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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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 제 20대 대통령선거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선거가 집권 여당에서는 '정치교체'를, 제1야당은 '정권교체'를 내세웠는데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평균 10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된다는 통념을 깨트린 이번 선거는 초박빙의 표차로 승부가 갈렸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가장 적은 표차로 정권이 바뀌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10년의 보수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했다. 그러나 그동안 국정 수행에서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은 2020년 4.15 총선에서 여당의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180석이라는 절대적인 다수 의석으로 힘을 보태줬다.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5분의 3을 확보한 거대정당은 단독으로 어떤 법안 처리도 가능했다.

이런 유리한 입장에서 오히려 겸양지덕을 발휘해 '협치'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민심의 기류를 파악하지 못하고 권력에만 도취돼 정책이나 인사 등 모든 국정 현장에서 "우리는 로맨스"라는 양태를 보였다.

그러면서 진영에 매몰된 지지층 외에 국민과는 거리가 멀어져 갔다. 천정부지 부동산값은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멋대로 춤을 췄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폭증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응 미흡에다 K-방역 칭송에 안주해 갈팡질팡 방역정책으로 결국에는 일 확진자가 30만명대를 훌쩍 넘어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이 역대 최소 표차로 “석패”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패배의 의미를 간파하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 여당이 압도적인 환경에서 집권했고, 거대 의석을 확보하고도 5년 만에 다시 정권이 교체됐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합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한마디로 단임 집권 내내 내로남불의 정치경영이 빚어낸 선거 결과다.

독일의 사회 정치학자 막스 베버는 이렇게 갈파했다. ‘정치가는 정치적 포부나 신념에 따라서 국민의 지지를 얻고 그 신념의 구현을 위해 투쟁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에 견준다면 현 정부는 그 포부나 신념의 구현을 위해 투쟁했지만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이는 새롭게 집권하는 윤석열 정부도 5년 후에는 다시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새 정부는 역대 이루지 못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제왕적 통치로 상징됐던 청와대를 떠나 권력이라는 철옹성에 갇힌 구도를 혁파하겠다는 의지다. 국민소통이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권력 중심에서 생각하는 방향과 국민들이 바라는 기대치 간극은 크기 마련이다. 원래 강력한 태풍의 눈이 되는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조용한 기상 현상이 나타난다. 민심의 풍속은 엄청난 데도 권력의 핵심부에서는 그 흐름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권력의 핵심부일수록 태풍의 눈처럼 되기 십상이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인간사 모두가 이런 자연현상에 비유될 수 있겠지만 정치권력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말하자면 권력의 시각에서는 민심이 잠잠한 것 같아 보이지만 언제 분출될지 모르는 휘발성 강한 상태에 놓여 있을 수 있다. 그것이 표출되는 발화점이 바로 선거다.

선거에서 나타나는 유권자의 표심은 순간적으로 돌발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압축과정을 통해 생성되고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민심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소통이며 이 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생각과 신념을 융합시키는 위정자의 책무가 국민통합이다.

태풍의 눈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외치는 소통은 그저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 이번 선거의 한 표 한 표에 담긴 민심의 향배는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국민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책성과에 상관없이 진영 논리에 집착한 콘크리트 지지층에 매달리는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도 혁신돼야 한다. 이제는 유권자의 정치의식도 선진화 돼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념을 떠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잣대로 정치후보자를 판가름하는 부동층 또는 중도층 이야말로 참다운 민주시민이라 할 수도 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정치가 타락하면 중우정치(衆愚政治 ochlocracy)’가 된다고 경계했다. 중우정치는 하나 또는 몇몇 집단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정치를 이끌어가며 올바른 민주제에 반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단점이 심화되며 나타나는 정치현상으로 대중적 인기에 집중해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치는 민주정치일까 중우정치일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내로남불식 접근이 아닌 참다운 정치 선진화를 통해 민주정치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 이인권 칼럼니스트는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와 문화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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