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사건 2011년보다 7.3배 급증...기소율은 감소
신고 꺼리는 문화와 소극적 수사, 재범으로 이어져

‘가정폭력’은 가정사의 일부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 고함,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폭력이 아닌 조금은 과격한 부부 싸움으로 인식돼왔다. ‘남의 가정일에는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회 분위기, 가족을 경찰 등에 신고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가정폭력을 키웠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가정폭력의 현 상황을 점검해하고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 김수경(가명·37) 씨는 최근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경험을 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내용이 방영된 탓이다. 학창시절 겪었던 가정폭력이 어제 일같이 떠오른 그는 TV를 끄고 말았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가정폭력은 증가하는데 기소율은 감소

‘가정폭력’이란 가족 구성원(배우자, 전 배우자,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계부모 등)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가 따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같은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과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은 총 22만 578건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만 4만 4,194건의 사건이 발생했고, 5만 2,128명이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2011년 7,272건에서 2019년 5만 9,472건으로 7.3배 증가했고, 검거 인원은 8.2배 늘었다. 

이같이 가정폭력 사건이 급증하는 반면 기소율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재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1년~2015년 가정폭력 발생률은 8배(2,939명->2만3,984명)나 늘었지만 기소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가정폭력 검찰 기소율은 2011년 18% 2012년 15% 2013년 15% 2014년 13% 2015년 9% △2016년 8.5로 집계됐다. 가정폭력은 신고를 해도 제대로 처벌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부분 형사사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

가정폭력 문제의 본질은 저조한 신고율과 높은 재범률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사건의 신고율은 1%대로, 기소율은 9%대로 보고 있다. 결국 가정폭력을 겪은 1,000명 중 10명만이 신고를 하며, 그 중 한건만 처벌을 받는 셈이다. 재범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드러나기 어렵다. 단순히 부부간의 다툼 등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사회적 인식은 주변인의 신고를 망설이게 하며, 피해자 역시 가정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또한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탓에 가정폭력은 은폐되고 축소되기 쉽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어렵사리 신고를 하더라도, 가해자는 협박·회유 등으로 처벌을 피하고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이  발생해 112에 신고를 하면 경찰이 출동해 가해자·피해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사안의 중대성과 행위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건을 접수한다. 이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정보호사건’ 의견으로 가정법원에 넘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당수 가해자들은 상담, 사회봉사 위주의 보호 처분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데,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더라도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되면 전과가 남지 않는다.

가정보호사건은 담당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 검사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가정폭력 범죄로서 사건의 성질·동기 및 결과,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 등을 고려해 보호 처분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다. 다만 가정폭력처벌법에 ‘피해자 의사 존중’ 조항의 영향으로 수사기관이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의사 존중 조항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의사표시를 할 경우를 말한다.

이런 탓에 제도의 개선이 없다면 가정폭력의 재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가정폭력사범의 재범률은 급증했다.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사범의 재범률은 2015년 4.7%에서 2020년 12.6%로 증가했다. 가정폭력 범죄의 은폐성을 고려하면 실제 재범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개선하는 관련 법안은 이미 여러 차례 국회에 발의됐지만 계류된 상태다. 강선우 의원은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송기헌 의원은 검사가 가정폭력 사건 처분 전 관할 보호관찰소에 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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