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일어나도 대체 회사 없어 ‘안정불감증’ 및 ‘솜방망이 처벌’ 우려

[뉴스포스트= 이미정 기자] 고리원전1호기의 정전 사고 발생 후,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전KPS가 원전 정비를 사실상 독과점 해온 것으로 나타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KPS는 우수한 정비 능력을 자랑하며 국내 원전의 정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업체다. 문제는 한전KPS가 지나치게 독보적이라 해당 업체를 대체할 후발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 한전KPS 사옥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의 원전 정비 독점 구조가 향후 원전 안전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전KPS를 대체할 만한 회사가 없어 문제가 발생해도 계약 해지 등의 강력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원전 정비 독과점
‘제2의 원전사고’ 불씨될라

한전KPS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지난해 2월 18일 약 2,217억3,250만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한전KPS는 핵연료 설비를 비롯한 발전 설비 기계·전기 분야의 점검·정비, 보호계전기 시험, 경수로 및 중수로 업무, 소방설비, 방사선 관리설비 등 국내 원전 21기 중 20기의 정비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도맡았다. 평상시와 비상시 정비업무 또한 한전KPS의 책임 하에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한전KPS가 모든 국내 원전 정비 분야를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공개 공모 방식으로 정비 업체를 선정하지만, 한전KPS만큼 정비 기술과 인력을 가진 업체는 사실상 국내에 없다”면서 “원전은 특수성상 안전이 가장 최우선시 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비 분야에 오랜 경륜과 전문성를 가진 한전KPS에 거의 모든 부분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지난 달 정전 사고를 일으킨 고리원전 1호기.  

알려진 바에 의하면, 국내 원전의 전체 정비를 맡은 경험이 있는 회사는 한전KPS와 울진 원전 3호기의 정비를 맡은 석원산업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10년 전부터 원전 정비 회사 5곳을 대상으로 육성정책을 펼쳐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진척사항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발전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전KPS가 정부의 압박으로 민간업체와 기술교류 등의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한전KPS 측이 자기 밥그릇을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외부에서는 한전KPS의 독과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전KPS의 독과점이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봐주기’식 행정이 일어날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전KPS가 중대과실을 일으켜도 대체할 만한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 원전 안전에 대한 기반이 튼튼하지 않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에 정전 문제를 일으킨 고리1호기의 사고 원인인 보호계전기 시험과 디젤발전기 정비·관리는 모두 한전KPS 담당이었다. 현재 한수원은 정전사고의 원인을 당시 보호계전기 시험 검사를 맡은 한빛파워 측에 책임을 돌린 채 정작 비상 디젤발전기의 전기 기계 정비 책임을 맡은 한전KPS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한수원 측은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기에 현재까지 한전KPS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는 어렵다”며 “현재까지 그와 관련해 한전KPS에 제재를 가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한수원이 만약 한전KPS 측의 정비 소홀을 확인해도 계약해지 등의 강력 처벌을 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한전KPS는 지난해 5월 26일 서울 중구 STX남산타워에서  STX에너지와 국내외 발전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태성은 한전KPS 사장, 이희범 STX중공업·건설 회장, 이병호 STX에너지 사장.

한편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의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9일에 고리 3·4호기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한전KPS 직원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외부 전력이 모두 차단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해당 사고의 원인은 한수원의 감독자가 없는 상황에서 외부 협력업체 한전KPS 분임조장이 전기가 끊기지 않은 전력 공급선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게 원인이었다.

그 당시 한전KPS 작업조장은 한수원 감독자에 점검 내용을 상의하지 않은 채 분임조장에게 점검 작업을 모두 떠맡겼다고 알려졌다. 

한전KPS의 정비 독과점 구조가 향후 또 다른 원전사고를 불러일으키는 불씨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전KPS 측 입장

“우수 업체가 정비 맡는 건 당연”

한전KPS 측은 정비 독점구조와 관련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KPS 관계자는 지난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전 설비는 무엇보다 안전이 담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 있는 회사가 정비를 맡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며 “우리는 정당하게 공개입찰에 참여해 수주를 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우리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민간기업과는 다르다”며 “수익 창출만을 우선시하는 민간기업과는 달리 공기업인 우리가 수주를 많이 했다고 해서 직원들 성과급을 많이 주는 등의 이익을 챙기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고리원전 사고 이후, 더 강화된 정비대책과 관련해서는 “작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종합대책을 마련한 바는 있지만, 고리원전사고 이후에는 특별히 강화된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고리원전1호기 사고와 관련해서는 “해당 업체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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