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직 그대로 갖춘 디아블로2 레저렉션 리마스터 버전 출시
로스트아크·배틀그라운드 제치고 PC방 점유율 3위에 올라서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 직장인 한병민(37) 씨는 퇴근 후 PC 앞에 앉기 바쁘다. 중학교 동창과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서 고수가 초보를 도와 경험치를 쌓고 레벨 업을 도와주는 이른바 ‘쩔’을 약속했기 때문. 과거 PC방에서 친구들과 디아2를 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주말이면 게임으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 게임 화면. (사진=한병민 씨 제공)
디아블로2 레저렉션 게임 화면. (사진=한병민 씨 제공)

20년 만에 돌아온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3040세대의 학창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원작을 즐겼던 30~40대 유저들은 밤을 새워 게임을 할 정도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매력의 흠뻑 빠졌다. 

한 씨는 “디아2는 게임 문화를 도박처럼 여기던 어른들 사이에서도 꾸역꾸역 PC방에 가서 하던 세대의 추억의 게임이다”며 “과금을 유도하는 국내 게임에 지친 3040에게 블리자드의 리마스터 버전 발매는 하나의 탈출구이자 추억의 재탄생이다”고 말했다. 
 

(사진=게임트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게임트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 같은 인기는 PC방 점유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PC방 시장조사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6일 기준 PC방 점유율 8.12%를 기록하며 3위에 올라섰다. ‘로스트아크’(6.14%),  ‘피파온라인4’(4.92%),  ‘배틀그라운드’(4.42%)를 뛰어넘은 수치다.  

점유율 43.16%로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와의 간격을 좁히긴 어렵지만, 8.24%로 2위인 서든어택과는 1%의 차이도 나지 않는 상황이다. 21년 전 게임이 PC방 점유율 3위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이례적이며, 원작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4일 디아블로2와 확장팩 ‘파괴의 군주’를 포함한 리마스터 버전 액션 RPG ‘디아블로2: 레저렉션’를 출시했다. 최대 4K의 해상도와 7.1 돌비 서라운드 오디오 등을 갖춰 최신 게이밍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개발됐다. 

‘디아2’의 오리지널 그래픽을 만나볼 수 있는 ‘레거시 모드’와 ‘유니크’, ‘룬워드’ 등의 아이템을 그대로 갖췄다. 특히 2000년 당시와 동일한 게임 로직을 수행할 수 있는 오리지널 게임 엔진으로 구동돼 더욱 반가움을 샀다. 

직장인 이상우(41) 씨는 “기존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 화면을 좋게 한 리마스터 형태로 내줘서 이만큼 반가운 것 같다”며 “e스포츠의 시작이면서 과거 PC방을 뜨겁게 달궜던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요소를 담고 있어 즐겁다”고 전했다. 

                  (사진=디아블로2 아이템거래 및 커뮤니티 카오스큐브 갈무리)
                  (사진=디아블로2 아이템거래 및 커뮤니티 카오스큐브 갈무리)

일부 모바일 게임이 무한 과금 등 과도한 과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패키지 비용만 지불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흥행 요소 중 하나다. 

게임이 인기를 얻자 온라인 아이템 거래도 활성화됐다. 직장인 강인구(42) 씨는 “디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이 없었는데 레저렉션 출시 후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엄청나다”며 “유저들 간의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니 스릴감이 들고 20대로 돌아간 느낌이다”고 밝혔다. 

심현호(35) 씨는 “게임 값보다 더 비싼 아이템이 나올 때 가장 뿌듯하다. 결과적으로는 돈을 받으면서 게임하는 꼴이 됐다”고 얘기했다. 

반면 바쁜 일상 때문에 게임을 시작하지 못하는 직장인도 있다. 40대 워킹맘 박은정(41) 씨는 “디아블로는 대학교 졸업 후 가장 힘들었던 시절의 탈출구였다”며 “지금은 회사의 팀장으로 가정의 엄마로 게임 할 시간이 없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게임을 하며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고민을 회피했었지만 현재는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다”며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말이 맞더라.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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