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대여부터 특전제작까지 개인 사비로 충당
- 정액제 구독으로 아이돌과 SNS로 소통하기도
- 아이돌 팬덤, 팬덤문화 향유하며 소속감 중시해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멋있고 귀엽고 다 하는 내 아이돌 좀 보세요.”

홍대역, 교대역 등 대형 역사에서 매주 전광판 광고를 마주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형형색색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돌 생일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돌 팬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스타를 홍보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광고판에 스타의 얼굴을 내걸거나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 또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이나 길을 조성하거나 별을 사기도 한다. 팬덤의 덩치가 커지자 이들의 영향력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버스 광고부터 전시회까지 MZ세대의 팬덤문화에 대해 취재했다

정성껏 포토카드를 꾸며 음식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팬들의 ‘식사예절’이다. (사진제공=김유진)
정성껏 포토카드를 꾸며 음식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팬들의 ‘식사예절’이다. (사진제공=김유진)

팬들이 식사를 하기 전에 하는 ‘식사예절’이 있다. 바로 포토카드와 함께 식사 인증샷을 찍는 것이다. 아이돌의 앨범을 구매하면 앨범과 함께 반명함 사이즈 정도의 포토카드를 제공한다. 제공받은 포토카드를 고이 모시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꾸며 나만의 포토카드를 만드는 것이 요즘의 팬덤문화이다. ‘최애(‘최고로 애정하는’의 준말)’를 귀엽게 꾸미고 서로의 사진을 어떻게 하면 내 아티스트의 사진을 더 잘 꾸밀 수 있을지 공유하기도 한다. 꾸미기에 소질이 없더라도 ‘포카홀더(포토카드를 넣어 보관할 수 있도록 꾸며진 카드집)’를 이용해 최애의 모습을 내 마음속에 저장할 수 있다. 꾸미는 것에 서툰 팬들을 위해 아예 포토카드 프레임을 구성해서 공동구매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마저도 잘 만드는 ‘금손( 일부 팬들 중 포토샵을 굉장히 잘하거나, 굿즈를 예쁘게 만드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말)’님의 공동구매는 소량만 제작해 선착순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잘리기 일쑤이다.

비록 사진이지만 ‘식사예절’로 아티스트와 함께 식사한다는 기분은 물론 소속감도 더 커진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르더라도 케이팝팬들이 모두 즐기고 공유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이러한 식사예절은 동세대 팬들에게 같은 소속감을 준다. 김유진(익명·24)씨는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더라도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즐기는 팬들만의 식사예절이라, 계속사진을 찍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액제로 아이돌과 대화 주고 받기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아이돌도 있지만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아이돌의 SNS 사용을 금지한 소속사도 있다. 반면 소속사에서 적극적으로 팬과 아이돌의 소통을 지향하는 서비스도 있다. 팬들과 소통을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채팅앱을 만들어 팬들과 해당 아티스트가 직접 채팅을 나눌 수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버블이다. 버블은 1:多 채팅서비스로, 구독을 하면 아이돌이 보내는 메시지를 개인 채팅창에 받을 수 있다. 다만 팬이 보내는 메시지는 아이돌이 보내는 메시지 1개 당 3번, 30자로 제한된다. 버블이 가장 유명하지만, 앱과 소속사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니버스’, 글과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위버스’ 등 소속사 마다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마다 구독료나 제공하는 서비스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팬들과 아티스트가 소통을 한다는 취지는 같다.

공식카페와 SNS와의 차별점은 ‘팬과 대화한다’는 것이다. 공식카페나 SNS에서는 연예인의 게시글에 팬들이 일방적으로 반응하는 반면, 버블은 월 정액요금(4,500원) 결제로, 스타와 사적인 대화의 느낌을 준다. 아티스트는 팬들의 메시지(3회, 3자 제한)을 모두 확인할 수 있고, 흐름을 파악해 메시지 내용에 맞게 다시 답장을 보낼 수도 있다. 

아티스트가 보낸 메시지를 읽으면 1이 사라지며, 사진과 음성도 받아 볼 수 있는 등 여타 메신저앱처럼 이용이 가능하다. 버블을 오래 구독할수록 아티스트에게 보낼 수 있는 글자 수가 늘어나고, 구독해지 후 재구독 시에는 30자 제한으로 초기화된다. 물론 공식 카페나 소속사에서 올리는 글과 사진도 있겠지만, 아티스트와 직접적인 연락을 주고받는 느낌을 팬덤을 결속시킨다.

버블을 구독한 김 씨는 “아이돌의 메시지가 여러팬들의 메시지에 포괄적으로 응답하는 느낌이 많아 둘만의 대화 같은 느낌이 난다. 친구와 수다떨 듯 연예인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쌍방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 같은 사용자 경험으로 팬들이 더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것 같다. 또 아티스트도 좀 더 사적인 대화를 올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사자 없는 생일파티

데뷔일, 발매일과 더불어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기념비적인 날은 바로 생일이다. 번화가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선 카페를 발견한다면 인기 있는 인스타 감성 카페거나, 혹은 아이돌 생일 카페이다. 생일 카페란 카페 하나를 통째로 대관해 생일 주인공과 관련된 사진과 물품으로 꾸민 곳을 말한다. 생일 카페의 주최자는 아이돌 소속사가 아닌 바로 ‘홈마’이다.

