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호영 공군 예비역 준장 인터뷰
“안 된다는 논리 그만하고 현실적인 방안 찾아야”
“현역 30만 명, 동원군 40만 명의 구상안 제안”
“모병제 도입 ‘천지개벽’ 수준... 시간 걸릴 것”

우리 사회에서 병역 의무는 건드려선 안 될 ‘역린’ 중 하나다. 2020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가수 유승준은 군대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선택해 지금도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병역 의무 앞에선 정치판도 뒤흔들린다. 과거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이회창 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이후 정치인 자녀들의 군 의혹 문제는 ‘시한폭탄’으로 여겨졌다. 

징병제는 비리와 특혜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과 함께 저출생으로 유지를 못 하는 상황이 다가오면서, 불가피하게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는 한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군대에 가냐 안가냐의 문제를 놓고 우리 사회가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얽혀있는 병역 문제에 대해 다루고, 특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모병제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모병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인구 생태학적으로 더 이상 대군 병력을 유지할 수 없다. 안되는 논리보다는 되는 논리를 찾고 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

진호영 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진호영 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진행한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모병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호영 연구위원은 10여 년 전부터 모병제 전환을 주창해 온 군사 전문가다.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김두관 의원과 모병제 도입 논의를 함께 했다.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모병제 전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진 위원은 단순히 모병제 도입을 묻는 질문에도 모병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구체적인 대안을 두고 논의한다면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찬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뉴스포스트는 세 차례 걸친 기획기사를 통해 병역 제도 전환 논의와 이를 둘러싼 국민 목소리 등을 들어봤다. 이번 4편에서는 진호영 연구위원과 구체적인 모병제 전환의 가능성과 군 개혁 방향 등에 대해 짚어봤다. 

진 연구위원은 지난 1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 군 운영 환경은 모병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환경에 놓여있으며, 지금부터 모병제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진 연구위원은 지난 1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 군 운영 환경은 모병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환경에 놓여있으며, 지금부터 모병제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 모병제 전환 논의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징병제가 갖는 많은 폐해들이 있다. 병사들의 단기복무로 전문성이 부족하고, 빈번한 병사 교육훈련으로 양성비용과 기간이 과다하다. 한국 청년의 사회진출은 선진국 대비 8년이 늦다. 동기부여 부족으로 모병제보다 병력의 질이 저하돼 있으며, 폐쇄된 곳에 가두어 놓고 사회와 차단된 생활을 해 노역 제도나 감옥생활로 묘사되기까지 한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에 복지시설 부족 등 일반 국민 대비 최악의 삶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인구 생태학적으로 병역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 국방개혁 목표 병력은 50만 명이지만 2040년이 되면 30만 명도 어렵다는 것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의 병력은 20만 명 정도로 우리나라처럼 대군을 갖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 예전처럼 노동력으로 싸움을 하던 시절은 지나고, 과학화되고 현대화된 무기를 기반으로 하는 전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병력을 줄인 것이다. 우리 군 운영 환경은 모병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환경에 놓여 있다.  

- 혹자는 위 나라들은 안보 위협이 없으니 20만 명 수준의 군 병력을 유지해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시기 상조라고 말한다.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우리나라보다 안보위협이 훨씬 큰 나라지만, 현역 병력은 17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잘 훈련시킨 예비군까지 총 45만 명 수준으로, 예비군을 신속히 동원해 전쟁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현대전은 마비전으로 병력접촉 전선전투를 최소화해 피를 적게 흘리고 전쟁 목표를 달성토록 한다. 6.25 전쟁에서 한국군 63만, 북한 80만 명이 전사했지만 걸프전에서 연합군 500여 명, 이라크 2,000~3만 5,000명이 전사했고, 이라크전에서는 미/영국군 5,000여 명, 이라크군 2만 6,544명만 전사했다. 이처럼 현대전은 희생자가 매우 적은 전쟁을 한다. 결론은 현대 군대에 맞는 병력을 유지하려면 병력은 줄어들어야 하고, 줄어든 만큼 첨단화된 무기를 운영할 수 있는 숙련병 위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모병제 전환이 적절한 시점은 언제라고 보는가?

