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법제팀 선임위원 인터뷰 “거액 손배소 안타깝지만...특수 사례만으로 법 개정은 반대”

[소통광장-노란봉투법]③ “노조법 개정하면 산업계는 답보 상태 빠져” 

2022. 12. 05 by 이별님 기자

2022년 국회는 여야 간의 강대강 대치가 어느 때보다도 강했다. 상반기에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으로, 하반기에는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으로 여야가 맞붙고 있다. 노동자들이 사측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는 걸 막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노동 3권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주장과 노조의 불법행위를 방치하는 법이라는 주장으로 찬반 입장이 갈린다. <뉴스포스트>는 올해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노란봉투법’ 논쟁의 합의점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1분 1초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연말, 여의도의 움직임에 경영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노조법 개정안’)이 야당만의 힘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이라고도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은 현행 노조법 2조와 3조의 개정을 골자로 한다. 2조는 근로자와 사용자 등의 정의를 내리는 조항인데, 하청 노동자나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도 원청을 상대로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용자’나 ‘근로자’ 등의 정의를 변경하는 것이다. 3조의 경우 합법 파업의 범위를 현행 노조법이 인정하는 것보다 넓히는 게 목적이다.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원청 노동자 외에도 하청이나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의 파업도 합법으로 인정될 뿐만 아니라, 파업 노동자들이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를 당할 위험이 줄어든다.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행사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경제적 장벽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파업에 의한 기업들의 손해는 지금보다 더 불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그간 노조의 파업으로 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손실액은 최소 4조 1400억 원 이상이다. 이는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한 최소 수치일 뿐, 실제 손실액은 이를 능가한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설명이다.

<뉴스포스트>는 노조법 개정안 입법으로 초긴장 상태에 놓인 경영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유혜연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노동정책본부 노사관계법제팀 선임위원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경영계는 노조법 개정안을 대립적 노사관계를 고착화하고,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행 노조법 2조를 개정하면, 근로자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는 모두 ‘근로자’가 될 수 있다. 전문직 혹은 자영업자까지 말이다. 사용자는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면 해당된다. 기업 집단의 지주회사나 공공 입찰 시 정부, 오픈마켓의 소비자도 고려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정되지 않고 모호한 사용자 지위 개념은 산업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법적 안정성을 침해한다. 그런데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제81조)과 그 밖에 사용자에 대한 다수 형사처벌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모두가 형사처벌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노조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의 경영사항은 물론, 정치적 이슈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노조는 사용자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시 근로조건 관련 사항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의견 관철을 위해 평화적 방법보다는 쟁의행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노조법 개정안 제3조도 문제다.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를 제한한다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는 헌법 제33조 및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민·형사상 면책 대상이다. 또한 (노조는) 쟁의행위로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를 받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노조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근현대를 막론하고 사적 자치 원칙과 재산권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기본권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고, 피해자는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게 당연한 원칙이다. 하지만 노조법 개정안은 노조의 불법행위로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해도 임원 및 노조,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헌·민·형법 이하 우리나라 법체계를 흔든다.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계에 어떤 파장이 일어날 거라 보는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와 같이 대립적 노사관계가 만연한 상황에서 노동쟁의가 상시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또한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우리 산업계는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답보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노사갈등 심화 ▲기업형태 획일화 ▲노동시장 경직화 ▲기업 경영 및 해외투자 유치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도급·파견 등 기업 간 계약의 실체 자체를 부정하고, 도급·파견업체 근로자를 원청이 직접 채용하도록 강제할 것이다. 이는 결국 소수 대기업이 수많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채용·관리해 ‘대기업 중심의 노동시장’으로 수렴하게 된다. 노동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면 중소기업의 인력 유출은 물론, 더 나아가 중소기업 해체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더욱 커져 신규채용 및 유연한 근로환경 조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달 경총이 발표한 ‘산업현장 불법행위 실태 및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노사분규는 89건, 근로손실일수는 20만 9119일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독일,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쟁의행위로 인한 근로손실일 수가 훨씬 많다. 또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산업현장 불법쟁의행위는 사업장 및 공공시설 점거, 조업방해, 고공농성, 폭력·재물손괴 등 불법행위, 불법집회·시위 등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불법행위다. 노조법 개정안은 불법쟁의행위를 부추겨 심각한 문제 만을 낳을 것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국경영자총협회 본관.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서울 마포구의 한국경영자총협회 본관.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현행 노조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현행을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자의 근로 3권을 보호하고,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해 규정됐다. 또한 우리나라의 노동관계에 대한 정의를 충분히 포섭하고 있다. 다만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형사처벌은 규정된 반면, 근로자 및 노조에 대해서는 정당한 쟁의행위 관련 면책과 보호 등의 규정만 있어 ‘노사 대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 때문에 부당노동행위 등 형사처벌 규정 삭제, 대체근로 허용 규정 신설 등이 필요하다.

