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인터뷰 ‘위드 코로나’는 선택의 문제 아냐...유일하게 남은 선택지 국민 참여형 ‘K방역 2.0’으로 ‘위드 코로나’로 나아가야 ‘Trace, Test, Treat’ 등 ‘3T’ 중심의 ‘K방역 2.0’ 제언 ‘K방역 2.0’은 스마트폰앱 사용한 자발적인 방역 패러다임

[위드코로나]⑤ 홍윤철 교수 “거리두기 방역, 유통기한 끝났다”

2021. 09. 04 by 이상진 기자

뉴스포스트는 앞선 <팬데믹 줌인> 기획을 통해 코로나19의 그늘에 갇힌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코로나19의 종식이 아니었다. 단지 먹고사는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바이러스가 인류의 동반자로 자리 잡았지만,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서민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 이후 찾아올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일상 회복은커녕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우리가 당면한 위드코로나 상황을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해 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
①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 기후위기
②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인터뷰 - 교육
③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 일자리
④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인터뷰 – 재정정책
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인터뷰 - 방역
⑥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 부동산
⑦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 복지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K방역 1.0’은 그 효용을 다 했습니다.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국민 참여형’의 ‘K방역 2.0’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 방역 정책의 유통기한이 끝났다고 말하는 홍윤철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 방역 정책의 유통기한이 끝났다고 말하는 홍윤철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홍윤철 서울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3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방역 정책이 더 이상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델타 변이 등장 이후 방역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WHO(국제보건기구) 정책자문관인 홍윤철 교수는 “영국과 이스라엘 등 글로벌 사례를 보면 백신 접종률을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면서 “정부 규제 중심의 방역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국민의 자발적인 방역 참여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서 홍윤철 교수를 만나 ‘위드 코로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역 정책 패러다임을 짚어봤다.

- ‘위드 코로나’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외 사례가 있다면.

방역 모범국인 싱가포르 모델을 예로 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하루 확진자 수가 5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일찍부터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싱가포르는 ‘접촉자 관리’ 중심의 방역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처럼 접촉자 관리 중심의 방역으로 정책을 변환해야 한다. 델타 변이 전 우리나라 방역이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의 ‘K방역 1.0’이었다면,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로 가기 위해선 ‘접촉자 관리’ 중심의 ‘K방역 2.0’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델타 변이 전 ‘K방역 1.0’도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이제 유통기한이 끝났다.

- 연일 2,000명 안팎으로 나오는 확진자 때문에 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먼저 봐야 한다. 강화했을 때와 완화했을 때를 나눠서 보는 게 중요하다.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여러 나라들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한 이후 확진자가 증가한 케이스가 있었다. 이걸 보고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 건데, 그럼 거리두기를 강화하면 확진자가 줄어드나? 이건 또 전혀 다른 문제다. 논리적으로 전혀 다른 두 명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 ‘사회적 거리두기’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효과가 검증이 안 됐다는 말인지?

검증이 됐다. 더 이상 효과가 없는 걸로. (웃음) 팬데믹 1년 7개월여 동안 전 세계가 실험을 했다. 초기엔 다소 효과가 있었지만, 델타 변이 등장 이후엔 효과가 거의 없다. 오히려 고강도 거리두기를 지속해도 확진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강도 높은 4단계 거리두기를 시행하는데 확진자가 연일 2천 명 안팎이라는 말은 현행 거리두기가 실효성이 없다는 걸 뜻한다.

- 팬데믹 초기와 델타 변이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 차이가 나는 이유를 분석한다면.

지난해 초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처음 나왔는데, 이때는 확진자 수가 적었음에도,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무척 높았다. 당시 거리두기 1단계와 2단계만 시행해도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개인위생 문화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확진자 증가를 막는 효과가 있었고. 

개인위생 수준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한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다. 1단계에서 4단계로 올린다고 한들, 시민들이 마스크 한 개 착용할 거를 두 개 착용할 수도 없다. 손도 그 자리에서 한 번 씻으면 되지, 두 번 씻는다고 방역에 더 도움이 되지도 않고.

