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광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교육부 대책 진일보 평가...추가 보완은 필수

[소통광장-교권추락]② 현직 교사 "학생인권조례가 원인 아냐"

2023. 09. 01 by 이별님 기자

대한민국의 교사(敎師) 지위는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졌다. 서슬 퍼런 권위주의 시대에 교사는 교실의 절대자이자 법이었다. 체벌과 ‘촌지’는 존경받는 스승님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도 교실 내에서는 오랜 시간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했다. ‘학생 인권’이란 개념이 대중화된 지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국민 대다수가 교실에서 존중받지 못했던 세대인 가운데, 2023년 대한민국은 무너진 교권(敎權)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편집자 주-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교권(敎權) 침해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해당 교사가 생전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너진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교육 당국은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다. 당장 2023학년도 2학기부터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교실 밖으로 분리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적극 대응이 가능해진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은 교육 목적이나 긴급 상황 대응을 제외하면 금지된다. 학부모 민원 상담은 예약제로 진행하고, 교사는 근무시간·범위 외 상담 거부할 수 있다. 폭언이나 협박, 폭행이 발생할 시 상담을 중단하는 것 역시 가능해진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교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전국의 교사들은 오는 4일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아 연가나 병가를 내고 교권 회복을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집단 연가가 불법이라며 엄정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교사들의 분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교사들이 말하는 진정한 교권 회복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 학교 교육 현장이 학생과 교사, 학부모까지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뉴스포스트>는 해답을 얻기 위해 지난달 24일 경상남도 소재 중학교 교사인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열린 '서이초 사건 진상규명 촉구 전교조 기자회견'에서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열린 '서이초 사건 진상규명 촉구 전교조 기자회견'에서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학교 현장에서는 달라진 여론을 체감하고 있는가.

그렇다. 그동안 홀로 속앓이 하며 고통받던 교사들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교사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라는 것이다.

전국의 교사들이 폭염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에서 생존권을 걸고 행동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누군가는 한두 주 지나면, 누군가는 개학을 하면 사그라들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회 참여 인원은 늘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권 보장 대책을 스스로 내놓고, 관련 법안을 연구하고, 국회의원들을 향해 문자를 보내는 등 직접 행동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사에 유례없는 일들을 교사들이 만들고 있다. 절박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이렇게 끝나면 다시 참담한 교육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교권 침해 문제는 언제부터 심각했나. 교권 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나.

(교육 당국은) 지난 2009년 교육 활동 침해 유형을 ▲ 폭행 ▲ 폭언·욕설 ▲ 성희롱 ▲ 수업 방해 ▲ 기타 등 총 5가지로 분류하고, 시도교육청에서 교육부에 결과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교원지위법에 ▲ 상해·폭행 ▲ 모욕·명예훼손 ▲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 공무 및 업무 방해 ▲ 협박 ▲ 손괴 ▲ 성폭력 범죄 ▲ 정보 통신망 이용 불법 정보 유통 ▲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 ▲ 기타 등 총 10가지 교육 활동침해 유형이 명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 75년 동안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학교 교육에 관한 모든 권한을 국가에 해당하는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교육감이 독점한 것이다. 교육의 핵심 당사자인 학생과 보호자, 교사의 권리와 권한은 지금까지 보장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본적 권리와 권한이 없는 학생, 보호자, 교사의 갈등과 충돌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교육 주체들이 정당한 권리와 권한을 누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교사만을 위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는 교권 하락의 원인에 학생인권조례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보호 종합방안에도 서술돼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내놓은 교권 대책 요구 어디에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주말마다 열리는 공교육 정상화 집회에서도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요구하고 있고, 모두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침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여전히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광역자치단체는 6곳에 불과하지만, 교권 침해 문제는 17개 시·도 모든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전국의 모든 학교와 대한민국 교육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본다. 

교육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지자체 관할사항인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아니라, 교육 활동 침해로 이어지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지원 대책이어야 한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지원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가 상담과 치료, 지원전담인력 확보 등에 대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교권 침해 문제 발생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사들이 학생을 교육하는 데 기본적인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은 전혀 없다. 무엇을(교육 과정), 어떻게 가르치고(교수 학습 방법) 평가(평가권)할 것인가에 대한 법적인 권한 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교사가 학생을 생활지도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인 '생활지도권'이 지난해 12월에서야 처음으로 입법화됐을 정도다. 수업권을 비롯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부여되지 않으니, 교육 활동 중 일어나는 교권 침해에 (교사들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교사에 대한 사회적 지위 하락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사회적 문제도 있다. 1990년대 말 신자유주의 정책이 급격히 도입되고 시장논리가 만연화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협력보다는 경쟁 중심, 소비자 중심의 시장 논리가 교육과 학교 현장까지 파고들었다. 이 때문에 (교권 침해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회 전반적인 문화는 학교에도 그대로 영향을 준다.

-교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와 교육청 및 교육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나.

지난달 23일 교육부에서는 교권 보호 종합방안을 내놓았다. 폭염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에서 한 목소리로 교육권 보장을 요구했던 전국의 선생님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교사들의 요구가 상당 부분 포함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생활지도 관련 구체적인 기준 고시 마련 ▲ (보호자의)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청 역할 명시 ▲ 교육 활동 침해 시 즉시 분리 등 대처 방안 마련 ▲ 학생 교육에 대한 보호자의 책임성 강화 ▲ 민원 응대 시스템 마련 등이다.

하지만 교권 침해에 대한 학생 생활기록부 방침은 학교를 소송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도리어 교권 침해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또한 행정 직원과 교육 공무직으로 구성된 민원 대응팀은 학교 내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민원 처리에 대한 학교장의 직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교사들이 교육전문가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수업과 학생 지도에만 힘쓸 수 있도록 처우와 교육 여건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교사와의 지속적인 소통이다. 정기적 의견 수렴은 물론 교원단체와의 협의체 마련 등 현장 교사들과 소통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모든 정책은 예산과 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어 교육부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교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교사들이 현재 가장 많이 얘기하는 사항은 아동학대 처벌 관련법 개정이다.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해 처벌하고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학교 현실에서 왜곡되게 작동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교육 활동과 교사의 눈빛이나 손짓까지도 아동학대로 신고 되고, 진위 여부와 상관 없이 신고만으로 수업과 담임에서 배제 당해 직위해제로 이어진다. 또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아 재판을 받고, 아동학대 사례자로 등록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무죄를 받더라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이 과정에서 교사는 만신창이가 된다. 정당한 교육 활동을 하다가 아동학대 처벌을 받지 않도록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사의 생활지도권 보장을 위한 지원 구조 역시 마련돼야 한다.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학생은 분리 조치 후 별도 공간으로 인도해 전담 인력이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 활동 침해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의 경우 보호자의 협조 아래 전문가 상담이나 치료등의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법 제도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아울러 교권침해와 악성 민원으로 교사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심각한 악성 민원 등 교육 활동 침해에 시달릴 경우 학교장이나 교육감이 해당 교사를 보호하고, 침해 행위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된다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교사들이 처해 있는 교육 현실이 정말 어려워졌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사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수십 개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바란다. 교육부는 교권 보장 대책을 내놓았다. 이제 겨우 첫발을 떼었다.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보완하고, 논란이 되는 대책은 잠시 미뤄 교육 주체의 의견을 더 수렴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님들을 비롯해 국민들께 정말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우리 선생님들의 교육권이 보장돼야 우리 학생들과 자녀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 선생님들이 안전한 교육 환경에서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 사회가 함께 나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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