‘홈마(홈페이지 마스터)’ 홈마는 ‘대포카메라’로 통칭되는 고가의 장비를 들고 아이돌의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다. 이후 원본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해 자신이 운영하는 팬 페이지나 SNS에 올리며 자신과 같은 팬들을 끌어 모은다. 홈마가 사비를 들여 카페를 대관하고 컵홀더 맞춤 및 특전 제작까지 개인이 진행한다. 생일자와 관련된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기도 한다. 팬들은 마치 아이돌의 생일파티가서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생일카페 방문 및 축하한다.

운이 좋으면 생일 당사자를 생일카페에서 볼 수도 있다. 공식 계정이나 목격담으로 방문 인증샷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최애의 생일에 생일 카페 투어를 도는 것이 당연한 행사가 되었다.

생일파티를 테마로 꾸민 아이돌의 생일 카페 .(사진제공=이주희)
생일파티를 테마로 꾸민 아이돌의 생일 카페 .(사진제공=이주희)

당연히 카페에서 선곡하는 노래는 아이돌의 수록곡이다. 생일 카페에서는 음료를 주문하면 특전을 제공한다. 마치 팝업스토어처럼 최애가 프린팅 되어 있는 컵홀더부터 최애의 사진을 꾸밀 수 있는 포토 카드 프레임, 포토매틱 엽서, 최애의 증명사진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물론 같은 생일자라고 해도 카페마다 굿즈가 다르므로 팬들은 하루 안에 모든 생일 카페를 섭렵하려 한다.

생일카페의 운영시간과 장소 등을 갈무리해서 선착순 특전배부 오픈시간에 맞춰 카페를 돌며 특전을 다 받고 오기도 한다. 생일 카페에 모인 사람들은 특전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굿즈를 서로 공유하고 나누기도 한다. 휴대폰 스트랩, 키링, 떡메모지 등 실용적인 굿즈들을 함께 판매하기도 한다.

생일카페는 생일을 포함해 일주일 정도 행사를 진행하며, 넉넉히 10일간 행사를 하기도 한다. 짧아도 3일 이상 진행하며, 길게는 2주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카페를 대관할 경우 기간에 따른 대관비를 따로 지불해야하지만 생일카페의 경우 장소대관비를 음료수입비로 해결하기도 한다. 카페운영자는 카페홍보목적으로 대관을 허락해주기 때문에, 대관비를 팬들이 구매한 음료비로 충당한다. 아예 대관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가 존재하기도 한다.

지방에서 살고 있는 팬의 경우 시간 내서 서울에 있는 모든 생일카페를 투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거주나 스케줄 등의 이유로 생일카페방문이 어려운 팬은 다른 방법으로 생일을 기념한다. 아이돌의 대표색 등으로 제작된 맞춤케이크를 주문해 축하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해 서로 축하하고 즐긴다.

현대미술만 전시하나요? 아이돌 전시회도 있답니다

유료 전시회를 여는 홈마도 있다. 전시된 사진을 경매에 붙여 팔기도 하고 전시장에서 굿즈를 판매하기도 한다. 홈마들이 연합으로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홈마가 찍은 사진을 2차 가공해 달력, 다이어리, 담요 등의 굿즈를 만들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팬과 컨텍해 인형, 손거울, 스티커, 부채 등의 물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전시회는 아이돌의 생일, 데뷔일, 혹은 빌보드 달성 등 기념일이 있는 주의 주말 이틀, 최대 3~4일 동안 열린다. 전시회장을 대여해 액자와 사진으로 꾸며 전시회를 갖춘다. 기념일에 전시회를 열기로 마음먹었다면 홈마는 최소 반년~한 해 전부터 준비하고 기획한다. 홈페이지 마스터활동으로 수익을 내지 않으니 통신판매로 수익을 낸다. 액자나 사진으로 다이어리와 달력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포토카드와 영상을 4~5만 원 선의 금액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은 금액은 장소대관비로 이용하거나 혹은 아이돌 서포터의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무료로 전시회를 제공하는 홈마도 있지만, 유료로 전시회를 기획하는 홈마도 있다. 선착순으로 예매를 받고 선입금 특전으로 티켓, 각인반지, 팔지 등을 지급해주기도 한다. 유료 전시회라고 해도 입장료는 커피 값 정도의 가격밖에 안한다. 본격적으로 기획, 제작해서 대형전시회를 열게 되었다면 만 이천 원~이만 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기도 한다. 

전시회는 주최자부터 스텝까지 전부 해당 아이돌의 팬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은 스텝들에게 굿즈와 식사를 제공하고 질서정리와 굿즈 배부 등의 일을 부탁한다. 하지만 반대로 입장료를 내고 스텝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몇 차례 전시회 스텝으로 일 한 적이 있는 이주희(익명·25)씨는 “사람들의 구경하는 것도 재밌는데 행사를 즐기면서 이끌어가는 것도 보람차다. 스텝 업무를 하면서 짬짬이 전시 작품도 볼 수 있다. 돈 받으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편하고,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도 더 좋다. 스텝으로 일하며 에너지를 받는 게 좋아서 스텝 일을 하고 잠 잘 틈 없이 바로 근무하러 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팬덤활동은 인생의 사랑과 낙이자 조그만 즐거움이다.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힘내서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옛날엔 ‘빠순이’라면서 팬덤문화를 비하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문화트렌드로 인정하고 외국인들도 한국의 팬덤문화를 좇는다”고 전했다. 방구석에서 TV보는 아이돌 팬들은 이제 문화트렌드를 주도하고 향유하는 거대 집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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