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겪는 자영업자와 시민들을 만나다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계속되고 있다. 23일부터는 수정 사항도 적용됐다. 4단계 지역의 식당과 카페는 영업 제한 시간이 밤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당겨진 것이다. 편의점도 9시 이후에는 내부와 야외 테이블에서의 음식 섭취가 금지된다. 술을 포함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물론 안 된다.

뉴스포스트는 23일과 24일 거리두기 4단계 상황을 오랫동안 겪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식당가를 찾았다. 식당 주인들이 영업 제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시민들은 시간제한과 인원 제한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지켜봤다. 이러한 영업 제한이 불러온 풍선효과는 없는지 그 이면도 살펴봤다.

(2021. 08. 23) 경기도 성남의 한 식당. 브레이크 타임 없이 영업하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08. 23) 경기도 성남의 한 식당. 브레이크 타임 없이 영업하고 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브레이크 타임은 사치

“요즘에는 점심 장사 매출이 더 큰 거 같아요. 장사 피크 타임은 술손님 많은 저녁이었는데 두 분끼리 오시면 간단한 식사와 반주 정도에 그치죠. 예전에 네 명으로 제한할 때가 그나마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남시 정자역 인근 A 고깃집 사장의 말이다. 코로나19 전에는 회식 공간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당시에는 점심 영업을 저녁 장사를 위한 홍보 차원으로 했었는데 지금은 점심 장사에 전력을 쏟는다고.

“재료비만 봐도 그래요. 명색이 고깃집인데 고기 매입은 확 줄고 다른 반찬 재료 관련 매입이 늘었거든요.”

정자역 인근은 대기업과 벤처기업, 그리고 관공서가 몰려 있어 그 직원들 식사 수요가 상당해 보인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 지나면 거리는 다시 한산해진다. 야외와 연결된 카페 앞에서 음료를 기다리거나 구석진 곳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만 보인다.

“영업시간이 줄어들어 브레이크 타임을 없애버렸습니다. 예전에는 점심 장사 마치고 3시부터 5시까지 쉬면서 저녁 장사 준비를 했거든요. 지금은 쉴 정도로 점심 장사가 힘들지도 않거니와 저녁 장사 재료를 따로 다듬지 않아도 돼요. 오전에 한 번 준비하면 점심 저녁 모두 충분하거든요.”

수내역 인근 한 초밥집 주인의 말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영업 제한을 겪으며 줄어들거나 없앤 것이 여럿 있다. 먼저 직원을 줄였다. 장사가 안되니 어쩔 수 없는 처사였다. 다음으로는 재료비가 줄어들었다. 신선도가 중요한 업종인 만큼 많이 들여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브레이크 타임을 없앴다.

식당 문을 두 시간 더 연다고 해서 손님이 늘어난 건 아니지만 어차피 일찍 문 닫아야 하니 가게 열어놓는 시간이라도 길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편 분당의 식당가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안내가 있다. ‘낮술 환영’이라는 문구다.

“회식은 주로 1차에 고기와 소주 드시고 보통 2차로 호프에 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시간제한이 있어서 저녁에 모이면 1차 할 시간도 빠듯하고요. 그래서 일찍 모이는 소규모 모임을 겨냥했죠. 특히 낮에 모이는 어르신들이 많은 거 같아서 ‘낮술 환영’ 안내를 붙였습니다.”

정자역 B 고깃집 주인의 말이다. 안내를 붙인 후 심심치 않게 낮술 손님들이 찾는다고. 4인 제한이었을 때는 4시 정도에 와서 6시가 좀 넘은 후 근처 호프로 2차를 가는 모양새였다고 한다. 하지만 6시 이후 2인 제한으로 바뀐 지금은 낮술 모임 시간이 더 당겨지는 추세라고. 근처 맥주 가게들도 시간을 앞당겨 연다고 덧붙였다.

(2021. 08. 23) 경기도 성남 한 식당의 낮술 환영 안내 .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08. 23) 경기도 성남 한 식당의 낮술 환영 안내 .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일찍 모여 일찍 헤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민들의 생활 방식도 바꾸고 있다. 24일 늦은 오후 성남시 분당 서현역 인근의 한 실내포차에는 50대 4명이 모임을 하고 있었다. 개인사업자 2명과 프리랜서 2명이 모였다.

