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등을 상대로 한 조직 범죄 사태가 마각을 드러내면서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사안으로 다뤄지면서 정치권의 시선도 일제히 캄보디아로 쏠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정부의 사태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실책을 강하게 질책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조직범죄는 올해 국정감사의 핵심 사안이 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아예 캄보디아 현지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현지 국감에서 야당은 사태 발생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날을 세웠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과 장관, 국무총리가 캄보디아 당국과 통화해 본 적이 있는가"라며 "외교부 장관끼리 통화해 본 적이 있는가. 없지 않냐"고 양국 정부 간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이에 여당은 과거 정부의 부재와 부족한 지원 등이 사태를 키웠다고 맞받아쳤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작년 12월 3일은 비상계엄을 했고, 이후 대통령이 없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날 당선 됐다. 8, 9월에는 특단의 대책을 만들려고 대통령실에서 계속 움직였다"고 반박했다.
특히 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인 송언석 원내대표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했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송 원내대표는 캄보디아에서 귀국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장관은 13일 국감에서 캄보디아 문제의 심각성을 '지난주'에 파악했다고 답했지만, 대사관의 8월 외교부 보고에는 '한국인이 고문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가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국감장에서의 외교부 해명과 현지 대사관에서 확인한 사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아마도 국민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위증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우리 대사관의 고문 사실 첫 보고가 있은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심각성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지금도 사태를 관망하고만 있는 무능한 조 장관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본인 거취를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사태가 점점 마각을 드러내면서 정부와 여당은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김병주 의원은 지난 18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 3명의 구출을 주도한 것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구출한 한국인들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김 의원은 귀국 후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해명했다. 수 일 뒤에는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이 '야쿠자 문신한 조폭을 왜 구했냐'고 했다. 이게 국회의원 입에서 나올 말이냐"라며 "이런 말을 배설하는 자들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혐오를 유포하는 모리배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범죄 가해자일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치적 수세에 몰리고 있지만,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정부여당은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유죄 판결과 별개로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독립몰수제' 입법을 국회에 주문했다. 범죄 혐의자의 사망이나 소재 불명,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범죄 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민주당은 정 장관의 주문을 곧바로 추진할 예정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캄보디아 사태의 진짜 피해자는 재산을 잃고 고통받는 수많은 국민"이라며 "주범을 잡아 국내로 송환해도 유죄 판결 전까지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없다. 피해자 일상 회복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몰수제 도입은 이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 문제 때부터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 8건이 계류 중이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며 "정부와 협력해 독립몰수제 입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