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는 앞선 <팬데믹 줌인> 기획을 통해 코로나19의 그늘에 갇힌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니었다. 단지 먹고사는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바이러스가 인류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지만,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서민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 이후 찾아올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일상 회복은커녕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우리가 당면한 위드코로나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해 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①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 기후위기
②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인터뷰 - 교육
③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 일자리
④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인터뷰 – 재정정책
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인터뷰 - 방역
⑥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 부동산
⑦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 복지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각 나라 정부에서는 재정 문을 열고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만 4번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감염병발 위기를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도, 희망회복자금도 최전방으로 몰린 자영업자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민 백신 접종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목표하고 있지만, 코로나19는 ‘변이 바이러스’로 얼굴을 바꿔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초 장기전’으로 흘러가면 마땅히 정부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어떻게 배분하느냐’다. 위드 코로나 시대 재정 정책의 방향이 어떻게 변화해 가야 할지, 지난 3일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해외금융협력지원센터장을 만나 물었다.
- 최근 한은에서 발표한 경제성장률을 보면 4.0%로, 코로나에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재확산 시기에 거리두기 4단계를 맞이한 자영업자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결과 같다. 왜 이렇게 괴리감이 클까.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경제와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에 괴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경제지표와 실물 경제의 괴리는 이전부터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더 심화된 것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영업 환경에 큰 변화가 생겨서 더 큰 괴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 지표 중 자영업자가 담당하는 비율은 44%정도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실 대기업은 코로나19 이후 수출 호재를 맞았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잘 팔렸으니 경제 지표는 잘 나온다. 흔히 이야기하는 양극화 현상이 코로나19로 더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 정부에서는 여러 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자영업자 구제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앞으로 정책은 어떻게 가야 하나.
코로나19는 글로벌한 충격을 갖고 왔지만, 경제 정책의 방향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목표 경제 성장률을 정하고 암묵적으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 정책을 운용한다. 감염병 상황이 일시적 충격이라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은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 상황이 4~5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같이 감염병 상황이 장기화 되었을 때 여전히 과거와 같은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목표 경제성장률 4%를 정해두면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는 식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경제 정책 운용은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확진자가 증가하고, 강화하면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이다.
저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일단 과감하게 내려놓고, 국민들이 방역을 위해 노력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주는 식의 정책으로 전환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한 사람이 아무리 거리두기를 잘 지킨다고 해도 그에 따른 보상이 없다면 ‘굳이 나 혼자 지킬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속가능한 정책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방역 친화적인 경제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방역 친화적 경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거리두기 완화를 병행하는 개념인가.
그렇다. 방역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에서 경제활동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미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활성화하고 화상회의를 도입하는 등 비대면 방식의 경제활동을 도입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음식점들은 집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형식적인 아크릴 칸막이보다 룸이나 부스 같은 격벽식 구조로 변경하여 실질적으로 감염을 차단할수 있게 만들어야 방문하는 손님들이 감염에 대한 우려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다중 이용 시설을 통한 감염이 최소화되도록 구조를 변경하고 구조변경시 정부가 자금지원과 구조컨설팅 등 여러가지를 도와주어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사용하는 방식도 자영업자들이 자연스럽게 ‘방역 친화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앞서 예로 든 음식점에 대한 구조변경시 비용을 전액 혹은 부분 지원해주는 방안외에 장기적으로 코로나시대에 지속가능하지 않은 업종의 경우업종전환을 유도하고 자금지원해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방역 친화적인 업장을 꾸릴 수 있도록 하는 친방역 정책은 일본의 ‘감염 방지 인증’ 스티커 제도와도 비슷해 보인다. 다만 일본의 스티커 제도는 방역 구멍을 불러온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도쿄에서 감염방지 인증 스티커 제도를 운용했는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그냥 다 발급해줬다. 현실적으로 코로나19를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려운데 정부가 인증을 해준 다음 감염이 발생하면 문제가 될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방역 인증 스티커를 발급받은 업장에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도 해 문제가 되었다.
코로나가 1년반 정도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앞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연구를 통해 예를 들어 사적모임 최대인원의 경우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3.3㎥의 공간에 사람이 몇 명 밀집돼 있다고 하면 감염 위험이 몇 퍼센트 높아진다는 식의 연구를 하는 식이다. 물론 어렵겠지만 이런식의 연구를 통해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가면 정부가 중장기 코로나19 대응전략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 부채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코로나19가 지속되면 자영업자들이 큰 구조조정을 겪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자영업자의 양극화와 기초체력 문제는 코로나19로 하루아침에 나타난 게 아니다. 기존에 쌓여 오던 것이 코로나19를 통해 더 커졌을 뿐이다.
어렵고 힘든 작업이 되겠지만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조건없이 계속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다양한 출구전략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자들이 영업장을 방역 친화적인 환경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거나, 업종 전환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적절히 제공하는 것이다. 비용때문에 폐업도 못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현실적인 선에서 폐업도 지원해줘야 한다.
※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해외금융협력지원센터 센터장 약력
학력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경제학 박사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경제학 석사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경력
2020~현재 한국금융연구원 해외금융협력지원센터 센터장
2019~현재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운영위원
2019~현재 한국전력공사 환위험관리위원회 위원
2019~현재 한국수출입은행 경영평가위원
2019~현재 기획재정부 기금부담금운용평가단 평가위원
2018~2020 금융정보분석원 자금세탁방지 제재심의위원
2018~2020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전문위원
2017~2019 국제경제학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