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재령 기자] “제가 대통령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 시킬 겁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6월 ‘인뎁스(in-depth)조사 결과 국민보고대회’에서 “사형을 집행해야 사회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지킬 수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 7월 페이스북을 통해 “사형 집행을 지지하면 극우로 몰리는 것이 잘못됐다”며 “사형 집행은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최근 흉악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사형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형 집행이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까?

“범죄 유발” vs “범죄 억제”

사형 집행 효과에 대해선 여러 주장이 엇갈린다. 사형제 폐지 측은 사형 집행이 오히려 범죄를 유발한다고 말한다. 국제엠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미국에서 사형 제도가 있는 주의 평균 살인사건 발생률은 10만 명당 5.71건, 사형 제도가 없는 주에서는 10만 명당 4.02건이었다. 사형 제도가 없는 주에서 살인사건이 덜 일어난 것이다. 또한, 2003년 캐나다의 강력범죄 발생률이 사형 제도가 있던 1975년에 비해 44%나 감소 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사형 집행이 실제로 범죄를 억제한다는 통계도 있다. 사형 집행을 중단했던 텍사스주는 1981년 701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살인 범죄율이 높아지자 1982년 사형 집행을 재개했다. 그 결과 1996년 261건으로 살인 범죄율이 63% 감소했다. 영국에서도 1966년 사형 폐지 이후 20년간 살인사건이 60%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사형과 범죄율 간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만 보아도 주마다 사형 제도가 다른데, 이게 범죄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사형 집행이 흉악범죄를 억제한다는 증거는 현재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이어 “범죄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인과성을 증명하긴 어렵다”며 “흉악범죄는 사형 집행과 무관하게 일정하게 일어난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라고 답했다.

유엔 “사형, 범죄율과의 연관성 불분명”

“생명을 빼앗는 것은 법적 절차에 의해 뒷받침되더라도 한 인간이 다른 생명에게 가하기엔 너무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 유엔 보고서에 쓴 글(자료=Moving Away from the Death Lessons from National Experiences Penalty)
“생명을 빼앗는 것은 법적 절차에 의해 뒷받침되더라도 한 인간이 다른 생명에게 가하기엔 너무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 유엔 보고서에 쓴 글(자료=Moving Away from the Death Lessons from National Experiences Penalty)

1988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친 유엔 보고서 또한 “모든 증거를 지속적으로 조사한 결과, 사형 제도를 존치해도 범죄율 감소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 지었다. 따라서 유엔 총회는 2007년 이후, 수차례 ‘사형 집행 모라토리움’ 결의를 채택하며 각국에 사형 집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제75차 유엔 총회에서 처음으로 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국내 데이터로 봐도 사형 효과 없어

87년을 경계로 사형 집행은 상반된 효과를 보였다. (자료=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형의 효과: 억제 vs 야수화)
87년을 경계로 사형 집행은 상반된 효과를 보였다. (자료=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형의 효과: 억제 vs 야수화)

사형 집행과 살인이 무관한지 국내 데이터를 확인해 봤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형의 효과: 억제 vs 야수화’ 논문에 따르면, 1987년 이전에 행해졌던 사형 집행은 살인 범죄를 유발했지만, 이후에 행해졌던 사형 집행은 살인 범죄를 억제했다. IMF로 인해 전체적인 범죄 수치가 올라간 1997년을 제외하면 1987년을 경계로 사형 집행이 상반된 효과를 가진 것이다. 해당 논문은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사형 집행의) 유의미한 억제 효과나 야수화(유발)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지었다.

사형제 없는 나라는 안전하지 않다?

2021년 현재, 사형 폐지 및 실질적 폐지국은 총 144개국이다. 우리나라는 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OECD 국가 중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그 외에 중국, 이란, 이집트, 벨라루스 등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OECD 내에선 사형 폐지국의 치안이 더 나쁘다는 통계는 없었다.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은 OECD 25개국 중 10만명당 살인건수가 0.3으로 가장 낮았지만. 미국은 5.9로 25개국 중 3번째로 높았다. 사형 폐지국인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대체로 1 미만의 낮은 수치를 보였다.

중국과 서유럽의 살인 범죄율은 거의 비슷하거나 중국이 살짝 높았다. (자료=UNODC)
중국과 서유럽의 살인 범죄율은 거의 비슷하거나 중국이 살짝 높았다. (자료=UNODC)

OECD 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의 살인 범죄율은 거의 비슷하거나 중국이 살짝 높았다. 중동국은 살인 범죄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사형 집행국인 이란, 이집트 등이 서유럽보다 치안이 좋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즉, 사형 집행이 사회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검증 결과]

대체로 거짓. 사형 집행의 범죄 억제 효과는 입증된 바 없다. 사형 집행이 오히려 살인을 증가시킨다는 통계도 존재했다. 유엔은 사형 집행의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결론 지었다. 해외 데이터에서도 사형 폐지국이 더 위험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홍준표 대선후보의 “사형 집행해야 사회 안전망이 구축된다”는 발언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명한다.

[참고 자료]

국제엠네스티 보고서

2005  김태욱 <사형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1992  김영옥 <사형제도에 관한 연구> 

2009  박철현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형의 효과: 억제 vs 야수화> 

국가통계포털 KOSIS

유엔마약범죄사무소 (UNO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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