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고은 기자] 우리나라의 성평등 문제에 대한 미국 언론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타임즈는 윤석열 대통령을 '2022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하며 "지지를 얻기 위해 반페미니스트적 수사를 무기화하여 분열을 부추겼다"고 평했고. 지난달 27일 CNN은 윤 대통령과의 단독 대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성평등 지표는 대부분 국제적으로 바닥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뉴시스)

여러 외신의 언급 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루어진 워싱턴포스트의 발언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한국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professional advancement)과 관련해 선진국들 사이에서 꾸준히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윤 대통령에게 국가 성평등 증진 계획에 대해 질문해 주목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발언처럼 국제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고위직 진출률은 아직도 낮은 수준일까.

여성 고위직 진출 관련 국제 통계 살펴보니... 한국, 여전히 하위권

먼저, 관리직 여성 비율을 살펴보자. 관리직 여성 비율이란 정부, 대기업 등 기관에서 의사결정과 관리자 역할을 하는 여성의 비율을 측정한 것이다. 이 수치는 주로 경제 분야에서 여성의 의사 결정력을 가늠하는 용도로 쓰인다. 국가통계포털 KOSIS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9년 관리직 여성 비율 기준조사 대상 74개국 중 71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속했다.

(자료=국가통계포털 KOSIS 국제기구별 통계 '관리직 여성 비율'/재구성_최고은 인턴기자)
(자료=국가통계포털 KOSIS 국제기구별 통계 '관리직 여성 비율'/재구성_최고은 인턴기자)

2019년 이후 기간에 대해서는 KOSIS가 대부분 국가의 관리직 여성 비율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국제노동기구 ILO 통계를 통해 실태를 비교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관리직 여성 비율 국가 순위는 2020년 조사 대상 96개국 중 91위, 2021년 조사 대상 53개국 중 53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자료=국제노동기구 ILO 통계 'Proportion of women in managerial positions(%) - Annual'/재구성_최고은 인턴기자)
(자료=국제노동기구 ILO 통계 'Proportion of women in managerial positions(%) - Annual'/재구성_최고은 인턴기자)
(자료=국제노동기구 ILO 통계 'Proportion of women in managerial positions(%) - Annual'/재구성_최고은 인턴기자)

국제노동기구 ILO는 이미 지난 2015년에 보고서 'Women in Business and Management Gaining Momentum'을 통해, 한국의 관리직 여성 비율이 쉽게 상승할 것 같지 않다고 예고한 바 있다. ILO는 "기업과 기업의 전통적인 채용 및 승진 시스템과 관련하여 극복해야 할 구조적 장벽이 많다"며 "일본과 대한민국과 같은 일부 선진국들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 규범이 직장에서의 여성 참여나 의사결정 참여를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업 고위직 인사의 경우는 어떨까. 올해 3월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펴낸 보고서 'Women in the boardroom'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평균은 4.3%로 국제적으로 하위권에 속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이사회 의장 혹은 CEO로 활동하는 여성 비율 역시 각각 2.3%, 2.4%로 국제 평균보다 낮다.

(자료 = 딜로이트 보고서 'Women in the boardroom'의 'Percentage of board seats held by women')
(자료 = 딜로이트 보고서 'Women in the boardroom'의 'Percentage of board seats held by women')

공적 영역은 사기업보단 상황이 조금 낫다. 하지만 여성 고위직 진출 비율이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점에선 매한가지다. UN이 2021년 7월 발표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조사 대상 128개국 가운데 88위다. 국가통계포털 KOSIS의 설명에 따르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국회와 지방정부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의석 비율로 여성이 국가 정치에서 차지하는 대표성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된다.

(자료=국가통계포털 KOSIS 국제기구별 통계 '여성 국회의원 비율(총 의석 중 %)'/재구성_최고은 인턴기자)

지방정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UNDP 보고서 'Human Development Report'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의 지방정부 여성 의석 점유율 또한 조사 대상 131개국 가운데 85위로 하위권이다. 지방정부 여성 의석 점유율이란 지방정부의 입법부/심의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선출직 직위의 비율로, 해당 기구에서 선출된 총 직위의 백분율로 표시된다.

(자료 =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의 'Share of seats by women in local government'/재구성_최고은 인턴기자)

인사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움직임... 尹 대통령도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선언

긍정적인 것은 인사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국가의 움직임이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인사혁신처는 소수집단에 대한 단순 배려나 시혜적 차원의 접근을 넘어, 공직 내 다양성관리를 통해 정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제1차 균형 인사 기본계획(2018~2022년)’을 수립·발표했다. 그리고 해당 계획에 따라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실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자료= 대한민국 정부 '2019 균형 인사 연차보고서','2020 균형 인사 연차보고서','2021 균형 인사 연차보고서'/재구성_최고은 인턴기자)

사기업의 이사회 구성 관련 법률 또한 바뀌었다. 올해 8월부터는 작년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효력을 발휘한다. 법률에 따르면,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이사회를 단일 성별로 구성할 수 없다. 따라서 남성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은 여성을, 여성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은 남성을 이사로 임명해야만 한다.

능력만을 인사 기준으로 삼겠다며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위주 인사를 이어가 갑론을박이 따랐던 윤석열 정부도 최근 인사 원칙의 수정을 선언했다.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은 기존 인사 원칙에 대해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에 여성 인사를 지명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도 여성 인사를 임명하는 등 기존의 인사 관행을 탈피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검증 결과]

사실. 우리나라는 관리직 여성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여성 고위직 진출과 관련된 각종 국제 통계에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1차 균형 인사 기본계획,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의 여성 고위직 진출 비율을 높이려는 제도적 움직임 역시 계속되고 있다.

[참고자료]

타임즈 '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 OF 2022'

CNN 윤대통령 단독 대면 인터뷰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UNDP 지방정부 여성 의석 점유율

KOSIS 관리직 여성 비율

ILO 통계 SGD indicator 5.5.2 - Proportion of women in managerial positions(%) - Annual

ILO 보고서 'Women in Business and Management Gaining Momentum'

KOSIS 여성 국회의원 비율(총 의석 중 %)

딜로이트 보고서 'Women in the boardroom'

2019 균형 인사 연차보고서

2020 균형 인사 연차보고서

2021 균형 인사 연차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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