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백혈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백신 접종 후 백혈병을 진단받았다는 글이 8월 이후에만 18건 올라왔다. 국내 커뮤니티에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백신 불안’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18건의 글 중에는 ‘화이자’ 관련 부작용이 가장 많았다. 화이자(9건), 아스트라제네카(6건), 얀센(2건), 모더나(1건) 순이었다. 1건을 제외한 17건이 급성 및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피해 연령대도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현재 18~49세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백신 수급 문제로 대부분 ‘화이자’를 맞고 있다. 화이자를 비롯한 코로나 백신이 정말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을까.

 

급성 백혈병 이상 반응 보고는 1건에 불과했다 (자료=Coronavirus vaccine-weekly summary of Yellow Card reporting Annex 1: Vaccine Analysis Print- Pfizer/BioNTech )
급성 백혈병 이상 반응 보고는 1건에 불과했다 (자료=Coronavirus vaccine-weekly summary of Yellow Card reporting Annex 1: Vaccine Analysis Print- Pfizer/BioNTech )

우선, 부작용으로 인정된 해외 사례는 없었다. 영국 정부가 운영하는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 Yellow Card 자료 조사 결과, 지난달 18일 기준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보고한 10만여 명 중 백혈병 보고는 6건이었다. 그 중 급성 백혈병은 1건에 불과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백신 이상 반응 보고시스템 VAERS에는 백혈병이 13건 등록돼 있었다.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보고한 50만여 명이 대상이었다.

영국의 화이자 1차 접종 횟수는 2,480만으로 추정되고, 미국의 백신 1차 접종자 수는 2억명이 넘는다. Yellow Card와 VAERS 모두 의료인이 자유롭게 이상 반응을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비교적 검증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데도 백혈병 이상 반응 보고가 거의 없는 것이다.

CDC는 지난 6월 3억 1,800만 회의 백신 투여 중 심근염·심낭염 1,226건이 보고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백혈병 관련 발표는 없었다. 영국과 미국 모두 백혈병을 부작용 사례로 보고 있지 않고 있다.

보건 당국 또한 해외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31일 조은희 질병관리청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아직까지는 국외 사례에서 연관성이 있는지 논문이나 보고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현재 백혈병을 부작용으로 보지 않아 관련 데이터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해외 주요 단체들은 오히려 백혈병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었다. 백혈병 및 림프종 학회(Leukemia & Lymphoma Society) 보고서에는 “일부 백혈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완전한 항체 반응을 나타내지 않지만, 백신은 안전하며 대다수 혈액암 환자에게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고 적혀있다.

 

LLS 보고서에서 백혈병 환자에게 접종을 권유하고 있었다 (자료=Study from The Leukemia & Lymphoma Society Shows COVID-19 Vaccine Is Safe But 25% Of Blood Cancer Patients Do Not Produce Detectable Antibodies)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또한 “백혈병 환자는 면역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코로나가 더 위험하다”며 “백혈병을 포함해서 면역 체계가 약화된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호주 국립 백혈병 재단(Leukaemia Foundation)도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맞는 것이 이득이 크다”고 전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백혈병 특성상 단기간에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한혈액학회 소속 김진석 연세대 의대 교수는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백혈병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약물(항암제)로 인한 백혈병은 수년에 걸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백신 접종으로 수일, 수개월 내 백혈병이 발병했다는 것은 기존 이론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백신이 아닌,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 등 타 기존 백신에서도 백혈병을 비롯한 암 유발 관련성은 보고된 바 없다”며 “미국과학학회에서도 백신과 암은 연관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국내 백혈병 발생 건수는 인과성을 보이기에는 미미하다”며 “해외에서도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수치가 유의미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암 발생률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3,416명에게서 백혈병이 발병했다. 10만 명 당 6.7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1차 접종 완료자는 2천만명이 넘는다. 확률상으로는 1,340명의 백혈병 환자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김진석 교수는 “백혈병 환자는 매년 3,500명 정도 발생하고 60세 이후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백신과 암과의 관련성을 의심하기엔 국내 이상 반응 통계가 크지 않다”고 답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거짓. 백신과 백혈병 사이에는 인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병의 특성상 단기간에 발생하기 어렵고, 자연발생률 이상의 유의미한 수치를 보이지도 않았다. 해외에서도 인과성을 의심할만한 사례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대체로 거짓’으로 판명한다.

[참고 자료]

Coronavirus vaccine - weekly summary of Yellow Card reporting

The Vaccine 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 (VAERS) Request

Study from The Leukemia & Lymphoma Society Shows COVID-19 Vaccine Is Safe But 25% Of Blood Cancer Patients Do Not Produce Detectable Antibodies

Leukaemia Foundation-COVID-19 vaccinations

21. 09. 02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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