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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정해용·박창제 교수 인터뷰 정해용 교수 “‘RE100’ 현실적 방안 아냐...‘CF100’으로 가야” 박창제 교수 “SMR 주력 세종대, SMR연구소 개설로 탄력”

정해용·박창제 세종대 교수 “文정부, 원자력산업 기반 허물어”

2022. 07. 21 by 이상진 기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지난 5년 동안 원자력 분야 취업문이 정말 좁아졌다고 느꼈어요. 정부과제도 노심 설계는 없고 해체 쪽만 생성됐고요. 원전업계 전체가 침체했다고 보면 됩니다.” - 한혁 세종대 원자력공학과 박사과정 재학생

“무너진 원전산업 복구하기도 바쁜데, 당장 SMR(소형모듈원전) 분야에서 성과 내는 건 무리가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속한 랩실도 지난 5년간 주로 해체나 제어 과제를 진행했으니까요.” - 고유빈 세종대 원자력공학과 석사과정 재학생

박창제 교수 연구팀. 앞줄 왼쪽부터 박창제 교수, 정해용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박창제 교수 연구팀. 앞줄 왼쪽부터 박창제 교수, 정해용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세종대학교 원자력공학과를 방문한 뉴스포스트 취재진에게 재학생들은 “지난 5년간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원전 해체 분야’에 정부과제가 집중돼 SMR 등 차세대 원전기술 확보에 애로사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19일 뉴스포스트 취재진은 서울 광진구 능동로 소재 세종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연구실에서 정해용·박창제 교수를 만났다. 세종대학교는 지난 2011년 원자력발전 특성화대학으로 지정돼 글로벌 원자력 인재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은 원전 인재 양성의 선봉에 선 정해용·박창제 교수에게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에 대한 소회와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우려가 큰데요.

정해용 교수: 쉽게 비유하면 자동차 만드는 회사에게 폐차장 운영하게 했다고 보면 됩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우수 인재들이 빠져나갔어요. 우리 같은 시니어들이야 신규 원전 없이도 어떻게든 먹고 살 테지만, 청년들에게는 비전과 생존의 문제가 컸죠. 대학들도 지원하는 학생들이 없어 원전 관련 학과를 통폐합하기도 했습니다. 

박창제 교수: 산업부가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을 2~3년 전부터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웃긴 거예요. 지원사업을 한다는 건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거든요. 멀쩡하던 원전산업이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수주가 마르면서 원전 종사자들이 다른 분야로 많이들 떠났죠. 원전 관련 석·박사 재학생들도 2018년만 해도 3천명이 넘었는데, 지난해 2100명대로 줄었습니다. 원전 학사 전공생들의 취업률도 반토막났고요.

- ‘친환경’과 ‘안전성’ 논란이 탈원전 추진의 이유였는데, 해당 논란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해용 교수: 원전은 우라늄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석탄화력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원보다 환경 부담이 적습니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고, 태양광 패널처럼 토양오염 우려도 없으니까요. 사용후핵연료도 인류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미국이 50년 이상 100개 정도 원전을 운영했는데, 거기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총량이 작은 축구장 하나 규모 정도예요.

그리고 사용후핵연료는 95% 이상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NPT조약(핵확산금지조약)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활용에 제약이 있는데요. 프랑스 같은 몇몇 나라들은 이미 재활용을 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고속증식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게 상용화되면 거의 반영구적, 그러니까 수천 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는 원전 건설이 가능합니다. 

박창제 교수: 향후 수소에너지 시대로 접어든다고 해도, 원전이 필수예요. 사실 지금 수소에너지원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그레이수소’가 대부분인데요. 원전으로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란 약점이 있는데, 원전은 그런 우려가 전혀 없죠.

또 원전 안전에 대해 말할 때마다 지난 2011년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사고 얘기가 나오는데요. 당시 전원 공급이 중단돼 냉각장치가 작동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멜트다운 사고가 났고요. 그 사고 이후 국내 모든 원전이 ‘액티브 시스템’에서 ‘패시브 시스템’으로 사고 대응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전원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자동으로 원자로를 냉각하기 때문에 국내 원전에서 그런 사고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 윤석열 정부에서 원전이 다시 주요 에너지원으로 떠올랐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내 원전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박창제 교수: 대한민국 원전기술력은 둘 중 하나입니다. ‘Best of Best’거나 ‘One of Best’거나. (웃음)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을 운영한 지는 40년 정도인데요. 지금 24개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원전 가동수로는 6위 정도입니다. 원전 1세대부터 3세대에 이르기까지 인력들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죠. 정치적으로 휘둘리지만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

정해용 교수: 현재까지는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중요한 건 이 기술력과 인력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원전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 원전기술력을 아예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 미국이나 영국처럼요. 미국도 원전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해서 지금 신규 원전을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십 년 전에 지은 원전 100기를 계속운전을 통해 가동하고 있죠.

