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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진호, 불법 온라인도박 혐의 의혹 올해 3분기까지 발생한 도박 범죄만 6374건 도박중독 연령대 하락에도 관련 예산은 삭감

도박에 멍든 대한민국...중독자 연령 어려지는데 예산은 거꾸로?

2024. 10. 31 by 이별님 기자
지난 22일 개그맨 이진호가 서울 강남경찰서에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2일 개그맨 이진호가 서울 강남경찰서에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대한민국의 도박중독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나이 어린 청소년들까지 도박중독은 사회적 계층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도박중독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한 지원은 거꾸로 줄어들어 우려가 크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개그맨 이진호는 불법 도박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2020년부터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동료 연예인과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거액의 빚을 졌다고 밝혔다. 도박 빚은 23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이란 예기치 못한 결과가 초래될 위험이 있는데도 승산에 기대를 걸고 게임이나 시합, 또는 결과가 우연으로 결정되는 불확실한 사건 등에 내기를 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오프라인 상에서 진행됐지만,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사이버 공간까지 영역을 넓힌 지 오래다. 이진호 역시 온라인에서 도박을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정신의학에서 도박중독은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아무리 절제를 하려고 해도 저항할 수 없는 충동으로 도박을 끊지 못한다는 것이다. 증상은 ▲ 통제 능력 결여 및 상실 ▲ 심리적 집착 의존성 ▲ 도박 금액 증가 내성 발생 ▲ 불안 및 신경실적 변화 등 금단 증세 등이 있다.

도박중독이 심화되면 범죄 행위로 발전한다. 현행 형법은 도박과 상습 도박을 범죄로 다루고 처벌한다.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에 벌금에, 상습 도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그 밖에 다수 법률에서 도박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해마다 수천 건의 도박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6004건, 2019년 8008건, 2020년 8135건, 2021년 6391건, 2022년 4436건, 2023년 5432건이다. 최근 5년 동안 도박 범죄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다. 올해에는 3분기까지 6374건의 도박 범죄가 발생해 9개월 만에 작년 기록을 넘어섰다.

점점 어려지는 도박중독자 연령

도박중독 문제는 젊은 청년층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진호 역시 30대 청년이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 세대 도박 중독 환자 수는 2018년 836명에서 2023년 1957명으로 5년 새 2.3배가 증가했다.

10대 청소년들 역시 도박중독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8년 65명에 불과했던 10대 도박중독 환자 수는 지난해에는 167명까지 늘었다. 20~30대 청년 도박중독 환자 수보다 전체적인 인구수 자체는 적었지만, 5년 새 2.6배나 증가해 상승폭은 20·30 연령대보다 더 높았다.

박 의원은 젊은 층의 온라인 도박중독 증가 원인을 크게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와 '스포츠 콘텐츠 다양화'로 분석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되고 스포츠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불법 스포츠토토와 사다리, 달팽이, 홀짝 등 실시간 온라인 베팅 게임 이용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래픽=뉴스포스트 DB)
(그래픽=뉴스포스트 DB)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도박중독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홀덤은 '글로벌 마인드 스포츠'로 불리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오프라인 홀덤펍'과 '카지노 관광'이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도 청년들의 도박중독을 부추기고 있다고 박 의원은 분석했다.

박 의원은 "청년층의 도박 중독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의지력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나서서 치료해야 할 질병이며, 이를 인지하고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히 청소년들의 온라인 도박을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박중독 확산에도 예산은 거꾸로?

해마다 수천 건씩 발생하는 도박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도박중독 환자들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청소년들까지 도박에 쉽게 손을 델 수 있도록 사회·문화가 변화하면서 도박중독 환자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도박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2025년도 중앙정부 예산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 10일 발표했다. 손 위원에 따르면 내년도 '도박중독 예방치유사업' 계획액은 234억 8600만원으로, 올해 예산인 244억 2600만원보다 9억 4천만원이 줄었다.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도박중독 치유재활' 예산이 12억 4천만원이 감소했다. '도박문제 예방홍보'와 '한국 도박문제예방치유원 운영' 예산은 소폭 증가했다.

손 위원은 '매체 활용 온오프라인 홍보' 예산은 전년 수준으로 제자리걸음(12억 8500만원)이고, 치유 전문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예산은 35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감액됐다고 지적했다. 한국 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지역센터 역시 예산부족으로 사업을 조기 종료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국 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재원인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은 사행산업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다. 연간 순매출액의 1만 분의 35 이상 1만 분의 50 이하 범위에서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낸다. 다만 수익성이 없거나 건전화 평가 등을 고려해 금액을 10~20% 낮출 수 있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카지노에 대해서는 부과하지 않도록 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도박중독 예방치유 예산의 대폭 확대로 도박중독 문제를 조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박중독 폐해는 가정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한 기구와 상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며 "사행산업의 중독예방치유부담금 비율 확대로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하고, 지역센터와 전문상담기관을 확대하기 위한 인력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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