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벌어진 범죄들이 뒤늦게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소식통이 연일 들끓고 있다. 경상북도 예천군 출신의 20대 남성 대학생이 지난 8월 범죄 조직원들에게 감금된 채 고문을 당하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비슷한 피해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관광 또는 취업을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방문했다가 불법 납치·구금됐다. 고액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허위 취업 광고에 속아 로맨스스캠과 보이스피싱, 인신매매, 마약 거래 등 각종 범죄에 이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폭력을 동반한 고문과 성폭력, 살인 등에 노출됐다. 범죄 행위를 강요받으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조직에는 중국인과 현지인, 베트남인, 태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포함됐다. 정부는 합동대응팀을 꾸려 캄보디아 당국이 신병 확보한 한국인 64명을 지난 18일 국내로 송환했다. 대다수가 범죄조직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5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체적 피해 한국인 규모 추정치는?
캄보디아와 관련된 공신력 있는 자료들이 속속 나오면서 대략적인 피해 규모를 추산할 수 있게 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향한 한국인은 2021년 5476명, 2022년 3만 5606명, 2023년 8만 4378명, 지난해 10만 820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하면서 출국자 수가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입국한 한국인은 2021년 5363명, 2022년 3만 2397명, 2023년 8만 4378명, 2023년 9만 7572명으로 집계됐다. 출국자 수에서 입국자 수를 빼면 2021년에는 113명, 2022년 3209명, 2023년 2662명, 2024년 3248명의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올해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돌아오지 못한 한국인은 864명이다.
반면 캄보디아 이민청이 집계한 입국 한국인 수치는 2021년 6074명, 2022년 6만 4040명, 2023년 17만 171명, 2024년 19만 2305명, 올해 7월까지 10만 6686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통계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태국이나 베트남 등 인접국을 통해 캄보디아로 들어가 돌아오지 않는 사례로 추정할 수 있다.
통계를 기반으로 수천 명의 한국인들이 캄보디아에 머물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피해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신고된 한국인의 캄보디아 내 납치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 2022년 1건, 2023년 17건, 2024년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이다. 불과 2년 사이에 10배 이상 크게 늘었다. 캄보디아 당국이 체포한 한국인도 지난해 46명에서 올해 7월까지 144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 지인이 실종·감금된 거 같다는 의심 신고는 지난해부터 올해 10월 13일까지 우리나라 경찰에 총 143건이 접수됐다. 현지에서 외교부로 접수된 납치 신고 건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신고 대상자의 소재나 안전이 확인된 사례는 91건이다. 나머지 52건은 행방불명으로, 경찰이 수사 중이다.
예천군 출신 대학생 외에도 캄보디아 현지에서 살해당하는 한국인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변사 사건 발생 건수는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82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1명, 2023년 21명, 2024년 22명, 올해 9월까지 17명이다. 변사(變死)란 자연사가 아닌 사망이나, 원인이 불분명한 사망을 뜻한다.
한편 정부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사태에 대해 긴밀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10일에는 수도 프놈펜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고, 16일부터 캄폿주 보코산 지역·바벳시·포이펫시 등 캄보디아 범죄단지 밀집 지역에 여행금지를 발령했다. 하지만 뒤늦게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뛰어들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영사 인력 40여 명을 추가 배치하고, 동남아 지역에 조기경보체계를 가동해 유사 사건을 사전에 탐지하겠다"며 "캄보디아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추가 피해를 막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