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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차별금지법 제정 후 혐오 발언하면 처벌받는다?

2023. 07. 11 by 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023년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여의도의 시간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처리해야 할 법안들은 쌓였고, 여야 간의 정쟁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분주한 여의도의 시간표에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포함되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린 것을 끝으로 별다른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참석자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참석자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의 역사는 제법 길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제16대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당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차별금지법이 연합뉴스 등 매스컴을 탔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참여정부 때인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법 제정을 권고해 이듬해 제17대 국회에서 정부 법안이 처음 발의됐고, 이후 6건이 더 나왔다. 5건은 임기 만료로 폐기, 2건은 철회됐다. 제21대 국회에 들어서는 총 4건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20년 넘게 이어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형사처벌과 관련한 내용이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이들은 법 제정 이후 혐오 발언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기대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형사처벌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상의 주장대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혐오 발언 시 발언자가 처벌받을 수 있을까. <뉴스포스트>가 사실을 확인해 봤다.

차별금지법의 다른 이름 

차별금지법이란 쉽게 말해서 개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합리적이지 않은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말한다. 법안 명칭에 따라 ‘평등법’, ‘인권법’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차별금지법이 불합리하다고 보는 차별 사유는 성별과 장애, 질병, 나이, 성적 지향, 용모, 출신 지역, 인종,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여부, 고용 형태, 개인의 신념, 종교, 가족 및 가구 형태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시민사회계가 오랜 기간 제정을 요구해 온 차별금지법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처럼 특정 사안과 관련한 차별금지 법안은 아니다. 개별적인 차별금지법들 전체를 아우르고, 혐오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성격의 법안이다. 이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 202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발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발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1대 국회에서는 이름만 다른 차별금지법이 4개안이 발의됐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20년 6월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이듬해 6월과 8월에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각각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권인숙 의원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장 의원의 법안은 소관위 심사 중이며, 나머지 3개안은 소관위에 접수된 상태다.

차별금지법에 담긴 형사처벌은?

4개의 차별금지법 제정안 중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에는 징역이나 벌금 등 형사처벌 조항이 전혀 없다. 다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뿐이다. 해당 법이 인정한 악의적 차별로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법원은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배상액의 하한은 500만원으로 정했다. 손해배상 내용은 이 의원 발의안을 포함해 4개의 안에 모두 기재돼 있다.

이 의원 발의안과 나머지 3개 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형사처벌 조항의 유무다. 제21대 국회 최초안인 장 의원 발의안에 따르면 사용자 및 임용권자, 교육기관의 장 등은 차별받았다고 주장하는 자가 해당 법에서 정한 구제 절차에 따라 진정, 소송 제기, 증언, 자료 제출 등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나 전보, 징계, 퇴학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하면 안 된다. 이를 어길 시 징역 1년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박 의원과 권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장 의원의 안과 마찬가지로 회사나 학교에서 차별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했을 때 인사 불이익이나 보복성 조치를 할 경우 사용자나 임용권자 등을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장 의원 발의안보다 형벌 수위가 한층 더 강화됐다.

제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을 전부 확인한 결과 이 의원 안에는 형사처벌 조항 자체가 없었다. 나머지 3개 안에는 형사처벌 조항이 있지만, 혐오 발언에 대한 처벌이 아닌 보복성 인사 조치를 가한 사용자에 대한 것이다. 제21대 국회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는 여전히 남아있다. 20년 넘도록 제정 논의만 진행 중인 차별금지법이 내년도 국회의원 총선거 전에 마무리를 지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 아님. 제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안들을 분석한 결과 혐오 발언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없었다.

[참고 자료] 

<대선후보 역점공약>-노무현, 연합뉴스, 2002.11.01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차별금지법안

국회의안정보시스템: 평등에 관한 법률안

국회의안정보시스템: 평등에 관한 법률안

국회의안정보시스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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