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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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급격히 올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열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35%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의 반발 속에 민주당이 전체회의를 열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이 법안은 심의 과정이 파행이었을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어서 졸속 법안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말에 발효된 파리협정에서는 협정에 참여한 196개국이 5년마다 더 강화된 NDC를 제시하고 2023년부터 5년마다 전지구적 차원의 종합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을 받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으로 임해 국제사회로부터 ‘악당’이라는 혹평까지 들어온 우리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 감축 목표치를 상향조정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도와 실현가능성이 문제다. 이행상황을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목표를 높여 나가도 될 텐데 목표를 당초의 2017년 대비 24.4%에서 35%로 일거에 대폭 올리고 이를 법률로 명시하기까지 하니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솔직히 걱정이다.

실현 가능성 희박한 추진 방안들

국가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대안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1단위에 소요되는 에너지 양(에너지 원단위)을 줄이거나,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온실가스 배출계수가 낮은) 에너지원을 채택하거나, 아니면 GDP 자체를 아예 줄이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는데 이는 GDP 감소가 절대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GDP 감소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자체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가적으로 경제규모 축소와 실업 증가 등의 고통을 수반하는 만큼 일부러 채택하기는 어렵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에너지원단위를 낮추거나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낮은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산업, 전환, 수송, 공공 등의 분야에서 각 주체들은 에너지 원단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저소비형 설비를 채용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중장기 차원에서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도록 에너지믹스를 짜는 일에 있어서는 현실성 없는 방안들이 나오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을 어렵게 함은 물론 감축에 되레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보자. 여기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원자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205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순(純)제로로 하는 ‘시나리오 3’에는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완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70%까지 늘리는 극히 비현실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아도 태양광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금보다 12배 이상으로 늘리려면 대략 서울의 5배 되는 부지가 추가로 필요하다.

해가 비치지 않거나 바람이 없을 때 발전을 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백업 전원으로서 LNG 발전이 필수적인데 시나리오3에서는 LNG발전을 완전 중단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간헐성 문제를 완화하는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 설치 규모나 소요 비용 등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 재생에너지 관련 계통비용이나 ESS 등을 포함한 시스템 비용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2~3배 올라야 할텐데 이에 대한 언급도 없다.

원자력 배제해선 목표 달성 난망

기술과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소터빈, 암모니아 터빈 등을 ‘무탄소 신전원’으로 편성해 원자력발전의 거의 두배에 이르는 발전량을 할당한 것도 근거가 희박하다.

온실가스 흡수 수단으로 중시하고 있는 탄소 포집·이용·저장(CCUS)에 대해서는 흡수량 목표만을 의욕적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그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이나 기술적 한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정부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장밋빛 목표를 일단 제시해 놓고 차기 정부에 떠넘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야당과 많은 전문가들이 문제점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 수용해 철저한 재검증 절차를 가질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산출근거를 공개하고, 이념에 사로잡혀 우리가 기술력과 비용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원자력발전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을 시정하도록 해야 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 일본 고베대 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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