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아동 성범죄 기승...현직 초등교사 인터뷰
“환경 개선되지 않으면 초등생 SNS 해선 안 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아이들의 신변보호 때문에 저희 선생님들은 SNS를 통한 아동 성범죄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정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아동 성범죄가 꼭 근절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지난해 상반기를 달구면서 SNS를 통한 아동 성범죄가 가시화됐다. 가해자 신상공개와 처벌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관련 법이 제정됐으나 비슷한 사건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아동·청소년 인권단체 탁틴내일이 지난 4월 5일부터 27일까지 모니터링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아동청소년 인권보호단체 탁틴내일에 따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성착취 물 판매, 청소년 대상 성매수 제안, 아동·청소년 성착취 관련 텔레그램 방 공유 등이 버젓이 이뤄졌다. 미성년자들이 성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지만 단속은 쉽지 않았다. 트위터에서는 28.5%, 페이스북 29.6%, 인스타그램 52.9% 정도만 계정 또는 게시물 삭제됐다.

SNS의 발달이 도리어 아동·청소년 성범죄로 악용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현장을 메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초등교사 A씨는 29일 <뉴스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SNS로 친구와 대화도 나누고 싶겠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초등학생들이 SNS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NS에 게재된 성매매 알선 글. (사진=A씨 제공)
SNS에 게재된 성매매 알선 글. (사진=A씨 제공)

어린이 대상 SNS 성범죄, 현장에서 더 심각

아이들은 대부분 친구들과의 소통이나 게임 ID 생성 등 순수한 목적으로 SNS를 시작한다. 하지만 불법 성매매 관련 게시글이나 청소년 유해 사진·동영상 등이 파다하게 퍼진 환경에서 어린 초등학생들은 성범죄의 표적이 된다. 실제로 A씨가 본지에 제보한 자료에는 성매매 관련 불법 SNS 게시물이 한가득이었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A씨는 매체에 보도된 것보다 아동 성범죄 문제가 현장에서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그는 “주변 동료 교사들로부터 자신의 학교에서 아동 성범죄 피해가 있었다는 증언을 들었다. SNS를 통해 만난 성인 남성에게 학생이 성폭력을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피해 아이 신변 보호 때문에 말할 수 없어 (대중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을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한 교육 현장에서의 조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매년 진행하는 정보통신윤리교육은 물론 가입한 SNS를 강제로 탈퇴시키는 조치도 진행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A씨는 “초등학생들이 SNS 가입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시는 학부모님들도 많다”며 “SNS 강제 탈퇴도 일부 학교에서 조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 14세 미만 가입 금지 조치는 무용지물 수준이다. 익명성이 강한 트위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SNS는 만 14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역시 초등학생의 가입을 금한다. 국내에서는 휴대폰 인증 등의 절차로 비교적 어린이의 가입이 까다롭지만, 해외 SNS는 특성상 가입 절차는 크게 어렵지 않은 게 현실이다.

A씨가 게재한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A씨가 게재한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기업도 아동 성범죄 나 몰라라 하면 안 돼

SNS를 통해 자행되는 아동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기업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A씨는 말한다. 그는 ▲ 관련법 제정 ▲ 아동 성범죄 발생 시 적극적 공조 수사 ▲ 아동 성범죄 게시물을 막기 위한 기업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법 제정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국회에 청원을 제기했다.

청원에는 성범죄자의 SNS 가입이나 랜덤 채팅을 금지해 어린이에 대한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및 이동통신사가 소셜 미디어사와 협력해 성범죄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성범죄자를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게 내버려두는 기업 역시 책임을 져야 하고, 어린이 가입을 방지하기 위한 본인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

A씨는 “미국 같은 경우 페이스북에서 범죄가 발생 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느껴진다”며 “외국계 기업일지라도 이곳에서 일어나는 아동 성범죄를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 교사들이 말할 수 없는 많은 아동 성범죄가 아직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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