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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윤창호법’ 위헌 이후 음주운전 사고 늘었다?

2023. 05. 02 by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새 학기가 약 한 달 지났을 무렵, 음주운전 차량이 만 9세 어린이의 꿈을 앗아갔다. 지난달 8일 오후 2시께 대전 서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60대 남성 방모 씨가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4명의 어린이가 있던 인도를 향해 돌진했다.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학생 배승아 양이 숨지고, 다른 어린이 3명이 크게 다쳤다. 작고 여린 생명을 앗아간 음주 사고에 온 여론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적 공분을 산 음주운전 사고는 배양의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꿈 많던 20대 청년 윤창호 씨는 이날 음주운전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2달 후 사망했다. 윤씨의 사망 이후 음주운전 적발 기준과 처벌 수위를 올리는 일명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탄생했다. 무고한 청년을 잃고 나서야 음주운전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

하지만 윤창호법은 머지않아 한쪽 날개를 잃었다. 헌법재판소가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시민사회계는 윤창호법 위헌 결정이 운전자들의 기강 해이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윤창호법 위헌 이후 운전자들은 마치 면죄부를 받은 듯 경각심마저 해제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배양의 사고는 윤창호법 위헌 결정 이후에 발생했다. <뉴스포스트>는 윤창호법 일부 조항 위헌 결정이 배양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간접적인 영향이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를 위해 헌재의 결정 이후 음주운전 사고가 증가했는지 확인해 봤다. 실제로 윤창호법 위헌 결정 후 음주운전 사고가 늘었을까.

도로교통법 제148조 2의 1항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29일 ‘제1 윤창호법’이라고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에 상해를 입히면 1년~15년 사이의 징역 또는 1천~3천만원 이하의 벌금 선고가 가능하고, 사람이 사망할 경우 3년~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기존에는 상해의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500만~3천만원 이하 벌금, 사망이면 1년 이상 징역형 등 비교적 가벼운 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제1 윤창호법만으로 음주운전 사고를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고, 국회는 서둘러 ‘제2 윤창호법’을 준비했다. 제2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같은 해 12월 7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 술에 취한 상태의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 강화 ▲ 음주운전 관련 결격 기간 연장 ▲ 2회 이상 음주운전 시 면허 취소 ▲ 음주운전 가중처벌 관련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가중처벌 내용이 담긴 조항이 무력화됐다.

헌재는 2021년 11월 15일 제2 윤창호법의 일부인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의 1항’에 대해  위헌을 결정했다. 음주운전을 2회 이상 한 사람을 가중 처벌하는 게 위헌이라는 것이다.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 위반행위와 재범 사이에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아 ‘형벌 간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수십 년 간 음주운전을 안 하다가 다시 적발될 경우 교통안전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헌재의 논리다.

음주운전자 가중처벌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자 음주측정 거부자 가중처벌 조항도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다. 지난해 5월에는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음주측정을 거부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같은 해 8월에는 음주측정 거부자가 다시 음주측정을 거주하면 가중처벌하는 조항이 각각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 역시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 범행과 재범 사이에 아무런 시간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2010년부터 윤창호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전국 음주운전 사고 건수.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지난 2010년부터 윤창호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8년까지 전국 음주운전 사고 건수.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윤창호법’ 이후 음주운전 사고 줄었나

헌재에 의해 제2 윤창호법이 무력화됐지만, 국회는 2회 이상 음주운전자에게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2021년 11월 중순 헌재 결정에서 시작된 법의 공백은 지난해 12월 8일 국회가 도로교통법 제148조 2의 1항을 다시 개정하기까지 1년 이상 이어졌다. 개정안은 헌재의 지적에 따라 ‘10년 내 재범’ 시 처벌한다고 구체적인 기한이 설정됐고,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별로 처벌 기준이 세분화됐다. 개정된 제2 윤창호법은 이달 4일부터 시행됐다.

제2 윤창호법 위헌 결정 이후 음주운전 사고는 증가했을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고는 증감을 반복하면서 대체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0년부터 윤창호법이 개정된 2018년까지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 2010년 2만 8641건 ▲ 2011년 2만 8461건 ▲ 2012년 2만 9093건 ▲ 2013년 2만 6589건 ▲ 2014년 2만 4043건 ▲ 2015년 2만 4399건 ▲ 2016년 1만 9769건 ▲ 2017년 1만 9157건 ▲ 2018년 1만 9381건이다.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9년에는 1만 5708건으로 음주운전 사고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다만 2020년에는 1만 7274건으로 2천 건 이상 늘었다가 2021년 1만 4894건으로 다시 감소했다. 제2 윤창호법 가중처벌 조항 위헌 판결 이후인 2022년에는 음주운전 사고가 1만 5059건으로 늘었다. 위헌 판결 이후 수치상 증가하긴 했지만, 증가 건수는 165건으로 비교적 적은 수치다. 

좀더 명확한 증가세를 파악하기 위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비율’을 살펴봤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경찰청은 비율이 클수록 음주운전 사고가 심각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 2010년 12.6% ▲ 2011년 12.8% ▲ 2012년 13% ▲ 2013년 12.3% ▲ 2014년 10.8% ▲ 2015년 10.5% ▲ 2016년 8.9% ▲ 2017년 9% ▲ 2018년 8.9%다.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9년에는 비율이 6.8%로 크게 떨어졌다.

2020년에는 8.2%로 올랐다가 이듬해인 2021년 7.3%로 떨어졌다. 제2 윤창호법 위헌 판결 이후인 2022년에는 7.6%로 0.3% 포인트 증가했다. 그런데 2021년 전체 교통사고는 20만 3130건으로, 2022년 19만 6836건보다 6294건이 많다.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통계적으로 미미한 수치(165건)로 늘었고, 비율은 0.3% 포인트가 증가했다.

헌재의 제2 윤창호법 위헌 판결이 음주운전 사고의 심각성을 키우는데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해당 판결이 사회에 미친 영향은 다각도에서 분석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음주운전 사고가 위헌 판결 이후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같은 작은 수치 변화는 2010년과 2011년, 2014년과 2015년 등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음주운전 사고는 해가 지날수록 대체로 감소하고 있지만, 제2의 배승아 양이 나오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검증 결과]

판단 유보. 헌법재판소는 2021년 11월 ‘제2 윤창호법’이라고 불리는 도로교통법 제148조 2의 1항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국회는 2022년 12월 제2 윤창호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그 사이인 2022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대비 음주운전 사고 비율 역시 커졌다. 다만 사고 건수와 사고 비율의 증가 건수의 증가폭이 매우 미미하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이 같은 수치 변화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따라서 윤창호법 일부 조항 위헌 판결 이후 음주운전 사고가 증가했다는 물음에는 판단을 유보하겠다.

[참고 자료]

한국청소년정책연대 서명운동

국회의안정보시스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도로교통법 개정안

헌재 2021. 11. 25. 2019헌바446등, 판례집 33-2, 587

경찰청, 연도별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

통계청, 음주운전 교통사고 비율

경찰청, 2022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

경찰청, 2022년 연도별, 월별 교통사고 현황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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