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 자율예산제 선정 사업...작년 5월 개소
-주거상담·교육·동행서비스...청년 맞춤형 서비스 제공
-예산 삭감·사업 축소로 오는 12월 31일 운영 종료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의 공익적 활동을 위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예산을 편성한다. 반대로 예산이 삭감되면 시민사회가 크게 흔들린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의 경우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으나, 시민사회를 위한 예산은 그렇지 못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소외 계층을 위한 시민사회계 활동이 위축될 위기다. <뉴스포스트>는 서울시의 행보로 시민사회계가 어떻게 위기에 봉착했는지 분야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제공)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제공)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굵은 비가 내리던 11월 마지막 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관계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기자회견을 열었다. 센터 운영 예산 삭감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를 상대로 항의하기 위해서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는 서울시의회를 향해 탄원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서울시는 청년과 1인 가구 등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이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사업을 없애고 있다”며 “청년 주거복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오세훈 시정의 무차별적 복지예산 삭감 행태 중 하나”라고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관계자들이 시민단체 관련 예산 삭감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제공)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관계자들이 시민단체 관련 예산 삭감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 제공)

“1+1=2가 아닌 사실상 1+1=1”

서울시청년주거상담센터(이하 ‘센터’)는 주거 문제를 겪고 있거나 주거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청년 주거권 관련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이 운영을 맡았다. 서울시가 주관한 ‘청년 자율예산제’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센터는 시 예산으로 운영됐다. 서울시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거 상담과 교육, 집 거래 동행 서비스 등을 제공해 왔다. 

매달 진행하던 주거 교육은 입소문을 타 신청자가 3,500여 명에 달했고, 청년들의 상담 문의는 하루가 멀다고 쏟아졌다. 주거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센터 관계자들의 손발은 쉴 틈 없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 재보궐 선거로 집권하면서 사정은 180도로 달라졌다.

센터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행 ‘서울시 청년주거상담센터’와 ‘서울시 청년월세지원상담센터’ 두 곳을 ‘청년주거종합지원센터’로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두 센터의 통합은 사실상 폐합에 가까웠다. 청년주거상담센터의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결국 센터는 개소 약 1년 8개월 만인 오는 12월 31일까지 운영하고, 문을 닫을 예정이다.

최지희 센터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두 센터를 통합해 더욱 커진 게 아니라 저희 센터가 없어졌다. 1+1=2가 아닌 1+1=1이 된 것”이라며 “서울시는 두 센터의 업무가 중복된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저희 센터는 상담과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반면 월세지원상담 센터는 다르다. 또한 두 센터 모두 인력보다 업무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사진=뉴스포스트 DB)
서울시청. (사진=뉴스포스트 DB)

전임 시장 지우기 vs 재정 혁신

오 시장과 시민사회계의 갈등은 예정된 수순이다. 그는 지난 9월 기자회견을 통해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자동 현금인출기)로 전락했다”며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시민단체에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 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태조사와 감사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계와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오 시장은 발언을 행동으로 옮겼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대비 3조 9,186억 원 증액한 44조 748억 원을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지만, 민간 위탁 및 보조금 사업 등 시민단체 관련 예산은 1,788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832억 원을 삭감했다. 주거상담센터의 예산 지원 근거가 되는 청년 자율예산 역시 삭감 대상이 됐다.

서울시는 예산 삭감에 대해 관행적·낭비적 요소의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혁신했다는 입장이다. 절감한 예산은 청년과 보호종료아동 등 취약계층 지원, 돌봄 서비스 품질 향상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이달 1일 “그간 지속적으로 언론과 시의회에서 (문제가) 제기된 민간 위탁·보조 사업을 상세히 살폈다”며 “전임 시장 지우기, 시민단체와 협치 안 하는 것, 민주주의 지우기라는 명분을 달아 반론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당장 운영이 어려워진 시민사회계 목소리는 다르다. 최 센터장은 이어 “시는 청년 주거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요새는 부모가 집을 다 해주지 않냐’, ‘주거 상담이라니 세상 좋아졌다’ 이런식이다”라며 “이 같은 청년에 대한 몰이해가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시 예산안 심사를 하는 상황에서 센터는 예산 문제를 두고 서울시에 항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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