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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가 회귀하듯 고향 무안으로 돌아와 선친이 일한 양곡창고에 예술 공간 건립

[인터뷰] 박재용 55아트센터 대표 “인생 2막은 고향의 문화예술 위해”

2022. 11. 16 by 강대호 기자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귀향이나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도시 생활을 접고 농촌이나 어촌 혹은 산촌으로 들어가는 것은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기 위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이 있다. 전라남도 무안의 ‘55아트센터’ 박재용 대표가 그렇다.

55아트센터와 박재용 대표.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55아트센터와 박재용 대표.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전남 무안의 55아트센터

55아트센터는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에 있다. 전국에 시와 동 단위의 기초자치단체가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서 행정구역이 군과 읍으로 분류되는 것은 무안의 지방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안에는 전남도청이 있고 목포는 물론 나주 혁신도시와도 가까워 농촌 생활과 도시 생활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55아트센터는 전남도청과 나주 혁신도시로 연결되는 큰 도로 바로 옆에 자리한다. 마을 입구 커다란 건물이 멀리서도 눈에 잘 들어온다. 파란 벽에 붉게 칠한 출입문의 색채가 감각적으로 보이는 이 건물의 형태는 왠지 낯이 익다.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곡창고였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양곡 보관창고였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땀이 서린 곳이죠. 정부 허가번호 ‘복룡55호’. 그런데 아트센터를 열었을 때 제 나이도 55세여서 센터 이름을 ‘55아트센터’라고 지었습니다.”

55아트센터 ‘박재용’ 대표는 2021년 가을 선친이 평생 일한 양곡창고에 예술 공간을 만들었다. 우선 바닥 면적 100평의 공간을 네 영역으로 나눴다. 갤러리, 메이커스, 아트 스페이스, 스토아.

“갤러리는 지역 예술가들, 혹은 도시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기획 전시나 대관 전시가 없을 때는 보유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죠. 메이커스 공간은 현장 체험 학습장입니다. 현재는 테라코타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메이커스 공간의 프로그램은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박대표 아내의 조언이 큰 도움 된다고. 박대표는 메이커스 공간이 지역 문화예술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고 했다.

55아트센터 내부 전경.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55아트센터 내부 전경.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아트 스페이스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입니다. 문화예술인과 지역민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때로는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대화의 광장이나 이벤트가 열리기도 합니다. 스토아는 작가들과 연계해 굿즈를 판매하고 있고 아트센터 회원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 거래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박대표는 아트 스페이스에서 젊은 뮤지션들의 콘서트는 물론 가족이나 지인들이 만든 공연을 펼치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전문가들의 공연이든 아마추어의 공연이든 55아트센터가 무안에 문화예술의 향기를 펼치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연어가 회귀하듯 돌아온 고향, 무안

박재용 대표는 55아트센터가 자리한 무안군 일로읍 사로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외지에 나가서 살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쭉 서울에서 다녔다. 대학 전공은 영화였다.

“어릴 때부터 영화와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 영상 관련 일을 하다가 30대 후반에 지방의 문화예술 관련 기관에 들어가서 각종 정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박대표는 젊은 시절 ‘아주 특별한 아침’, ‘생방송 화제집중’ 등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이후에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17년 근무하며 전략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얼마 후 월드컵이 열리니까 생각났는데 2002년 월드컵 관련한 방송물 제작에 참여한 게 떠오릅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선 ‘광주특성화브랜드사업’과 ‘웹애니메이션페스티벌(WAF)’를 기획해 프로젝트 매니저로 참여한 게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박재용 대표는 영화 전공자답게 영상 제작 관련한 경력이 많고 정부 산하 단체에서 일하며 정책을 사업화해본 경험도 많다. 그렇게 거의 반평생을 외지에서 살며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 고향에 내려와 아트센터를 열었다. 어떤 포부가 있었을까.

“방송 제작 경험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콘텐츠산업팀장과 전략사업단장 등을 지내며 쌓은 노하우를 펼치고 싶었습니다. 인생 2막에서요. 기왕이면 고향인 무안에서 문화예술인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문화예술인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판을 벌일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싶었습니다.”

55아트센터 전경.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55아트센터 전경.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박재용 대표에게는 외지에서 공부하며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은 것이 인생 1막이었다. 그렇게 쌓은 것을 인생 2막에서는 고향을 무대로 삼아 펼치고 싶었다는 것이다. 마침 선친의 유산인 곡물창고를 두고 고민하다 감성 넘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몸의 양식인 양곡을 보관하는 창고였다면 지금은 마음의 양식인 문화예술을 펼치는 터전이 되었습니다. 이 건물은 창고였던 만큼 천장이 높은데다 내부가 막힌 데 없이 뻥 뚫렸습니다. 그러니 전시나 공연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딱 좋고 필요에 따라 공간을 나누기에도 좋습니다.”

아트센터 실내에 들어서면 박대표의 말처럼 높은데다 넓기까지 하다. 천장의 구조물은 옛 창고의 흔적을 느끼게도 하지만 왠지 예술 조형물 같기도 하다. 

“센터 이름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창고 허가번호와 제 나이, 그리고 ‘오오’라고 발음하면 감탄사가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55아트센터에 오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제힘만으로는 힘드니까 지역 문화예술인과 주민들은 물론 도시의 문화예술인과도 연계하려 합니다.”

박대표는 또한 오랜 기간 문화예술 정책 관련 일을 한 경험도 있기에 지역문화예술 정책 마련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55아트센터의 천장. 예전 곡물창고였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55아트센터의 천장. 예전 곡물창고였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지역 문화예술 운동의 작은 불꽃

수도권에서 머나먼 전라남도 무안의 ‘55아트센터’를 둘러보며 이런 게 지역 친화적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국도변 작은 마을 입구에 자리하면서 무안과 무안 주민들, 그리고 문화예술인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 것. 

어쩌면 ‘55아트센터’와 박재용 대표는 일부 계층이 우아하게 누리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복무하는 문화예술 운동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래서일까 박대표는 향후 계획을 이렇게 표현했다.

“55아트센터와 철학을 공유하는 다른 지역의 문화센터와도 연계하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남도 끝자락에 지핀 작은 불꽃이지만 지역 문화예술 운동을 일으키는 봉화가 되어 전국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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