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한반도 대운하’ 현주소

청와대와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추진 의지가 강력하다. 청와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추진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내적으로는 확고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한반도 대운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 시범적으로 강바닦을 준설하는 작업을 통해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시범적으로 경인 운하 지역을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은 국민 여론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성보다는 반대 여론이 높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렇다고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을 접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안에서는 각종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한 청와대 인사는 “대통령의 대운하 추진 의사는 확고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안 좋은 국민여론과 야당 등에서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총선에서 야권에서 대운하 공약 이슈화를 시도했지만 한나라당과 청와대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총선도 끝난 마당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눈으로 보여주고 착수’
그렇다면 반대 여론이 우세인 한반도 대운하를 어떤 식으로 벌여나갈까. 이와 관련  청와대 한 인사는 “무작정 일괄적으로 추진하기보다 국민들에게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준 다음 추진하자는 신중론이 우세하다”며 “일단 규모가 작은 경인운하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준설작업을 통해 환경 피해가 적고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대부분의 강바닥이 주변 지표면보다 높아 준설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오염된 토사가 쌓여 있어 강이 범람하고 오염이 심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인사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청계천 복원이나 버스 중앙차로제처럼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았지만 눈으로 보고 직접 이용하면서 여론이 호전됐다”며 “깨끗해진 강을 바라보는 시민들이 늘어날수록 대운하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일단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찬성 쪽으로 돌리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의 이런 신중론은 일단 11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논평에서도 잘 뭍어났다. 이 대변인은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설득작업이 이뤄지면 추진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대변인은 “대운하는 민자사업인 만큼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충분한 사업추진 검토가 이뤄진 뒤 국민적 합의, 사업적 타당성이 이뤄지면 추진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대운하 사업 선봉에 서 있는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대운하를 정치적 이슈로만 보지 말아 달라”며 “강 물길을 열어 물류 .관광. 지역경제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통령, 한반도 대운하 추진 의지 ‘강력’
 경인운하 시범, 다음 단계로 대운하 추진


국토부는 청와대의 신중론과 달리 이달 말부터 특별법 제정과 기술적 검토를 시작해 9~10월 사업자 모집,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내년 1월 실시협약 체결 등 절차를 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운하 국회 통과 ‘미지수’
청와대의 신중론과는 달리 국토부는 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언뜻 엇박자를 내는 듯 보이지만 대운하 사업으로 장관에 임명됐다는 후문처럼 역할에 충실하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운하 추진 구상이 설득력을 얻을 지는 미지수다. 일단 이대통령   측근 이재오 의원이 대운하 반대를 표방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총선에서 패배했다. 이 의원은 자전거 여행을 통해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임을 자임했던 인사다. 또한 한반도 대운하 추진본부장을 맡아 국회내 실무를 담당했던 박승환 의원, 경제학자 출신으로 운하의 이론을 제공해왔던 윤건영 의원 등이 낙마했다.
친박 반박 대결구도 속에 낙마했지만 대운하를 책임지고 추진할 핵심 인사들의 줄낙마는 야권에서 ‘대운하 심판론’을 들고 나오며 역풍이 일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내 야당으로 불리는 친박근혜 인사 35명을 비롯해 당밖 25명의 친박 당선자들 역시 부담이다. 박 전 대표가 진작부터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대운하 특별법 마련에도 차질이 비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이명박 인사들로서는 대운하 문제가 정치적으로 활용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전대에서 당권을 둘러싼 친박 친이 갈등이 대운하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로 구별될 경우 친이명박계로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기에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와 연계될 경우 당권은 대운하 찬성 세력 대 반대 세력, 복당 찬성론자 대 반대론자로 이분화돼 치열한 세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운하 지원 특별법 국회 통과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 역시 여론 악화와 당내외 반발,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 의장은 “18대 국회 세력관계가 운하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돼 있지 않다”며 “대운하 구상은 추진하기 힘들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靑 홍보 동영상, 토론회 개최 여론몰이
이에 청와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해 새만금,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3대 사업을 정부부처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중재 역할만 하고 국토 해양부 등 주무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대운하 추진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사전에 막자는 포석인 셈이다.
대운하 추진 관련 정치 상황은 유리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대운하 홍보 동영상과 토론회를 통해 여론 환기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청와대에 소장하고 있는 대운하 홍보 동영상은 완성된 지 오래됐지만 정치적 환경과 여론 때문에 활용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금명간 홍보 동영상도 공개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차원의 토론회도 준비 중이다. 오는 17일과 18일 한국건설사업연구원과 대한토목학회 주최로 연이어 개최돼 본격적인 여론몰이를 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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