모병제로 가자라고 결정했을 경우 당장 내년부터 전환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가장 최근 모병제로 전환한 대만은 완전한 모병제로까지 10년이 걸렸다. 또한 반대하는 의견도 많기 때문에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다 보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2025년쯤 되면 50만 병력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모병제 전환을 시작해야 되는 것이 맞다. 지금 시작해야 5년 후나 10년 후 모병제가 정착되는 것이다. 

- 어떠한 형태로 추진돼야 하는가?

처음부터 모병으로만 군대를 유지할 수 없으니, 징병과 함께 점점 모병 병력을 늘리는 형국으로 가야 한다. 이걸 놓고 징병-모병 혼합제라고 얘기할 수 있다. 모병제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징병-모병 혼합제를 거쳐서 모병제 정착 형태로 추진돼야 될 것으로 보인다.

- 모병제 전환 시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이 있나? 

개인적인 연구 결과 모병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는 방위충분성이다. 어떤 병역 제도나 병력 감축도 국가 안전 보장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모병 전환 시 인력 모집이 보장돼야 하며, 세 번째는 모병제에 의한 국방예산을 국가가 감당하고 국방 운영이 가능할 수준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국민들의 안보 의식이 민감하고 큰 나라가 없다. 선거에 많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안보는 중요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진호영 연구위원은 모병제 전환 시 연 4~5조 원 정도의 순증이 있을 것이며, 이는 국민적 합의가 된다면 충분히 감당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진호영 연구위원이 본인이 구상한 현역 병력 30만 명, 동원군 40만 명의 모병제 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 모병제 전환 시 적절한 병력의 수는 얼마나 돼야 하나?

개인적으로 구상한 모병제 안은 현역 병력은 30만 명을 유지하고, 40만 명의 동원군을 만드는 것이다. 동원군은 국민개병제에 입각해 모병으로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모집하는 것이다. 동원군이 끝나면 지금과 같은 향토 예비군으로 편입한다. 이는 이스라엘의 예비군이나 미국의 리저브 포스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미국 리저브 포스는 1년에 1~6개월 현지 부대에서 근무 및 훈련을 한다. 유사 시 전쟁터에도 투입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을지훈련을 할 때 리저브 포스와 작전을 함께 하기도 했다. 

동원군은 미국의 리저브 포스처럼 1년에 한 달 내지 6개월을 훈련받고, 작전에도 참여한다. 급여는 훈련 참여 기간만큼 받는다. 고유의 직업을 갖고 파트타임처럼 일하는 형태다. 40만 동원군은 전시에 신속하게 동원하되 주로 보병과 같은 단순 임무에 투입해 작전을 수행하는 형태로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110~120만 북한의 대군보다 안보 우위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우리는 70만 수준의 병력을 유지하고, 그중 30만 명은 첨단화된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전문 병력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훨씬 더 강한 군대가 될 것이다. 

- 모병제 전환 반대론자들은 예산 문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고 있다. 국가 예산으로 감당 가능한가?

병역제도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서 제시한 병역 제도 안처럼 30만 현역과 40만의 동원군 체제로 갔을 경우 예산은 연 4조 4,000~4조 5,000억 원 정도 더 드는 걸로 나오는데 국민적 합의가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모병제 전환 시 병력이 50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줄게 되면 부대 수도 감소한다. 부대 수를 줄임으로써 생기는 시설 유지비, 각종 관리비 등 비급여 운영 유지비가 있다. 올해 60만 병력을 유지할 때 약 7조 6,000억 원이 드는데, 30만 병력이 된다면 동원군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절반 또는 3분의 2 수준으로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4조 5,000억 원 중 2조 원을 빼면 2조 5,000억 원만 순증액이 된다. 이런 계산도 있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당시 군 복무기간 단축이 이슈가 됐을 때 황우웅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국회 공청회 과정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15만 명의 복무 기간을 9개월 단축하면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4조 6,000억 원 내지 9조 3,000억 원이 생긴다고 했다. 그 병력이 일찍 사회에 나와 생산 활동에 투입되면 이만큼의 GDP 성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데이터와 비교해 대략 20만 명의 병력을 줄이면 적어도 10배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4조 원을 더 투입한다 하더라도, 40조 원의 경제 파급 효과가 더 생긴다는 것이다. 군에 들어가서 현역으로 근무하는 자원을 줄였을 경우에 생기는 경제적 파급 효과로 봤을 때 얼마든지 4~5조 원의 순증은 감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사회 하층민들이 군대를 채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군대는 모병제 전환 후 10여 년 동안 하층민 위주로 채워졌지만, 2020년 미 국방성의 통계자료를 보면 모병 병력중 부유층 17%, 중산층 64%, 빈곤층 19%로 나와있다. 그만큼 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군에 감으로써 생기는 여러 이점들이 있기 때문에 중산층 이상이 더 군에 가고 있다는 데이터다. 