또 시민들이 그동안 지속된 거리두기 정책에 지친 것도 문제다. 거리두기가 20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시민들은 이제 빠져나갈 구멍을 안다. 지금 저녁 6시 이후 2인 모임까지만 허용되는데, 그럼 시민들은 4명이 2조로 나눠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다. 음식점 주인은 “서로 모르는 척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온 국민이 그러고 있다. (웃음)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

- ‘전 국민 백신 2차 백신 접종률 기준 달성’까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는 말인데, 매번 그 수치가 바뀐다. (웃음) 처음엔 전 국민의 70%가 백신 2차 접종하면 마스크 벗고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80% 얘기가 나오더니, 이제는 90%까지 접종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 전 국민 100%가 백신 2차 접종을 해도 이 기준을 충족 못 한다. 돌파감염의 가능성이 항상 남아있기 때문에 그렇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과 이스라엘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백신을 기준으로 거리두기 완화를 얘기하는 건 근거가 없다.

홍윤철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방역 정책으로 'K방역 2.0'을 제언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홍윤철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방역 정책으로 'K방역 2.0'을 제언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K방역 2.0’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접촉자 중심’인 만큼, 국민 참여형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건 확진자와 접촉자 개개인이 자신들의 동선을 타인에게 공개한다는 걸 말한다. 물론 확진자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보호하고, 익명의 정보만 제공하는 거다. 이건 익명이 보장되는 핸드폰 위치 추적 기능으로 가능하다.

지난해까지는 익명성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지금 익명성을 보장하는 위치 제공 시스템이 보완됐다. 익명성을 중심으로 확진자와 접촉자가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게 국민 참여형 ‘K방역 2.0’의 핵심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걸 다소 비민주적으로, 강제적으로 진행했지만, 우리나라는 이걸 국민의 자발적인 동의로 민주적으로 진행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 질병청의 현행 확진자 동선 파악과 ‘K방역 2.0’의 국민 참여형 동선 파악이 다른 점이 있나?

지금은 확진자가 나오면 질병관리청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다. 확진자에게 어디를 방문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등을 물어보고 해당 기관이나 장소에서 수집한 QR코드 등을 토대로 실제 누가 접촉자인지를 파악한다. 이게 최소 2~3일 걸린다. 그러면 이 기간에 접촉자 가운데 확진이 된 사람은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니게 된다. 

‘K방역 2.0’은 확진자 동선 파악에 걸리는 시간을 없앨 수 있다. 확진자와 확진자가 다녀간 기관 등에 방문한 접촉자의 핸드폰 위치 추적과 QR코드 기록을 자동으로 즉시 파악한다는 말이다. 국민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확진자가 다녀간 곳의 동선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이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자신이 접촉자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른바 ‘3T’ 중심의 방역이 될 것으로 본다. 국민 스스로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는지를 확인하는 ‘Trace’, 접촉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는지 확인하는 ‘Test’, 확인 이후 외출 자제 등 자가 치료 ‘Treat’ 등이다.

- 끝으로 ‘위드 코로나’와 관련해 정부에 제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정부도 알고 있다고 본다. 이제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한다는 걸. ‘위드 코로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남은 선택지가 그거밖에 없으니까. 문제는 ‘위드 코로나’를 달성할 정부의 전략이 부재한다는 거다. 백신 접종률만 말하는데, 이게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증명됐다. 

그럼 넥스트 전략, 넥스트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의 출구전략은 뭐냐? 이에 대해 국민 참여형 ‘K방역 2.0’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걸 알게 된 접촉자에게는 코로나19 테스트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또 검사받으러 가는 날 일을 못 하면 정부가 상병수당이나 유급휴가를 보장해줘야 한다.
 


※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약력
現 서울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現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원장
現 서울대대학교 대학원 휴먼시스템의학과 학과장
現 WHO(국제보건기구) 정책자문관 
現 코로나19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現 생활방역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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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짱 2021-09-25 23:00:22
방역의 사전적의미는 감염병초기에 막는일입니다.거리두기가 쓸모없음이 입증되었고 젊은층치사율은 독감이하입니다. 제발 의료붕괴타령 하기전에 무증상경증98%방역하고 지원금뿌릴돈으로 중증이상에 집중하세요.나라파탄나기 일부직전!!
순응 2021-09-05 21:32:20
위드코로나 ㅠㅠ 이제 그에 맞는 삶을 맞춰야 할거같습니다 ㅠㅠ
김예지 2021-09-04 20:52:57
위드코로나에 대한 내용을 시리즈로 볼 수 있어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복지편도 기대되네요!
코로나아웃 2021-09-04 20:48:43
거리두기좀그만하자
ㅇㅇㅇ 2021-09-04 20:34:27
더이상 효과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하루빨리 국민들이 받아들이고 함께할 수 있는 위드 코로나 전략을 세워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