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선 논설고문
​강응선 논설고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강응선] 알콜중독, 마약중독 같은 사회병폐 현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최근 들어 ‘실업급여 중독’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결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특히 청년층을 대상으로 퍼져나가고 있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알다시피 고용보험제도란 제대로 직장을 다니다가 예상치 못한 보험사고(실직,실업)가 발생했을 때 다시 직장을 얻을 때까지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생활비를 지원해주면서 적극적인 재취업활동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보험이라는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이 실업급여의 재원은 취업 당시 근로자 당사자와 고용주가 공동으로 부담해 만든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부가 국민들의 경제생활보장을 위해 직접 관리하는 의무가입 보험인 셈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과 함께 ‘4대 사회보험’으로 일컫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1993년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입대상이나 급여범위 등에서 많은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어지간한 근로자들에게는 실직 같은 불의의 사태에 대비해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층분히 수행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뿌리를 박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실업급여를 타먹는 사람들이 수만명에 이르고 있다 하니 이는 더 이상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실업급여 대상자 중 직전 5년간 3회 이상 수급을 받은 사람이 무려 9만 4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2017년 7만 7천명에서 22%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정부가 2019년 10월에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 기간을 늘린 이후 2020년부터 실업급여 수급액(181만원)이 최저임금(179만원)보다 많아지면서 생긴 기현상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취업계층 청년들 사이에선 직장에서 6개월 이상 일하다가 ‘비자발적 사유’로 퇴사하고 이후 최소 4개월이상 실업급여를 받겠다는 게 무슨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실업급여 중독’을 부추긴 셈이다.

이렇게 실업급여 중독자가 늘어나는 것을 방관할 경우, 그 여파는 세가지 관점에서 문제시된다. 첫째, 대다수 근로자들이 열심히 적립한 고용보험기금을 갉아먹는 꼴이다. 매달 봉급의 0.8%를 근로자 수입에서 떼어내 고용보험기금에 적립하는데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세금을 내는 것과 진배없다. 따라서 대다수 근로자들의 혈세를 소수의 중독자들이 뺐아가는 셈이다. 둘째,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회사정리, 해고, 권고사직 등 자신의 의사와 달리 실직당했다는 ‘비자발적 사유’가 입증돼야 하므로 이들 중독자 들은 평소에 업무를 일부러 게을리하여 회사로 하여금 본인들을 해고하도록 유도한다. 사실상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게 된다. 셋째, 대다수 성실히 일하고 있는 젊은 근로자들에게 전염병을 옮기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대부분의 중복 수급자들은 피치 못한 사정에서 그나마 실업급여 같은 사회적 지원에 한가닥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지금 같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는 더욱 너그럽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실업급여 중독자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수급횟수 제한 등을 예고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막상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해서 의도적이고 습관적인 실업급여 중독자들에 대해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상시 색출하고 예방하는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프로필>

▲ 서울상대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 제 16회 행정고시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조정 4과장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MBN 해설위원

▲ 시장경제연구원장

▲ 고려대 초빙교수

▲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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