세종대 원자력공학과가 SMR 특화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박창제 교수(왼쪽).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세종대 원자력공학과가 SMR 특화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박창제 교수(왼쪽).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윤 정부는 SMR(소형모듈원전) 기술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스탠스인데, SMR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정해용 교수: SMR 기본기술은 대형 원전과 동일합니다. 다만 크기가 대형 원전의 150분의 1 정도고 그에 따른 출력이 10분의 1 정도 줄어드는 게 다릅니다. 대형 원전은 현장에 직접 건설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길고, 원전 1기 건설하는 데 수조 원이 투입됐어요. 반면 SMR은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부분을 공장에서 제조해 현장에서 조립만 합니다. 그래서 대형 원전기술력을 확보했다면, SMR 기술개발과 상용화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박창제 교수: 세종대학교 원자력공학과는 현 정부가 SMR 투자 의지를 밝히기 전부터 연구에 돌입했어요. 세종대 원자력공학과는 2013년에 설립된 젊은 학과인데요. 설립 초기부터 SMR에 주목했죠. 특히 ‘우라늄’ 대신 매장량이 4배 정도 많은 ‘토륨’으로 SMR을 가동하는 특허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세종대만의 SMR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달에는 SMR연구소를 개설키도 했어요. SMR 선도대학의 연구자로서, SMR은 상용화를 눈앞에 둔 차세대 기술이라고 봅니다.

- 대형 원전 대비 SMR의 장점은 뭔가요?

박창제 교수: 소형이기 때문에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 건설 단가가 낮아진다는 게 장점 중 하나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조립형식으로 시공되는 만큼 공기도 줄어들고요. 출력이 기존 원전의 10분의 1 수준인데요. 낮은 출력준위 덕분에 가동과 운전의 유연성 확보가 쉽죠. 운전의 유연성 확보는 국가의 에너지믹스 정책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는데, 적절하다고 보시는지요?

정해용 교수: 부족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석탄화력발전, LNG발전 등인데요. 이 가운데 탄소중립을 이루는 차세대 에너지원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두 개뿐입니다. 

최근 ‘RE100’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만,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충당하는 건 간헐성 등 여러 애로사항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결국 ‘RE100(Renewable Energy 100%)’이 아니라 ‘CF100(Carbon Free 100%)’을 목표로 에너지믹스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두 축으로요. 원전과 신재생 가운데 어떤 에너지원을 더 많이 쓰느냐는 논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전 비중이 40~60% 정도 돼야겠죠.

정해용 교수(왼쪽)와 연구팀 소속 연구원들이 
왼쪽부터 정해용 교수, 나인식 수석, 탁기영 수석연구원. 모니터 속 영상은 원전사고 시뮬레이션을 CFD(전산유체역학)로 구현한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주세요.

박창제 교수: 원자력을 전공하거나,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요. 원자력은 현재는 물론,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우주산업이 뜨고 있는데,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원자력이 필수예요. 화성 거리 이상의 행성간 이동에 추진력을 얻으려면 고체연료는 힘들고 오직 원자력만 가능합니다. 또 차세대 원자력인 핵융합발전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첨단 분야예요. 정말 매력적이고 비전 있는 원자력 분야에 꿈을 가지고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정해용 교수: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지난 5년이 원자력 학계에 도움이 된 부분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자꾸 탈원전하라고 하니, 원전이 정말 안전하냐, 친환경적이냐는 화두를 놓고 자성의 시간을 가졌거든요. (웃음) 그래서 나온 결론이 원전은 안전하면서, ‘CF100’에 도달하는 데 필수인 에너지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지난 5년을 버렸다고 생각하지 말고, 학계와 산업계는 SMR 등 차세대 기술개발에 탄력을 받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고요. 또 국민께서 우리나라 원전이 정말 안전하고, 탄소중립을 이루는 미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정해용 교수
- 약력
現 세종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前 Gen-IV Safety & Operation PMB Member
前 Visiting Researcher at CEA for Phenix End-of-life test
前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前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 학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 박사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 석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학사

※ 박창제 교수
- 약력
現 세종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前 한국원자력연구원 수석연구원
前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부교수

- 학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 박사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 석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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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3.4호기추진경과 2023-05-19 14: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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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위:배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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