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불안정성·충동성...전 인구 2%에 해당
유전적·경험적 원인...약물 등 치료 병행 必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정신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와 비교해 나아졌다. 과거에는 사회적 평판이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숨겨왔지만, 지금은 각종 매체를 통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까지 대중적으로 논의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전 인구의 2%에 해당한다고 알려진 경계성 인격장애도 그중 하나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이 제공하는 의학정보에 따르면 경계성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는 애착 능력 결함과 중요한 대상과의 분리 시 부적응적인 행동 패턴, 감정의 불안정성이 중심이 되는 인격장애를 말한다. 인격장애란 성격장애라고도 불리는데, 본인 스스로 괴로움을 느끼거나 사회적·직업적 기능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는 누군가에게 지지나 돌봄을 받을 때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 관계가 끊어질 거 같으면 상대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상대를 강하게 비난하거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정서적 불안도 심각해 정상에서 우울이나 분노를 자주 오간다. 심하면 자해나 자살 시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각종 매체에서는 보통 ‘친구나 연인으로 두기 힘든 사람’ 정도로만 묘사하는데 그치지만, 실제로는 환자 본인 역시 큰 고통을 겪는다.

구체적으로 ▲ 타인에게 배척 또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함 ▲ 과대이상화와 과소평가의 극단 사이를 반복하는 대인관계 ▲ 자신에 대한 불안정성 등 주체성 장애 ▲ 과소비나 과식 등 충동성 ▲ 반복적인 자해 및 자살 행동 ▲ 만성적 공허감 ▲ 분노 조절의 어려움 등의 양상을 보인다.

정신의학계에서는 경계성 인격장애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대표적 증상인 정서 조절 능력 부족이나 충동성에 대해서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본다. 하지만 많은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들이 어린 시절 버림 받거나, 신체적·성적 등의 학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나 분리, 착취 등의 학대 경험이 경계성 인격장애를 형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방영된 Mnet 예능 프로그램 ‘달리는 사이’에서 가수 선미가 경계성 인격장애 치료를 고백했다. (사진=Mnet  ‘달리는 사이’ 캡처)
지난 2020년 방영된 Mnet 예능 프로그램 ‘달리는 사이’에서 가수 선미가 경계성 인격장애 치료를 고백했다. (사진=Mnet  ‘달리는 사이’ 캡처)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

경계성 인격장애와 흔히 혼동하는 개념으로 ‘경계성 지능장애’가 있는데, 질환이 아니라 뚜렷한 치료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소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뉴스포스트>에 “경계성 지능은 정신과 질환명에 (F코드)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정신지체 수준은 아니고 정상 범위보다는 낮은 경계선에 있는 수준인데 질환 수준으로는 안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계성 인격장애는 다르다.

과거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가수 선미는 지난 2020년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경계성 인격장애로 치료를 받은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경계성 인격장애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걸 알았다. 진단과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니 괜찮아졌다”면서도 “근본적인 거를 해결해야 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돌보고,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고, 나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약도 많이 줄였다. 나는 강해졌다”고 전했다.

선미의 증언처럼 경계성 인격장애는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 경북대학교 심리학과 권정해, 장문선, 곽호완 교수와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구본훈 교수가 2011년 발표한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와 우울증 환자의 임상양상, 심리특성 및 방어기제의 차이’에 따르면 경계성 인격장애는 초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방식에는 정신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등이 있다. 우울증 등 다른 질환과의 공존율도 높은 편인데, 항우울제나 기분 조절제 등이 이용된다.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에 대한 ‘마음 헤아리기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마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상처를 발견하고, 어루만지는 과정이다. 2020년 발표된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의 마음헤아리기치료 효과 : 중간분석에 대한 예비보고’에 따르면 해당 치료를 통해 우울 증상이나 충동성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