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인터뷰 디지털 부익부 빈익빈으로 교육약자 소외 우려 학습부진 지도 허브 구축해 암묵지를 실현지로 위드 코로나 시대 적응 위해 관련법 개정 필요 범사회적 협력과 지원시스템으로 학습격차 극복

[위드코로나]② ‘공공의료 민간병원 협력’이 교육계에 던진 숙제

2021. 09. 03 by 정성민 기자

뉴스포스트는 앞선 <팬데믹 줌인> 기획을 통해 코로나19의 그늘에 갇힌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니었다. 단지 먹고사는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바이러스가 인류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지만,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서민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 이후 찾아올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일상 회복은커녕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우리가 당면한 위드코로나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해 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①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 기후위기
②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인터뷰 - 교육
③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 일자리
④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인터뷰 – 재정정책
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인터뷰 - 방역
⑥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 부동산
⑦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 복지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코로나19 이후 교육계의 최대 해결과제는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 문제다. 특히 코로나19發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의 그늘은 교육 약자들에게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원격수업을 위한 기반과 환경, 역량과 보호자의 지원 역할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육 약자들이 원격교육 약자들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에 교육전문가들은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없다면, 교육 약자들을 위한 지원책이 없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우리 교육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2일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드 코로나 시대 교육의 변화상, 학습격차와 기초학력 저하 해결방안, 교육 약자들을 위한 지원 정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 위드 코로나 시대 교육의 변화상을 전망한다면.

교사와 학생 간 대면접촉을 기본으로 하는 유초중등 교육의 특성과 화면을 보며 몇 년간 공부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 그리고 현재의 AI나 에듀테크 발전 수준에 비춰볼 때 당분간 교육의 비대면화는 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일부 주지교과의 지식 습득에서 비대면 비중은 높아질 것이다. 또한 등교 수업을 하더라도 과거와 달리 에듀테크 활용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AGI(일반 인공지능·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인간형 A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인간교사 중심으로 AI 등 에듀테크 활용 방식의 스말로그(smart+analogue)형 교육이 진행될 것이다.

- AI교사 등장으로 인간교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교육용 AI가 등장하니 조만간 인간교사가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물어오는 교사들을 종종 만난다. 그때 ‘아이언 맨’ 이야기를 한다. 영화 ‘아이언 맨’에 보면 주인공이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도, 엄청난 공격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초능력자가 된다. 요즘 상당수의 AI 프로그램과 기계는 혼자 하늘을 날아다니며 알아서 적을 무찌르는, 인간으로부터 독립된 것이 아니다. 아이언 맨 슈트 같은 IA(Intelligence Augmentation·지능증폭기 혹은 역량강화기)로서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 문제가 교육계의 난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위드코로나 시대 적응에 필요한 관련법의 개(제)정이 필요하다. 강득구 의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기초학력보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유사 법률을 만들거나 기존 법률을 개정할 때 취약계층의 학습부진에 초점을 맞춰 집중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기존의 교육을 단순히 일부 고치는 정도가 아니라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사실 대전환을 빠른 시일에 이뤄내기는 힘들다. 원격수업이 지속되는 코로나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당장 필요하다. 이는 교사들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도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 교육은 법에 의거해 실시된다. 따라서 교육부가 교육을 뉴노멀에 맞게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더라도 관련법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이 바뀌기 어렵다. 지금의 법은 대면교육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격교육을 포함, 다양한 요구에 대처하기 어렵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기회 삼아 위드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법 제정과 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19發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의 그늘은 교육 약자들에게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코로나19發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의 그늘은 교육 약자들에게 더욱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 교육 분야의 디지털화도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무리 최첨단 기술이 교육에 도입된다고 해도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가. 특히 교육 약자들을 위한 교사의 역할이 필요한데.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 돌봄이나 방과 후 학습지도, 대학생과 마을 강사 활용 멘토링 등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에 대한 종합 진단과 지원을 총괄하는 핵심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자기 주도(자기 관리)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과, 특히 취약계층 학생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도구주의적 관점에서 자기주도 학습이 아닌 교육의 내재적 가치에 기반한 자기주도적 배움으로 학생들을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의 내용을 자신의 삶,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개별화 교육은 모두 이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는 문자·음성·화상 접촉을 통해 교육 약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학생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될 경우 온·오프라인에서 지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학교에 알려 학생들이 인간조력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등교 이후에도 온라인 학급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만남을 이어가는 ‘스마로그’형 수업과 학급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

- 교사들이 위드코로나 시대에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교사가 필요 지식과 노하우를 모두 가지고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반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하고 학습부진 학생을 지도할 전문 지식이나 자료 제작 역량이 서로 다른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 대안은 교사들이 축적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학습부진 학생 허브를 구축·제공하는 것이다. 과목별·분야별 학습부진 학생 자료, 지도 전문성을 가진 교사의 노하우가 담긴 수업 자료 및 지도 사례 등을 제작해 허브에 공유하는 것은 암묵지(暗默知·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돼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를 실현지로 만드는 것이다.

