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중독 3년 새 50% 급증, 사회적 경각심 필요
대다수 온라인 도박…친구 권유로 시작해 2차 범죄까지
전문가 “도박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현실적 교육 중요”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사이버 도박과 사행성 게임이 10대 청소년 사이 유행하면서 도박 중독을 진단받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온라인 불법도박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청소년 도박 중독, 최근 3년 새 50% 증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중독으로 진료받은 만 10~19세 청소년이 2018년 65명에서 2020년 98명으로 약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 중독으로 범죄에 연루되는 청소년도 늘어났다. 최근 3년간 경찰청의 청소년 도박범죄 검거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48명에서 2020년 55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4세(0→4명), 15세(3명→3명), 16세(6명→9명), 17세(14명→17명), 18세(25명→22명)이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첫 인지하는 경로는 주변 사람들과 친구, 선·후배 소개이며, 도박 종류는 온라인 도박이 95%를 차지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센터)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0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첫 인지 경로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51.2%) ▲친구나 선후배의 소개(19.8%)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종류는 온라인스포츠도박(801건)이 제일 많았다. 뒤를 이어 기타 온라인도박(796건), 카드(38건), 기타(27건), 화투(12건), 성인오락실(6건)·체육진흥투표권(6건), 주식(1건) 등이 꼽혔다.

청소년, 도박에 빠지는 이유

센터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 청소년의 도박문제 위험집단 비율은 6.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8년 성인 도박 중독 유병률인 5.3%보다 높은 수치로 심각성이 나타났다.

센터는 “청소년 도박문제 위험집단은 발달 특성상 심리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심각한 중독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이용 및 성인 대상 사행산업 참여 등 청소년들에게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하거나 참여하면서도 불법행위를 인식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며 “도박문제 발생 시 경제적 기반이 약해, 발생한 재정적 피해를 위험행동(사채 이용, 자살 시도 등)이나 범죄행위(절도, 갈취 등)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있어 성인 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청소년사이버도박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이승현‧서민수‧조윤오)’에 따르면 도박 경험이 장기간 있는 청소년 5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 대부분은 모바일로 도박을 하고 있었다. 사이버 도박을 하게 된 계기는 ▲친구가 하는 것을 보거나 ▲친구의 권유 등이었다. 또한 대부분 스포츠토토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으며 40초 내외의 실시간 게임을 즐겨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이 사이버도박에 빠지는 위험 요인으로 ▲놀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 ▲충동성 ▲학업‧가족불화 등 스트레스 ▲또래관계의 영향 ▲가족관계의 어려움 ▲비합리적 도박 신념 등을 꼽았다.

(사진=네이버 지식인 갈무리)
(사진=네이버 지식인 갈무리)

“사이버도박으로 돈을 쉽게 딸 수 있다는 인식 만연”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학교폭력‧소년법 교수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이버 도박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 번씩은 경험해 봤을 것이고, 그 연령대도 예전에는 고등학생이 주였다면 이제는 중학생, 초등학교 6학년도 하고 있다. 여학생들 비중도 늘었다. 사이버도박으로 인한 빚은 기본 수천만 원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이들이 사이버도박을 접하게 되는 계기가 페이스북 등 메신저 광고를 통해서였다. 일명 ‘꽁머니’라고 5,000원을 주면서 영업을 했다. 요새는 사이버도박 수요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되다 보니 많이 하는 아이들에게 접근을 해서 총판을 맡긴다. 추천 아이디 방법으로 건당 얼마 주겠다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사이버도박에 빠지는 계기에 대해 서 교수는 “또래 집단 내에 슈퍼전파자가 있다.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하게 되면 다 하게 되는 거다. 모여서 자연스럽게 게임한다. 돈 벌어서 맛있는 거 먹자고. 사이버도박이 아이들에게 하나의 게임화가 되는 셈이다. 또한 게임 이름을 보면 대놓고 아이들을 타깃으로 사이버도박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다리, 달팽이, 타조, 홀짝, 소셜그래프 등인데 아이들 친화 용어다. 성인에게 ‘달팽이 하라’고 하진 않지 않나. 그리고 게임 구성이나 디자인을 봐도 게임인지 도박인지 구분이 안 된다. 성인도 구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이버도박은 실시간게임과 스포츠토토 두 가지로 나눠진다. 토토는 원래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의 출발점이 됐던 도박으로 대부분 이것부터 시작한다. 토토는 경기 일정이 있기 때문에 주중에 시간이 빈다. 이렇게 아이들을 겨냥해 나온 것이 실시간 게임이다. 실시간 게임은 1분 안에 끝난다. 앞서 말한 사다리, 달팽이, 타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예를 들면 타조가 오른쪽, 왼쪽 중에서 어디로 갈지 맞추는 거다. 결과가 나오는 속도도 빠른 데다가 무한베팅이다. 5,000원을 걸어도 10만 원을 걸어도 된다. 아이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청소년들의 사이버도박의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2차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사이버 도박으로 인한 피해는 빚이 생기는 것부터 시작이다. 처음에는 주변 친구들에게 조금씩 돈을 꾼다. 그러다가 해결이 안 되면 20대 초반의 동네 형한테 손을 벌린다. 이들과 이자제한법을 초과하는 과도한 이자로 설정된 돈 거래로 인해 피해가 커지게 된다. 도박빚을 갚기 위해 스팸문자알바 등 불법알바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예전에는 이차 범죄 수준이 학교 폭력이었는데 지금은 절도, 중고나라 사기 등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 예방 교육도 필요하다. 서 교수는 “아이들은 기존 예방교육이 효과가 없다고 한다. 교육 도중에도 뒤에 앉아서 도박하는 아이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박을 통해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과, 도박으로 돈을 잃고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 콘텐츠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의 계좌도 가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남의 계좌를 빌리지 않는 한 도박은 통장으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아이들 사이에서 도박에 관한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다. ‘도박을 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도박을 해도 잡히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부모에게 돈 달라고 하느니 내가 벌겠다’는 인식도 많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사이버도박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도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은연중에 퍼져 있다. 교육 중 달팽이 게임 사진을 보여주면 “얘는 얼마 잃었대요” 식으로 아이들이 바로 반응한다. 일부 비행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라 교실 깊숙이 평범한 아이들까지 퍼져있는 것이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은 점점 심각해 지는 추세로 사회 전체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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