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공공문서 만들기⑪
지상권·이축권·기산 뜻을 아시나요?

뉴스포스트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의 <공공언어 개선> 사업을 시작합니다.

주민등록증 신청서, 전입신고서, 인감증명서 등 공공문서는 우리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지만, 복잡한 문서양식과 어려운 한자어가 가득해 늘 어렵게 느껴집니다. 공공문서는 어떻게 만들어지기에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더 쉬운 공공문서를 만들 순 없을까요?

모든 국민이 쉽게 공공문서를 작성하도록 돕기 위해 뉴스포스트와 안양대 국어문화원이 함께 ‘쉬운 우리말 공공문서 만들기’ 시리즈를 총 1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양도세는 부동산 매매에 따른 차익에 매겨지는 세금으로, 얼마나 차익을 내는지, 주택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었는지, 어느 지역의 부동산을 팔았는지 등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이 천차만별로 다르다. 복잡한 세법에 따라 징수되는 세금이지만, 납세자가 ‘자진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상세한 서식이 필요하다. 작성이 잘못되었을 경우 납부 불성실이나 신고 불성실로 가산세를 더 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에 매매, 전세 및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에 매매, 전세 및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회차에서는 1개 부동산을 실지거래가액(실제 판매 가격)으로 신고하는 경우 작성하는 ‘양도소득세 간편 신고서’를 주제로 했다. 복잡한 세법만큼 총 3쪽 중 작성방법만 2쪽에 달하지만, 국어 전문가들은 기존 작성방법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박철우 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공공서식 안에 보충이나 예시가 필요한 용어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같은 과 이현희 교수 역시 “일반 국민 중 서식 안에 사용된 ‘자본적 지출’이라는 용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세법에서 그대로 사용되는 용어일지라도 공공문서를 작성하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이렇게 고쳤습니다

양도세는 집을 판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이내에 관할 주소지 세무서에 예정 신고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올해 9월 20일에 집을 팔고 잔금을 받았다면, 11월 30일까지가 신고 기한이다. 기존 서식에는 ‘예정신고’ ‘확정신고’ ‘기한 후 신고’ ‘소명자료 제출서’ 중 하나를 선택해 작성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납세자가 ‘예정신고’를 한다고 가정했다.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개선본 1쪽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개선본 1쪽

우선 기존 서식에 양도인·양수인은 각 하단에 ‘판사람’과 ‘산사람’이라는 쉬운 우리말을 괄호로 병기해 적었다. 하지만 띄어쓰기가 지켜지지 않아 각 ‘판 사람’과 ‘산 사람’으로 맞춤법에 맞게 수정했다. 괄호의 쓰임이 일률적이지 않은 점도 고쳤다.

거주지국과 코드를 적는 부분에는 ‘거주 국가명’과 ‘거주 국가 코드’로 더 명확히 적었다. 또한 판매한 부동산의 토지 면적과 건물 면적을 적는 란에는 굳이 괄호로 (토지) (면적)을 구분하지 않고 ‘토지 양도면적’ ‘건물 양도면적’으로 명확히 적었다. 비과세를 적용받기 위해 작성하는 보유기간, 거주기간, 고가주택 거주기간 등은 구체적으로 ‘ 년 월’을 적도록 바꿨다.

이 밖에 가산세 합계를 적는 칸에 원문자가 ‘왼쪽 ㉒ 가산세에 기재’로 잘못 기재돼 있는 부분을 ‘왼쪽 ㉑ 가산세에 기재’로 알맞게 고쳤다. 또한 글자 사이가 너무 협소한 부분은 가독성이 좋게 넓혔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나와있는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양식.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에 원문자가 잘못 표기돼 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나와있는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양식.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에 원문자가 잘못 표기돼 있다.

작성방법의 경우, 양도세 계산이 복잡한 만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도록 했다. 지상권, 이축권 등 한번에 그 뜻을 짐작할 수 없는 용어는 별표(*)를 달아 부연 설명을 했다. ‘기산하다’는 단어는 ‘계산하다’와 같이 대중이 더 많이 쓰는 단어로 바꿨다.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2쪽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2쪽

비과세 관련 작성 방법은 최대한 상세하게 쓰되, 관련 법령을 어디서 찾아봐야 하는지 밝혀 적어줬다. 지금까지 쉬운 우리말 공공문서 개선안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작성 방법에 적었지만, 양도소득세는 세법이 복잡한데다가 법안 개정이 자주 이뤄져 구체적인 예시를 들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⑨ 고가주택거주기간에서 ‘고가주택’ 기준은 소득세법에 따라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이다. 하지만 지난 29일 국회 재정위원회에서 고가주택 기준을 시가 12억원 초과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하면서, 올해 안으로 세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만약 작성 방법에 고가주택에 대한 설명을 ‘9억 원 초과 주택’으로 밝혀 적는다면 세법을 개정할 때마다 공공서식까지 함께 개정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배포된 기존 서식과 혼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고가주택에 대한 설명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156조에서 정하는 주택가액’으로 설명했다.

이 밖에 취득가액과 필요경비의 세무 항목에 예시를 붙여줬다. 취득가액에 포함되는 매입부대비용은 양도세 신고서 다른 서식 ‘취득가액 및 필요경비계산 상세명세서’를 참고해 법무사 비용, 취득 중개수수료 등을 적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필요경비에 포함되는 자본적 지출액은 인테리어 비용 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3쪽.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3쪽.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4쪽.
양도소득세 간편신고서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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