 거예요.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을 가리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거든요.”

서울 강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 (여, 45세)의 말이다. 그녀는 포차 사장이 선택하고 싶은 단어는 따로 있었을 거라 했다.

“술과 안주를 파는 주점이니 거나해진 손님들이 선을 넘는 경우가 간혹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진상’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었겠지만 그냥 나이를 언급한 거 아닐까요?”

2021년 4월 27일 경기도 성남의 한 식당가.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년 4월 27일 경기도 성남의 한 식당가.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거부당하거나 거르거나

50대 이상이 멤버로 있는 커뮤니티 여러 곳에 혹시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배제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무도장에 다녔던 경험들을 언급했다. 젊은 시절에는 ‘나이트클럽’을 다녔었는데 어느 순간 출입을 못 하게 되더라 하는. 그런데 식당에서 출입을 거부당한 경험은 없어 보였다. 공식적으로는.

“안내문이 노골적으로 붙은 건 아니지만 눈치를 받은 업소는 꽤 있습니다. 알아서 들어오지 말라는 듯한.”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B씨 (남, 59세)의 말이다. 그의 회사는 최근 젊은 층이 즐겨 찾는 곳으로 뜨고 있는 지역에 있다.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이 많아 SNS에 올릴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고.

“얼마전 수제맥주 집에서 친구들과 2차 할 때 경험이에요. 젊은 친구들이 들어오더니 우리 테이블을 보곤 그냥 나가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주인 눈치가 보이더라니까요.”

서울 신논현역 인근의 회사에 다니는 C씨 (남, 54세)의 말이다.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거리에서 일하다 보니 카페나 식당에서 나이 많은 손님을 거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일부러 그런다거나 원칙을 정한 식당 사장님은 없을 거예요. 다만 자기 식당에 더 도움이 되는 나이 층은 있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진 않을까요? ”

위에서 인터뷰한 식당 주인 A씨의 말이다. 그녀는 저녁 개시 손님이 중요하다고 했다. 젊은 손님이면 젊은 손님들이, 중장년 손님이면 중장년 손님들이 뒤를 잇는다고 했다. 그래서 약간의 반칙도 썼다고.

“(코로나19 전에는) 손님이 어느 정도 차면 예약석을 활용했어요. 식당을 운영한 지 5년쯤 되니까 들어오는 손님들 분위기만 보면 술 많이 마시고 시끄러울지 알게 되더라고요. 소란스러울 손님 같으면 예약이 다 찼다고 하는 거죠. 물론 반칙이었죠. 다른 손님들을 배려한.” 

지도앱으로 검색한 수도권의 '노키즈존'. (출처: 카카오맵 캡처)
지도앱으로 검색한 수도권의 '노키즈존'. (출처: 카카오맵 캡처)

거부당하거나 거르거나

혹시나 해서 지도 앱으로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 혹은 ‘49세 이상 출입금지’와 같은 검색어를 입력해 보았다. ‘노시니어존’ 등은 아무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노키즈존’은 수도권에만 수십 곳의 카페와 식당이 있었다. 지도에 등록이 되지 않았거나 전국으로 범위를 넓힌다면 그 숫자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검색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노시니어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대놓고 금지하는 곳은 없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필터로 거르는 곳은 분명 있으니까.

어쩌면 서로 안 보는 게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거르다가 어느 수준까지 거르게 될지 우려도 된다.

“한순간 편하기 위해 거부하고 배제하다가 우리 사회가 영원한 단절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됩니다.” 

서울 종묘 공원을 찾는 노인들을 위한 노인 복지 사목을 20년 넘게 하고 있는 종로성당 최성균(70세) 신부의 말이다.

사실 대놓고 출입을 금지당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사회적 배제’가 더욱 공고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당한 배제의 경험 때문에 배제를 사회에서 필요한 덕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

만약 그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자란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나이나 세대로 경계를 긋는 사회적 배제가 더욱 심해지는 건 당연할 테고.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