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SK그룹 CIC 제도

    SK그룹이 올 초에 도입한 CIC(회사내 회사:Company in Company)제도가 최태원 회장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정체돼 있는 각 사업 단위의 성장 촉진을 위해 새로운 경영 시스템인 CIC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계열사 3곳의 CEO 밑에 CIC사장단을 두고 더욱 세밀하고 독립적인 경영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CIC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성과 여부가 주목된다.


     SK그룹이 야심차게 준비한 CIC제도가 도입 후 3개월이 지났다. CIC제도는 사내독립기업제도로 올 초 최태원 회장이 도입한 제도이다.
현재 SK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 SK에너지, SK네트웍스에 CIC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사장단인 16명과 CIC사장단 11명(SK에너지 4명, SK텔레콤 3명, SK네트웍스 4명) 등 총 27명이 한 달에 한번 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다.
최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그룹 전반적인 사항들에 대해 체크를 한다. 이는 이전보다 훨씬 세밀하게 그룹 현안에 대해 챙길 수 있어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CIC 사장단은 투자와 신규 사업 개발에 필요한 기획 기능, 회계 자금 구매 등 재무기능, 인사기능, 법무와 총무기능 등 개별회사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결국 CIC 제도는 기업 내 또 다른 기업의 모든 역할과 권한, 책임을 분명히 해 정체돼 있는 각 사업 단위의 성장 촉진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해 성장 촉진”
 CIC간 시너지 창출 약화 우려 시각도


SK그룹 관계자는 “CIC는 사용하는 분야별로 부르는 용어가 다르긴 하지만 예전 소사장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매출이 30조원이 넘는 SK에너지의 경우 CEO가 모든 사항을 파악하고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CEO는 큰 틀에 있어서 회사의 성장 동력을 찾고 CIC사장은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세부사항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율적 업무 협조가 관건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CIC들이 내부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CIC는 각 조직별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구조로 각 부문의 경쟁력을 높일 수는 있으나 내부 경쟁으로 인해 CIC간 시너지 창출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경우 주력 상품이 CDMA, WCDMA, WIBRO 등 무선서비스가 대부분이다. SK텔레콤의 CIC중 MNO(이동전화) 부문에 매출이 집중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일부 CIC에 힘이 쏠려 타 CIC와 과열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서로 성과를 내기 위해 CIC간 업무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SK는 별도의 팀을 만들어 CIC간 업무협조를 원활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EO와 CIC, CIC와 CIC간 조율 기능을 담당할 ‘톱 팀 코디네이터’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와 관련 SK관계자는 “‘톱 팀 코디네이터’제도는 문제가 있어서 만든 것이 아니다. CIC간 조정업무와 효율적인 업무협조를 위해 신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K텔레콤의 경우 MNO 부문은 이번에 신설된 것이 아니라 기존부터 있었던 부서다. 이것이 CIC제도를 도입하면서 더욱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변경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CIC에 대해 학계에서는 양분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앙대 A교수는 “이런 시스템은 98년에서 2000년 사이 IT와 벤처 붐이 일어났을 때 주로 적용되던 시스템이다. 벤처 붐이 잦아들면서 요즘은 이 시스템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SK의 경우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지 모르지만 굳이 CIC를 통해 기업을 나누기 보다는 그냥 사업부 별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반대의 의견도 있다.
경북대의 B교수는 “예전의 소사장 제도와 같은 의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사업부제를 좀 더 강화하기 위해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한다. 다만 회사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데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 또한 권한과 책임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외부 시각도 바로 이런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CIC의 효과에 대해선 “사장과 같은 입장에서 열심히 해보라는 차원에서 이런 시스템을 적용했을 것이다. 이것은 차후 CIC사장들이 CEO로서의 경영 역량과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보통 한 시스템을 정착하고 평가 하는데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제 3개월 된 SK의 경우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 어찌됐든 제도의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CIC제도란?
CIC(Company In Company) 제도는 ‘회사 내 회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CIC 각각이 자율적인 하나의 회사로 운영하는 구조를 말한다. CIC 사장은 CEO로부터 각 사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고, 이를 운영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자기 완결적인 ‘사내 독립기업’을 운영하게 된다.
CEO는 CIC 리더에게 책임과 권한은 대폭 위양하고, 전사 차원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회사를 대표해 대외활동을 수행하며, CIC간 이해관계 조정과 시너지 효과 창출의 역할을 맡는다.
SK는 회사의 장기 비전 달성을 가속화하고,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기존 사업별/기능별 부문조직을 사업 중심의 CIC 조직으로 변경했다. CIC 제도 도입의 취지로 ▲자율/책임 경영체제 구축(사업성과 극대화, 환경변화 대응력, 의사결정 속도 향상) ▲Global 성장을 위한 역량 강화(사업 경쟁력 및 생존력 제고) ▲CEO의 역할 고도화(정형적/일상적 업무권한 위양 후 높은 차원의 업무 수행) ▲CEO 후보인력의 계획적 양성 등 4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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