사회와 노동시장이 변화하면서 노조법 개정 논의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률은 강제력을 수반한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자 규범이다. 법률의 가장 기본적 조건은 ‘법적 안전성’인데, 이는 무질서를 질서로 정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의 개정은 관련 당사자들 간의 다양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런데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논의는 향후 발생할 문제들이 명확한데도, 다소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불법 파업은 잘못이지만, 노동자에게 수십억원 단위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는 가혹하다’는 의견도 많다.

조합원이 수십억 원의 소송으로 고통받는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통받는 조합원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본 질문에서도 언급했듯 ‘불법 파업은 잘못’이라는 점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많은 문제를 낳을 게 자명한데, 특수한 사례를 이유로 법률을 개정한다는 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조합원에게 수십억원 단위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가 청구되는 사례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당한 쟁의행위였다면 손배소 및 가압류가 청구될 수 없었을 것이다. 수십억원 단위는 사용자가 청구한 금액일 뿐, 재판으로 확정된 금액이 아니다. 회사는 내부 회계팀 및 법무팀 등을 거쳐 피해액의 최대치를 청구한다. 그리고 법원은 근로자의 상황과 행위의 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손해액을 확정한다. 수십억원의 청구액은 말 그대로 청구액에 불과하다. 최종적으로 조합원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근로자의 잔업·특근, 별도 합의 등을 통해 감경 또는 소취하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진행된 관련 손배소 사건 약 127건 중 소취하·조정 및 화해·기각으로 종결된 사건은 70%에 달한다.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된 사건에도 청구액 중 14.9%만이 확정됐다. 따라서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할지 말지, 배상액을 어느 정도로 할지는 법률에 의해 획일적으로 정할 게 아니라 법원에서 각 사안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노조법 제1조는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됐다. 하지만 논의 중인 노조법 개정안은 대립적 노사관계를 부추기고, 불법쟁의행위를 조장한다. 산업평화 유지와 국민경제 발전에 어려움 만을 야기할 게 자명하다. 따라서 개정안은 노조법의 목적 자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불법을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법률·사회·경제 등 전반에 걸쳐 우리나라를 카오스 상태로 이끌 수 있다. 사회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원칙이 오히려 수많은 다툼과 마찰을 일으킨다면, 그 법은 결코 ‘법’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세계 경제 위기 등 많은 어려움 속을 지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노동 발전과 산업평화를 위해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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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분양전망지수추이 2023-05-25 06:51:57
100보다낮을수록 '부정전망'기업 많다는의미
지방 수도권
자료:주택산업연구원
43.9 61 72.1 86.3 89.1
56.2 73.2 74 85 75.3
전국미분양 주택현황 2023-05-25 06:48:30
1만 373 1만 1035 1만 2257 1만 2541 1만 1034
4만 7654 5만 7072 6만 3102 6만 2897 6만 1070
자료:국토교통부 2023-05-25 06:46:33
지방 수도권
단위:채
300대건설사 부채비율변화 2023-05-25 06:45:16
10개 22개
106% 121%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3-05-25 06:44:02
시공능력평가상위300위건설사중지난해말 기준검사보고서 적성 285개대상 조사
평균부채비율 부채비율300%초과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