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열풍...리메이크되는 2000년대 드라마와 만화
어릴 때 사지 못했던 애니, 만화 굿즈 사는 MZ 세대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요즘은 확실히 많이 느껴요. 과거 트랜드를 모티브로 패션 트랜드가 형성되고, 그 외의 추억의 아이템이나 감성을 아주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기술이 발전하며 한동안 불편하고 촌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던 턴테이블이라든지 필름카메라, 끈 달린 이어폰 등등이요.”

뉴트로 열풍에 MZ세대의 추억이 더해졌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2000년대 감성과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 2000년대는 MZ세대가 경험한 시절이다. MZ세대가 초등학생 시절에 봐오던 ‘무한도전’과 ‘거침없이 하이킥’이 다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EBS의 ‘딩동댕 대학’ 콘텐츠 또한 딩동댕 유치원을 보고 자란 20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11일 방송된, 2000 ~ 2010년대 명곡들로 다시 한번 무대를 꾸려보자는 취지의 ‘컴눈명‘(지금 컴백해도 눈감아 줄 수 있는 명곡) 콘서트는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 Z세대를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 모으며 최고 시청률 3.8%를 기록하기도 했다.

추억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와 챔프에서 방영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이누야사’, ‘달빛천사’, ‘카드캡터 체리’, ‘다다다’ 등은 MZ 세대에게서 떼놓을 수 없는 추억의 애니메이션이다. 틱톡에서 시작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쇼츠의 인기 해시태그인 ‘#꿈빛파티시엘첼린지’는 Z 세대의 추억의 애니메이션인 ‘꿈빛 파티시엘’에서 시작되었다. OTT 플랫폼에 애니메이션도 업로드가 되며, 애니메이션 마니아층이 아니더라도 어렸을 때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MZ세대를 주축으로 여전히 소비되고 있다. 시험이 끝나고 OTT 플랫폼으로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몰아보는 것은 MZ 세대의 대표적인 힐링방법이다. 여혜민(27) 씨는 “재밌는 옛날 만화가 너무 많다. 2년 전에는 갑자기 생각나서 ‘카드캡터 체리‘를 정주행했다”고 전했다.

2000년대 애니메이션들은 시청률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사진=왓챠 앱 캡처)
2000년대 애니메이션들은 시청률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사진=왓챠 앱 캡처)

2000년대 드라마 또한 MZ세대가 주기적으로 보게 되는 콘텐츠이다. 직장인 원지혜(25) 씨는 겨울에는 ‘시크릿 가든‘을, 여름에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다시 본다. 최근에는 ‘궁’을 한 차례 정주행했다. 원 씨는 “OTT플랫폼에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와 영화가 많아 접하기 쉽다”고 전했다.

어렸을 때 갖지 못했던 것들...

초등학생 때 모은 아바타 스티커북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원 씨는 “코디북은 용돈 모아서 살 정도로 비쌌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주말 아침부터 바로 갖고 놀기 위해 스티커북을 머리맡에 두고 자기도 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모아 추억을 간직하는 20대도 있지만, 어린 시절 사지 못했던 물건을 마음껏 구매하며 그 시절로 돌아간 이들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온 코디북은 억만금을 주어도 팔 수 없는 추억이다 (사진제공 = 원지혜)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온 코디북은 억만금을 주어도 팔 수 없는 추억이다 (사진제공 = 원지혜)

문구 및 팬시 제작회사인 ‘푸른 팬시’는 작년 10월 아바타 스티커를 재출시 했다. 아바타 스티커는 캐릭터의 옷과 아이템을 입히고 코디할 수 있는 스티커로, 다양한 애니메이션, 게임과 협업해 스티커와 육공 다이어리 형식의 코디북을 출시하기도 했다. 아바타 스티커를 재출시 한다는 소식을 들은 김여정(가명·26) 씨는 홀린 듯 세트를 구매했다. 조 씨는 “어렸을 때 비싸서 사지 못했던 나에게 선물하는 기분도 들고 잠시나마 순수하던 그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여전히 찢어질까 봐 조심스럽게 붙였다 뗀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특유의 향기 나는 아바타 스티커와 반짝이 아바타 스티커, 200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아바타 스티커도 재출시하며 MZ 세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 씨 또한 최근 2000년대 애니메이션 조각스티커를 구매했다. 여 씨는 “옛날에는 만화책을 모으거나 돈을 쓸 수 없었는데, 어린 시절 살 수 없었던 것들을 성인이 돼 사는 것은 어른이 된 내가 어렸던 나를 위로해 주는 방식인 것 같다”고 전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직장인 이혜인(30)씨는 “처음에 구매해서 신고 다닐 때만 해도 화장실 슬리퍼 같다며 놀리는 지인들이 많았지만, 요즈음은 여러 색상을 구매하거나 사이즈가 없어 못 산다는 지인들도 있다”며 인기를 실감했다.

젤리슈즈가 다시 돌아왔다. (사진=이혜인 제공)
젤리슈즈가 다시 돌아왔다. (사진=이혜인 제공)

메듀즈 슈즈는 MZ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젤리슈즈이다. 같은 소재라는 점이 어릴 적 신던 젤리슈즈를 연상하지만 분명 차이도 있다. 과거의 젤리슈즈보다 말랑한 재질로 착용감이 좋은 데다가 100%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한다는 친환경 측면 또한 MZ세대의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이 씨는 “근 몇 년 동안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대부분의 과거 아이템이 부활했고 재해석되었는데 컬러 스타킹도 다시 출시되면 반가울 것 같다”고 전했다.

200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다시 리메이크 되고 있다. 이동규 작가의 ‘무서운 게 딱 좋아!’는 2000년대 초 출간된 공포만화 시리즈다. 특히 ‘빨간 마스크’ 괴담을 유행시키며 당시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절판되어 중고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추억의 공포만화는 지난 8월 24일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에피소드를 연재하는 것이 아닌, 만화책에서 다뤘었던 이야기들 중 인기 있었던 에피소드를 웹툰으로 옮겼다. 다만 스마트 폰으로 연락하는 등 일부 장면은 시대에 맞게 수정되었다. 2000년대 연재되던 원작만화를 드라마로 제작했던 ‘궁’ 또한 드라마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리메이크 제작이 결정되기도 했다.

여 씨는 “확실히 요즘 다들 힘들어서 그런지 과거 향수에 취한 것 같다. 어른이지만 어른이 되고 싶지 않고, 과거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다들 그리워하는 것 같다. 쌓여가는 지식이 언제나 옳지는 않듯 아는 게 많아질수록 보이는 게 너무 많아지니까 가끔 이렇게 추억에 빠지면 다 놓아버리고 여러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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