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고은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은 상술일 뿐 눈 건강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일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결론적으로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현재까지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사용하는 것이 사람의 안구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블루 라이트 노출과 안구 질환 사이의 관계가 확실히 밝혀지기 전까지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라는 입장과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니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지 말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결국,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사용하는 것은 안과 전문의의 처방 혹은 소비자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다.

(자료 = 대한안과학회)
(자료 = 대한안과학회)

블루라이트(청색광)란 가시광선 중 가장 파장이 짧고 강한 에너지를 지닌 광원을 말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블루 라이트는 조명, 스마트 기기의 스크린, 태양 등에서 방출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쿠라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이 블루 라이트에 노출되는 주된 원인은 컴퓨터나 휴대폰이 아니라 태양이다. 그는 블루 라이트가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태양에 의한 것이 컴퓨터나 휴대폰에 의한 것보다 훨씬 많다고 강조한다.

안구 질환 관련 학계 입장 살펴보니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김유철 교수는 13일 본지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였을 때 눈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가시광선 중 블루 라이트의 파장이 자외선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추론은 가능하지만, 실제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는 것이 좋다는 명확한 증거는 알려진 바 없다는 게 답변의 요지다. 그는 모니터나 형광등 정도의 광원에서 눈 건강을 위협할 정도의 블루 라이트가 나온다는 연구는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안과학회는 14일 본지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이론적으로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는 렌즈가 장기간의 눈 건강에 효과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단지 상술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안과질환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인자로만으로 질환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미국안과협회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안과협회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이하 'AAO') 공식 홈페이지는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 사용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명시하고 있다. 블루 라이트가 눈에 해를 끼친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료=미국 안과 협회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공식 홈페이지)
(자료=미국 안과 협회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공식 홈페이지)

더 나아가 'AAO'는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학회 대변인은 적당량의 블루 라이트에 노출되는 것은 정신 건강 유지와 어린이의 근시를 줄여주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미국 안과 협회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공식 홈페이지)
(자료=미국 안과 협회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공식 홈페이지)

'AAO'는 멜버른 대학교의 수메르 싱 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은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안구의 피로조차 개선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컴퓨터 화면을 볼 때 눈이 피로해지는 것은 스크린의 블루 라이트 때문이 아니라 단지 눈의 깜박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런던 대학교 존 로렌스 박사팀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이 사람의 안구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양질의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노바 대학교 알도 배그 진료소 연구팀의 논문 역시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의 효과에 대한 임상 시험 결과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해당 논문은 학계에 보고된 관련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 효과 관련 연구가 대부분 이론적 수준 또는 실험실 혹은 동물 실험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한안과학회가 14일 본지에 보내온 외국 연구 자료에 따르면, 28일 동안 천장에 백색 LED 조명을 설치한 사육장에서 사육된 쥐가 일반 형광등에서 사육된 쥐보다 더 심각한 망막 손상을 입었다.

블루라이트 차단하면 수면의 질 향상

콜롬비아 대학교 아리 셰터 연구팀은 블루 라이트에 노출되는 것은 멜라토닌을 억제하고 신경 생리학적 각성을 유발해 수면을 방해한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신경 과학 연구소도 블루 라이트가 수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주목한다. 논문은 특히, 블루 라이트에 민감한 젊은 사람들의 수면이 지연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즉, 여러 연구에 따르면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AAO'는 블루 라이트가 수면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구매하라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히 디지털 장치를 야간 모드로 설정하고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대·과장 광고를 통한 공포 마케팅 주의해야

대한안과학회는 "블루 라이트 차단 렌즈가 이론적으로 환경요인 측면에서 안과 질환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과대/과장 광고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안경 업체 ‘Boots Optician’이 Boots Protect Plus Blue(BPPB) 렌즈의 효과에 대해 과장 광고를 하여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도 청색광을 어떤 방식으로 차단하는지, 어떤 파장을 어느 정도로 차단하는지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코팅 방식으로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는 안경의 경우 코팅이 벗겨지면 차단 효과가 줄어들기도 한다.

사실 안경을 구매할 때, 블루 라이트 차단 보다 더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자외선 차단이다. 자외선은 우리 눈에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현재 학계에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의 안구 질환 예방 효과에 대한 정설은 없다. 다만,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 사용은 현재까지 개인의 선택과 의사의 처방에 달려있는 문제이므로, 공포 마케팅이나 과대·과장 광고에 속지 않고 똑똑하게 소비해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김유철 교수 인터뷰

대한안과협회 의견서

대한안과협회 제공 자료 ‘2015 눈의날 FACT SHEET’

논문 The effect of blue-light blocking spectacle lenses on visual performance, macular health and the sleep-wake cycle: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논문 Blue light filtering ophthalmic lenses: A systematic review

논문 Do Blue-blocking Lenses Reduce Eye Strain From Extended Screen Time? A Double-Masked Randomized Controlled Trial

논문 Blocking nocturnal blue light for insomni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논문 Individual Differences in Sleep Timing Relate to Melanopsin-Based Phototransduction in Healthy Adolescents and Young Adults

미국 안과 협회 공식 홈페이지 1

미국 안과 협회 공식 홈페이지 2

미국 안과 협회 공식 홈페이지 3

미국 안과 협회 공식 홈페이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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