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재난지원금, 경제·복지 전문가 평가 들어보니
“88% 지급은 비효율적…소득 따른 차등지급으로 가야”
“소상공인에 더 두텁게, 필요한 사람에 더 많이 줘야”
“지원금 지급 방법, 행정비용 감수하더라도 연구 필요”

재난지원금은 지난해 5월 최초로 전 국민 대상 지급됐다. 1차 재난지원금은 당초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범부처 TF를 통해 전 국민 지급으로 선회한 바 있다. 2차 추경에 포함된 ‘5차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지급 대상과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뉴스포스트는 네 차례에 걸친 기획 기사를 통해 국내 재난지원금의 성격과 이에 대한 논란, 해외의 재난지원금 지급 사례 등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지급 논란은 지난해 5월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 진영을 떠나서 ‘학자’들은 선별 지급이 보다 효율적인 지원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 나아가, 앞으로의 재난지원금 지급은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더 두터운 지원이 돌아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17일 온기운 전 숭실대 경제학과·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5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재난지원금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그래도 ‘선별 지급’인 이유, 효율성

학자들이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주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온기운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계층에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5차 재난지원금 범위인 ‘88%’에는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은 계층이 포함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 교수는 “우리나라 가계를 5분위로 나눠 본다고 할 때, 5분위인 상위 20%는 평균소비성향이 60%대로 낮다. 가처분 소득을 다 쓰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반면 1분위인 하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100%가 넘어간다. 결국 소득 낮은 계층에 집중적으로 지급하면 소비를 많이 하게 돼서 경기부양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상 교수도 “이번 재난지원금은 80%냐 84%냐를 두고 엉뚱하게 논의하다가 88%로 결정됐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더 두터운 지원을 해야 하는데, 상위 소득 20~25%들은 자신들이 왜 25만원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이 교수는 “상위 소득 계층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그동안 밀렸던 지연소비를 한다. 능력이 있는 분들은 보복 소비로 알아서 돈을 쓴다”며 “사람들이 돈을 쓰게 하려면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몰아 줘야 한다. 그분들은 하위 30~50% 계층”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지급되는 경영 안전 자금도 더 튼튼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번 2차 추경안은 집합금지·영업제한·경영위기 세 분야로 소상공인 지원금을 나눴고, 집합금지·영업제한 분야는 기간별로 경영위기 분야는 매출감소율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학자들은 이번 추경안에 편성된 소상공인 지원금은 이전보다 정교해졌지만 실제 필요에는 한참 못 미친다고 봤다.

온기운 교수는 “자영업자 지원은 피해 정도에 따라 50만원에서 2천만원까지 차등 지급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자영업자는 업종별로 양극화가 굉장히 심한 상태”라면서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를 입는 업종에는 지원금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한상 교수는 “최대 2천만원 지원이라는데, 실제로 2천만원을 받는 자영업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소상공인 지원금은) 평균의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영업자들은 월세 임대료 등 고정비용만 누적된 적자가 수천 만원일텐데, 실제로 받는 지원금은 수백만 원에 그친다고 한다. 파이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상위 소득자에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줄이고, 소상공인에 집중 지원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보고 있다.

왼쪽부터 가나다 순으로 온기운 전 숭실대 경제학과·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왼쪽부터 가나다 순으로 온기운 전 숭실대 경제학과·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행정비용’과 ‘상위계층 소외’는 변명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주장하면서 흔하게 등장하는 ‘행정 비용’과 상위 소득계층의 ‘소외감’ 등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이한상 교수는 “지난 1차 재난지원금에서 전국민 지급을 하면서 상위 계층에 지원을 해줘야 하느냐는 똑같은 논의가 있었다. 그때 어려운 사람에게 빨리 지원해 주고, 상위 계층에는 나중에 세금으로 돌려받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실제로 1차 재난지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부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느냐. 사람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하는 동물인데 그것을 간과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행정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처음부터 선별 지급을 설계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해에 이어 5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효율적인 재정 투입을 위한 연구나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재난지원금 예산이 10조원이라고 하면 1%만 써도 1천억이다.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위한 박사급 인력 2천 명을 한달 동안 동원한다고 해도 재난지원금 예산 1%도 안 된다”며 “연구를 해서라도 제대로 나눠주는 게 좋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곧 선별 지급된 2~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연구도 결과가 나올텐데, 이를 통해 재난지원금 지급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상이 교수는 국가가 주는 정책적 혜택에서 상위 계층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국가재정으로 상위 소득계층에 코로나19 위로금을 주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물론 국가 정책 혜택에서 상위 소득자를 제외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는 건강보험 제도, 노인 장기요양 제도, 보육·교육 서비스 등 ‘보편 서비스’에만 해당되는 말”이라며 “현금 지원 복지는 이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예로 든 사례는 국민건강보험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상위 소득자를 절대로 제외하지 않는데, 이는 의료 민영화로 인해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 서비스가 양극화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만약 상위 계층이 부자라고 의료서비스에서 제외된다면, 부자들은 민간시장에서 고가의 양질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고, 이는 곧 의료 양극화를 가져온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현금 지원은 의료, 교육 등 보편 서비스와는 다르다. 필요에 따른 지원이 되어야 한다”며 “필요가 큰 사람에게는 많이 주고, 필요가 적은 사람에겐 적게 주고,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주지 말자는 게 ‘보편적 복지’의 원리”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재난지원금을) 더 많이 나눠주는 것을 찬성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획재정부와 상의해 총 규모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재난지원금 분배 문제를 전문가와 상의해 봐라. 어떤 전문가가 ‘똑같이 나눠주자’고 하겠느냐”고 했다.

*약력(가나다순)
온기운 전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정부정책 평가위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 위원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국립암관리사업지원단 위원
-한국보건행정학회 이사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 DL홀딩스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
-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분과 자문위원 및 <금융감독연구> 편집위원
-고려대학교 총무처장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위원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