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신영자 부사장 ‘부활’ 행보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맏딸인 신 부사장은 후계를 놓고 동생 신동빈 부회장과 경쟁관계로 인식돼온 터라 더욱 주목받는다. 또한 2년 전 동생에게 밀리다시피 등기이사 자리를 내준 뒤 전격 복귀한 것에 대해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아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분석과 함께 신 부회장에 대한 경고의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돌아온다. 지난 2006년 롯데쇼핑 상장을 앞두고 '이사 수 초과'라는 명목으로 빠진 지 2년만이다. 신 부사장은 동생인 신동빈 부회장보다 먼저 롯데쇼핑 경영에 참여해 오늘날의 롯데쇼핑을 일궈낸 장본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지만, 신 부회장에게 밀리다시피 등기이사 자리를 넘겨줬다.
당시 재계는 97년 롯데쇼핑 총괄부사장직에 오른 이후 실질적으로 롯데쇼핑을 이끌어온 신 부사장이 뒤로 물러나고 신동빈 부회장이 전면으로 나섬에 따라 포스트 신격호 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으로 봤다.
이후 롯데쇼핑 명품관 에비뉴엘을 책임졌던 신 부사장의 딸 장선윤 이사마저 롯데쇼핑 업무에서 손을 떼 ‘롯데쇼핑=신동빈’경영체제가 확고해졌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신 부사장이 홀연히 등기이사로 컴백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신 부사장의 ‘부활’을 놓고 롯데그룹 주변에서는 여러 말들이 나돌고 있다.
신격호 회장이 워낙 고령이라서 향후 있을 수 있는 재산 싸움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한 교통정리 차원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재산 배분 문제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 롯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얘기다. 그렇다면 신영자 부사장의 컴백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의 부진한 실적과 연관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같은 업종의 신세계의 경우, 지난 몇 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에 비해 롯데쇼핑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이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신영자 부사장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것.
신영자 부사장의 부활은 동생 신동빈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즉 포스트 신격호 체제가 바뀔 가능성 때문이다.

 

롯데쇼핑, 라이벌 신세계 비해 실적 부진
신동빈 부회장 체제 이상 신호 여부 ‘주목’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영자 부사장 등기 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롯데쇼핑 상장을 앞두고 사외이사 수에 비해 사내이사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내이사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신영자 부사장이 등기이사에서 빠졌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사외이사를 늘리는 과정에서 그에 걸맞게 사내이사 수도 늘릴 필요성이 생겨났다. 이에 신영자 부사장이 다시 등기이사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설명과 달리 신영자 부사장의 복귀를 예사롭게 보지 않는 시각도 존재한다. 즉 신 부사장 복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 실적과 무관치 않으며 따라서 향후 롯데그룹의 경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롯데 홈쇼핑 실적 악화’ 도마에 올라
신동빈 부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롯데는 사업을 확장시켜 미래 성장 동력을 구축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롯데쇼핑 상장을 통해 마련한 3조 4000억원의 자금으로 롯데마트를 키워 이마트에 대적하겠다고 나섰지만 까르푸, 월마트 인수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신 부회장이 직접 주도해 인수한 롯데홈쇼핑도 실적이 저조하다. 재계서열 28위인 태광산업과의 경영권 다툼이 주요 원인의 하나다. 1대 주주인 경방으로부터 지분 53%를 사들여 롯데홈쇼핑을 인수했지만, 근소한 지분차이로 2대주주에 머물렀고, 태광은 이를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래서 신 부회장은 인수 직후 공동 경영이란 카드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순탄치 못했다. 이후 롯데홈쇼핑의 매출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순이익이 전년보다 38%나 감소한 것.
이에 지난 21일 열린 롯데홈쇼핑 주주총회에서 사내 이사 구성을 5대 1에서 3대 3 동수로 태광측에 2명 양보했다. 이후 태광 측은 황금 채널대로 이동시켜줬다.
주가에서도 신 부회장 체재의 롯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근 롯데쇼핑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6년 2월 40만 원대에 상장한 롯데쇼핑이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계속 하락하더니 지난달 17일엔 28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반면에 같은 기간 라이벌 신세계는 오히려 크게 올랐다. 신격호 회장은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상당히 언짢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쇼핑 뿐만 아니라 롯데닷컴, 세븐일레븐 등 신부회장이 주도했던 사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에 질책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롯데쇼핑은 안으로는 유통업계 1인자를 놓고 싸우는 신세계를 제쳐야 하고, 밖으로는 백화점·할인점 해외 진출 과제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쇼핑 매출은 10조 851억 원으로 신세계의 10조 1028억 원보다 170억원 정도 뒤졌다. 영업이익도 신세계(7655억원)에 1백억 차이로 밀렸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부족한 기획력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해 명품 아웃렛 신세계첼시 출범과, 자체 브랜드(PL)를 강화하며 가격파괴 정책을 주도한 반면, 롯데는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신 부사장의 등기 이사 선임도 이런 시각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쟁관계보다 ‘구원투수’ 역할
하지만 신 부회장이 차기 한국롯데의 총수로 인지되고 있어, 신 부사장의 재선임은 후계구도를 둘러싼 경쟁심화 쪽보다 신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보완하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2005년부터 황각규 롯데쇼핑 부사장, 좌상봉 호텔롯데 부사장 등 그의 측근들이 중용되기 시작했고,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빈 일본롯데 부사장이 일본롯 데를 맡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지난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영업과 경영을 보완할 필요성 때문에 신부사장을 불러들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만 “신부사장의 역할이 커지면 자연스레 위상이 올라가고 재산 분할 등에도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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