또한 가난하고 덜 배운 사람들이 군대에 간다고 해서 그 군이 형편없다고 할 수 없다. 덜 배웠다고 해서 질이 떨어지는 자원들이 아니다. 하버드를 나온 자원보다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원이 떨어질 개연성은 크지만 그중에는 군이 체질에 맞는 정말 우수한 자원도 있을 것이다. 우리 경찰 공무원이나 소방 공무원도 대체로 학력이나 경제력 수준이 월등히 높지 않지만 문제 되지 않는다. 

소방/경찰공무원 경쟁률. (자료=진호영 연구위원)

- 모병 가능성은 무엇이 있는가?

우선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어야 모병이 가능하다. 현재의 병영환경과 병사 생활 그대로 병사 신분으로 근무하며 직업으로 선택하라고 하면 모병은 불가능할 것이다. 병영생활을 선진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일과 중 근무시간만 일하고 일과 후에는 개인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며 군 전역 후 국가직 시험에 가산점을 부여한다면 지원자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직업군인의 삶은 9급 공무원 수준이 될 시 양질의 일자리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5년 복무 후 전역할 경우 국가직(공무원, 경찰, 소방 등) 시험에 5%를 가산점을 부여한다면 많은 공무원 희망자들이 군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가직 지방직 9급을 포함 경찰, 소방 및 생활안정직을 매년 5만여 명 모집하고 있고, 경쟁률은 9급 일반직이 100:1, 경찰 소방직은 평균 20:1을 넘는다. 이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2017년 22만 명, 2018년 40만 명에 육박했고 매년 6%씩 증가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치열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병 군인의 길을 이용하는 자원만으로도 모병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군에서 장군이 되는 사람은 사관 출신이 대부분이다. 비사관출신이 있긴 하지만 한두 명에 불과하다. 일반 대학의 문도 활짝 열려야 한다. 군에 대한  시각이나 군인의 가치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사관 출신도 필요하지만 훨씬 더 리버럴(자유주의적) 한 생각을 갖고 또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성장한 일반 대학 출신도 군에 들어와 똑같이 경쟁해 장군이 되고, 참모 총장이 되는 체제가 돼야 튼튼한 군대가 될 수 있다.

- 청년층 역량 개발 및 일자리 창출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다. 특히 여러 가지 사정으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자원들에게 군에서 5년 근무 시 군 가산점을 주는 등의 우대를 국민적 합의를 통해 법으로 제정하면 된다고 본다. 싱가포르의 경우 공무원이 되는 사람은 무조건 다 군 출신이어야만 한다. 이런 조건이 있다면 사정 상 대학을 못 갔지만 군에 다녀와서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군을 통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1년에 20만 명씩 훈련을 시켜 50만 명을 유지하던 시절보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2~3만 명에 불과하면 이 사람들을 교육하는 수도 10분의 1로 줄어든다. 교육 수가 줄면 그만큼 다른 곳에서 훈련을 할 수 있고,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늘리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성한 모병 안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군대를 만드리라 확신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모병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병역 제도 대안을 놓고 검토한 것은 많지 않다. 인구 생태학적으로 더 이상의 대군 병력을 유지할 수 없다. 억지로 50만 명을 유지하기 위해 예를 들어 복무 기간을 더 늘린다고 한다면 나라가 뒤집히고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여성 징집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할 수 없지만 하겠다는 방향을 정해놓고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모병제 형태로 바꿔간다는 것은 군을 조금 개선한 정도가 아닌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가피한 것으로, 안 되는 논리보다는 되는 논리를 찾고 현실적인 병역 제도 대안을 검토하고 연구하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 지금부터 모병제 전환을 해야 한다. 


※ 진호영 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 약력

공군 편제처장
공군19전투비행단장
공군본부 국방개혁위원장
공군전투발전단장
극동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
극동대학교 비행교육원장
방사청 방위사업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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