“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었는데 4명이라서 점심때에 만났습니다. 식사 후 카페에 갈까 했는데 마침 문을 연 실내포차가 있길래 핑곗김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인간관계에 다이어트를 할 기회라고 했다. 사실 별 필요 없이 의무감에 만나는 모임이 얼마나 많았었느냐면서. 그러니 꼭 필요한 경우에만 모임을 하게 된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불편하다고 불평만 하면 해결이 됩니까? 어쨌든 적응해야지요. 아무튼, 요즘은 일찍 만나고 일찍 헤어지는 게 추세인 듯합니다. 저희처럼요.” 

한 참석자의 말이다. 이들은 자영업자나 저녁 문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영업시간 제한은 가혹한 처사이겠지만 굳이 저녁에 모임을 할 필요가 적은 중장년들이나 노년층에게는 크게 불편하지 않은 규제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이 있었다.

“뉴스나 기사를 보면 인원 제한에서 제외되는 2차 접종 완료 인원이 어르신들밖에 없다고 불평하는 데 기분 나빴습니다. 어르신들은 손님 아닌가요? 접종 완료된 계층을 손님으로 끌어들일 생각은 안 하고 정부의 방역 탓만 하는 것 같아요. 장사 되는 집은 되는데 말이죠.”

그들은 방역 지침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저녁 이후에 2인으로만 제한하는 건 다른 곳에서 풍선효과가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2021. 08. 24) 경기도 성남의 한 편의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저녁 9시 이후 편의점 내외부에서의 취식도 금지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08. 24) 경기도 성남의 한 편의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저녁 9시 이후 편의점 내외부에서의 취식도 금지했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규제는 대책 혹은 편법을 부르고

“편의점에서 취식을 제한하면 뭐해요. 술 사서 주변 공원으로 숨어드는데.”

성남시 분당 수내동 한 편의점 주인의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저녁 9시 이후 편의점 내외부에서의 음식 섭취를 금지한다. 예전에는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술 마시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지금은 공원과 같은 야외 공간에서 눈을 피해 여럿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등산로 입구 벤치에서 자정이 되도록 술 마시며 떠들더라고요. 결국, 112에 신고했죠. 행패 부리냐 혹은 얼마나 시끄럽냐 묻기에 4명이 모여 있다고 하니 바로 출동한다고 하더라고요.”

성남 불곡산 입구에 사는 50대 김모씨의 말이다. 그가 사는 주택가는 야산 근처라 밤이면 조용한데 요즘에는 소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사적 모임을 두 명으로 제한하니 세 명만 되도 갈 데가 없어진 사람들이 공원이나 등산로 입구 같은 야외 장소로 모이는 거 아니겠냐고 그는 덧붙였다.

(2021. 08. 24) 경기도 성남시 분당 불곡산 입구. 주택가와 접한 이곳에 밤 늦게 술자리가 펼쳐지곤 한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2021. 08. 24) 경기도 성남시 분당 불곡산 입구. 주택가와 접한 이곳에 밤 늦게 술자리가 펼쳐지곤 한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코로나19와 함께?

주로 유흥업에 코로나19 규제가 집중되는 건 그만큼 감염 위험이 큰 밀폐공간에서 영업하기 때문이다.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곳만 봐도 식당과 주점 그리고 노래방 등에서 많이 터진다. 짧은 순간이라도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공간들이다.

하지만 같은 밀폐공간이라 하더라도 대중교통이나 영화관에서의 집단 감염 소식은 상대적으로 적다. 마스크 쓰기 같은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24일 전 국민의 70%가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시점부터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즉 '코로나와 함께 살기'로 방역 체계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이 힘드니 여느 독감처럼 대응하자는 취지다. 

방역 피로감이 높아진 지금 귀가 솔깃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백신 맞고 마스크 쓰는 기본적인 방역 수칙은 계속 지켜야 할지도 모른다. 개인의 방역 수칙 실천이 중요한 시대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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