교사들의 경험을 토대로 제시되는 성공 방법, 실패 사례·이유·극복 방안 등은 외국 이론이나 자료를 활용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부진 지도에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교사들이 서로의 자료를 공유하면 수업 동영상과 자료 제작에 사용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신 나머지 시간을 학습부진 학생의 학습 동기 부여 등 학습 토대가 되는 학생 심리 지원에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온라인 허브를 만들어 노하우를 탑재하면, 암묵지가 실현지가 되면서 교사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될 것이다.

원격수업을 받고 있는 유치원생. (뉴스포스트DB)
원격수업을 받고 있는 유치원생. (뉴스포스트DB)

- 코로나19로 학생들과 교사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부모들도 위드 코로나 시대를 감안,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나.

기초학력 미달 및 학습부진 해결을 위한 핵심 주체의 하나는 부모다. 그런데 취약계층은 자녀교육열이 냉각상태인 경우가 많다. 교육열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교육열 냉각 집단의 부모들이 자녀의 학력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처럼 새로운 학교 입학 시기에 부모가 연수를 듣도록 의무화(최소한 강력 권고)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 부모가 자녀의 학습 동기를 북돋우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똑같은 말을 해도 선생님, 심지어 옆집 아빠의 말을 더 잘 듣는다. 학부모가 연수를 받고 역량을 길러야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는 학교가 책임지던 시간이 모두 부모에게로 넘어오면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부모의 관심과 역할 정도에 따라 학습격차는 더욱 커진다. 오랜 시간 자녀와 함께 있으면서 부모로서 감정을 조절하고 대화하는 방법, 체력을 길러주고 인성을 살피는 법을 배워야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온라인 교육시대 부모의 역할에 대해 학습하고 익혀야 한다.

아울러 지금 부모교육 플랫폼이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았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하면서 생기는 고민에 대한 각계 교육 전문가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앱, 필요시 직접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

- 긴급 돌봄이나 방과 후 학습지도, 대학생과 마을 강사 활용 멘토링 등은 모두 코로나發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위드코로나 시대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온라인 교육의 최대 문제는 부모의 관심과 온라인 교육 지원 역량이라는 심리적·가정적 격차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각별히 유의하지 않으면 온라인 교육 강화는 교육적·사회적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 이에 온라인 교육에서는 오프라인교육에서보다도 더 섬세하게 학습 약자를 배려하고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 상황에서 학교가 모든 것을 챙길 수는 없다. 학교와 학부모만이 아니라 국가, 교육청, 지방정부와 시민단체까지 함께 나서서 미래 시민인 우리 아이들의 학습과 기본생활 습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대안을 소개한다면.

등교가 어려운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학습과 생활지도 방문 도우미 제도를 적극 실시해야 한다. 또한 취약계층 출신 원격교육 약자들의 학습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모의 아침과 오후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고, 이에 따른 사업자의 손실은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 지역사회에 소규모 온라인 학습방을 다수 설치, 가정 환경의 어려움을 보완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온라인 학습방에는 성인 학습 도우미가 배치돼야 한다. 학습부진 문제 해결에는 교육부만이 아니라 범부처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학습부진 학생 대다수가 가정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기 힘든 점을 고려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선에서 지역아동센터 등에 학생들을 불러 모아 학습을 도와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단순한 돌봄 기능만이 아니라 기초학력 미달 및 학습부진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회적 부모’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방안이다. ‘사회적 부모’란 친부모와 협력해 혹은 대신해 취약계층 자녀의 학습부진, 성장 등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성인을 의미한다. 또한 취약계층 부모가 자녀의 학습부진 해소 지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견되면 학생이 방치되지 않도록 교사가 바로 필요한 조치를 요청해야 한다. 부모가 취약계층이어서, 혹은 무관심해서 자녀를 방치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학교(장)가 주도해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지역시민단체, 학부모단체 등과의 협력으로 학생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부모를 지정·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에듀테크와 민간교육기관이 기초학력 미달 및 학습부진 해소 기관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 현 정부도 에듀테크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에듀테크 기관은 다른 표현으로 하면 사교육기관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의료원과 민간병원이 협력하듯이 학교 수보다 많고, 효율성이 훨씬 뛰어난 사교육기관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도와 학습부진아 지도 협력 기관이 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방안이 기초학력 미달 및 학습부진아들에게 민간교육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육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교육계가 대비하기 위한 제언을 부탁드린다.

교육의 비대면(원격) 비율 증가, 디지털화는 학습격차와 기초학력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러한 우려는 원격교육 약자에 대한 특별 투자가 이뤄진다면 해결 가능하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교육계의 힘만으로 어렵다. 교육계는 범정부적 노력, 지방자치단체의 참여, 민간교육기관의 동참, 부모의 교육력 회복 등을 이끄는 중심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 교육청 등의 기관과 그 기관에 종사하는 교육행정가, 학교경영자, 교사들이 에듀테크 활용능력을 제고하고 미래 공교육기관의 역할에 대해 관점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육의 미래, 우리 사회가 꿈꾸는 미래를 제시하고 모두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약력
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전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전 대한교육법학회 회장
전 한국교원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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