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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솔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활동가 인터뷰 "투명페트병 재활용 유해성 이슈도 해결 과제"

[지구를위하여]② 어려운 투명페트병 재활용...보증금 제도는 어떤가요

2024. 04. 03 by 이별님 기자

기후위기로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환경 파괴로 지구는 예정된 종말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종말은 앞당겨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다. 버려진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은 지구를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는 투명페트병은 재활용 쓰레기 중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 <뉴스포스트>는 도심 속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투명페트병으로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 주-

충청남도 천안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수거함.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충청남도 천안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수거함.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한국은 '플라스틱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생산되는 전체 페트병은 30만t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국민들이 연간 소비하는 페트병만 50억 개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 중 유색페트병을 제외하더라도 상당한 양의 투명페트병이 폐기물로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음료나 생수를 담은 투명페트병은 폐기물 중에서도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가방이나 신발 등 의류는 물론 새 페트병으로도 탈바꿈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에서 폐 투명페트병을 분리배출하도록 했고, 식음료 기업에 유색페트병 대신 투명페트병을 사용하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공화국'이라는 오명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투명페트병을 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투명페트병을 포함한 재생원료를 약 7만 8천t을 수입하고 있고, 아파트 등에서 별도 수거된 투명페트병도 전체 출고량의 7.5%에 불과하다. 투명페트병을 많이 만들고 버리면서 재활용은 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국내 친환경 기업들은 투명페트병을 활용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해외에서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국내에서 생산되고 버려지는 폐 투명페트병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환경연합과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환경연합은 환경단체로서 폐 투명페트병의 가치를 온·오프라인에서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고은솔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활동가가 지난달 29일 본지에 인터뷰 답변을 보냈다.

고 활동가는 투명페트병의 자원 활용 가치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음료나 화장품 용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원료 중 재생 원료 비율을 높이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투명 페트병은 높은 품질의 재생 원료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이다. 점점 더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한 재생 원료의 수요가 늘어나 자원 활용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투명페트병 재활용 왜 어렵나

고 활동가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재활용 인프라는 폐 투명페트병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구조다. 투명페트병만 선별해 재활용하는 별도의 라인을 운영해야 하지만, 어려움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별도의 라인을 돌릴 만큼 투명페트병이 충분히 수거되지 않는 데다, 라인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활용품 선별장의 물리적인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며 "선별장을 새로 만들지 않는 한 별도의 선별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분리배출된 재활용품은 생활자원 회수센터나 재활용품 선별장과 같은 선별시설에서 품목별로 분류 처리된다. 분리배출된 폐 투명페트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투명페트병만 별도로 선별하는 시스템이 없어 다른 플라스틱 폐기물과 함께 섞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투명페트병에 이물질이 묻거나, 기타 플라스틱과 함께 처리되면 재활용이 어렵다.

국내 재활용 산업 인프라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투명페트병으로 만든 재생 원료에 대한 불신 여론도 재활용률을 떨어트리고 있다. 고 활동가는 "국내에서 투명 페트병의 공급이 원활하려면 음료병에 재생 원료를 사용할 때 유해성 혹은 안전성 이슈가 해결돼야 한다"며 "안전성 이슈는 검사 등을 통해 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는 '객관적 안전성 이슈'와 소비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한 '주관적 안전성 이슈'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완벽하게 분리배출된 폐 투명페트병만 식품용기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해 왔다.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와 함께 배출된 투명페트병은 식품용기 원료로 사용하기에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지난 1월 분리배출되지 않은 투명페트병도 식품용기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투명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늘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6월 환경의 날을 맞아 광주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분리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무인회수기에 넣고 있다. (사진=광주 북구 제공)
지난해 6월 환경의 날을 맞아 광주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분리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무인회수기에 넣고 있다. (사진=광주 북구 제공)

투명페트병 분리수거 시 보상을?

고 활동가는 "안전성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투명페트병 수거부터 분리와 재생원료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서 다른 플라스틱 자원들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투명페트병 보증금 제도' 시행이다"라고 제안했다.

보증금 제도의 대표적인 예는 독일에 있다. 독일은 지난 2003년부터 빈용기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모든 소매점에서 일회용 캔과 유리병, 페트병을 회수하도록 의무화했다. 소비자들이 재활용 쓰레기들을 가까운 무인회수기에 가져가면,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빈용기 보증금 제도의 효과는 단 3년 만에 나타났다. 2006년에는 전 매장의 재활용 가능 쓰레기들의 회수율이 98%에 달했다. 덕분에 독일은 '재활용 선진국'이라는 영광의 이름을 얻었다. '플라스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 우리와는 정반대의 노선을 걷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은 보증금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비닐을 떼어 내고 깨끗하게 씻은 투명페트병을 무인회수기 등에 다시 가져가면 일정 금액을 보상받는 방식이다. 금액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도 보상이 가능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투명페트병을 가져올 시 포인트를 제공하거나, 종량제 봉투 등을 보상으로 주는 플랫폼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를 전국 각지에 설치해 참여율을 높이면 투명페트병 회수율은 증가할 것이다.

고 활동가는 "이상적인 자원순환 구조는 자원이 전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수거된 투명페트병이 다시 국내에서 재생원료로 사용되려면 수거 및 선별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보증금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국내에서 수거되는 폐 투명페트병의 양을 늘리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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